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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구미시장, 독립운동가 자손에 고성·욕설" vs "욕설 안 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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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선생 친손자, 구미시청서 1인 시위…"왕산광장·왕산루 명칭 변경" 반발

연합뉴스

시위하는 허경성 옹 부부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독립운동가 허위 선생의 이름으로 지은 광장과 누각을 동네 명칭으로 바꾼 데 반발해 허위 선생 친손자가 20일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왕산 허위 선생 가문은 3대에 걸쳐 14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대구에 사는 친손자 허경성(93)옹 부부는 이날 경북 구미시청 정문 앞에서 "왕산광장과 왕산루 명칭을 변경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와 구미경실련도 최근 성명을 내고 "구미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국가산업4단지 물빛공원의 왕산광장과 왕산루 명칭을 변경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1인 시위 등이 벌어진 것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장세용 구미시장이 남유진 전 시장의 결정을 번복, 갑자기 지명으로 변경해서다.

한국수자원공사 구미사업단은 국가산업4단지 확장단지 내 1만여 가구가 사는 지역에 물빛공원이란 근린공원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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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공원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만㎡의 물빛공원에 왕산광장(8천㎡)과 누각 왕산루, 독립운동가 14인의 동상을 완공했다.

하지만 장 구미시장이 지난해 "인물 기념사업을 태생지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역명인 산동면을 따 산동물빛공원, 산동광장, 산동루로 변경했다.

남 전 시장 때 주민공청회 등을 열어 광장과 누각의 명칭을 허위 선생의 호인 왕산으로 결정한 것을 변경한 것이다.

전병택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구미의 역사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왕산 선생의 이름을 따 지었는데 이를 바꿨다"며 "주민공청회로 결정한 사안을 장 시장과 일부 주민 의견을 이유로 바꾼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미시는 "산동면 주민 350명이 명칭을 지명으로 변경해달라는 진정서를 내 변경했고, 이를 한국수자원공사에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구미시는 명칭을 지명으로 변경한 데 이어 왕산 가문 독립운동가 14명의 동상마저 구미시 임은동 왕산기념관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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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선생 가문의 독립운동가 14인 동상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허 옹 등 친손자 3명은 은행 대출금 6억원으로 왕산 생가터 2천㎡를 매입해 구미시에 기부채납했고, 이곳에 왕산기념공원이 조성됐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장 시장은 허 옹 부부와 시장실에서 15분 동안 면담했으나 고성을 지르는 등 갈등만 빚었다.

허 옹은 면담을 마치고 시장실 옆방인 접견실로 이동해 "장 시장이 고성을 지르며 자신의 말만 계속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장 시장은 잠시 접견실에 들어와 "우리 할배(할아버지)는 독립운동해도 산소도 없다. 이만큼 신경 써 해준다고 했는데…"라며 소리를 질렀다.

장 시장이 40여초간 말다툼하는 사이 짧은 욕설을 했다고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측은 주장했다.

장 시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욕설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허 옹의 부인 이창숙(88) 여사는 심장 수술을 한 전력이 있는데 장 시장과 말다툼을 하다가 119구급차로 인근 구미차병원 응급실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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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차병원 응급실서 치료 중인 이창숙 여사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왕산 허위(許蔿·1855∼1908) 선생은 경술국치 이전인 1908년 의병투쟁으로 일제에 의해 사형을 당한 '서대문형무소 1호 사형수'이자 독립운동의 선구자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받은 허위 선생은 성균관 박사, 중추원 의관, 평리원 수반판사, 평리원 재판장, 의정부 참찬(정2품 관직)에 이어 1905년 비서원 승(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par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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