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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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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포식자 고객에 청소 직전과 중간에 ‘앞다리 춤’으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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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태평양 산호초에는 큰 물고기의 아가미와 입속을 청소하는 작은 새우가 산다. 송곳니가 삐죽한 곰치 입속을 예쁜줄무늬꼬마새우가 드나들며 기생충을 잡아먹고 죽은 피부조직을 떼어먹는다. 곰치가 입을 닫으면 꼼짝없이 죽기 마련인 작은 새우가 유유히 ‘청소 작업’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엘리노르 케이브스 미국 듀크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자연 상태 산호초에서의 비디오 촬영과 실험을 통해 새우가 다리를 흔들어 포식자에게 ‘작업 중’이란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평소에 갑각류를 잘 잡아먹는 포식자보다는 그렇지 않은 물고기에 더 자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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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줄무늬꼬마새우는 길이 5∼6㎝의 잡식성 새우인데, 화려한 색깔과 평화로운 성격에 더해 사육환경에서도 청소 행동을 보여 인기 있는 수족관 동물이다. 이 새우와 산호초 물고기처럼 두 종의 동물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공생하는 것을 상리공생이라 한다.

상리공생은 주는 만큼 받는다는 꼼꼼한 계산이 전제로 깔린다.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속임수는 따끔한 응징을 당한다.

예를 들어, 물고기 아가미 틈에 있는 기생충보다 부드럽고 맛이 좋은 점액조직을 떼어먹는다면 ‘고객’은 이 청소부를 기피할 것이다. 청소부도 안전한 단골손님을 기억하고 관리한다. 이 때문에 일부 청소 물고기는 뛰어난 인지능력을 보이기도 한다(▶관련 기사: ‘거울 볼 줄 아는’ 청소 물고기, 침팬지만큼 똑똑한가).

문제는 청소 동물은 자칫 속임수에 넘어갔다가 목숨을 잃는 치명적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치명적 위험을 피하는 방법이 진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래야 상리공생이 오래 유지된다.

청소 새우는 행동 변화로 위험을 줄였다. 연구자들이 비디오 필름을 분석했더니 예쁜줄무늬꼬마새우는 포식자와 포식자가 아닌 물고기에 다르게 대응했다. 산호초에는 청소 서비스가 제공되는 장소가 따로 있는데, 서비스를 요구하는 포식자의 25%만 청소를 받았다. 비 포식자는 그 비율이 41%로 훨씬 높았다.

덩치 크고 평소에 새우 등을 잡아먹는 포식자는 새우에게 반기는 손님이 아닌 셈이다. 이들 새우는 또 청소 도중 잡아먹히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신호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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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새우는 흰 앞다리를 앞·뒤로 흔들고, 때론 더듬이를 때리듯이 흔들어 ‘청소 작업 중’임을 표시했다. 다리 흔들기는 청소 장소에 들어온 상대가 포식자일 때 51%로 비 포식자의 12%보다 훨씬 잦았다.

또 청소 도중에도 고객이 포식자일 경우에는 45%가 다리 흔들기 신호를 보내, 자칫 기분 좋은 청소 서비스가 참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비 포식자가 고객일 때 그 비율은 5%에 그쳤다. 이런 신호는 고객이 클수록, 주변이 어두울수록 잦았다.

연구자들은 “예쁜줄무늬꼬마새우는 덜 위험한 고객에 더 많은 청소 서비스를 제공했고, 대부분 포식자 고객에만 다리 흔들기 신호를 보내 위험을 줄인다”고 밝혔다. 새우가 고객의 부드러운 점막을 물어뜯어 화들짝 놀라게 하는 반응은 상대가 포식자일 때 더 드물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나지 않았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청소 새우의 이런 전략적 행동은 홍해에 사는 속이 다른 청소 새우에서도 나타나지만 카리브해 청소 새우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이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aves EM, Chen C, Johnsen S. 2019 The cleaner shrimp Lysmata amboinensis adjusts its behaviour towards predatory versus non-predatory clients. Biol. Lett. 15: 20190534. http://dx.doi.org/10.1098/rsbl.2019.053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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