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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 또 조국 겨냥 “曺가 검찰 개혁? 유승준이 군대 가라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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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검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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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반대했던 현직 검사가 20일 또 한 번 조 장관을 겨냥해 “지금 신임 장관이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건 마치 유승준이 국민을 상대로 군대가라고 독려하는 모습과 같다”는 글을 올리고 장관직 사퇴를 촉구했다.

조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임무영(56·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검 검사는 20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개혁은 필요하고 어딘가에 적임자가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 장관은 그 적임자가 아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조 장관이) 정말 검찰개혁을 추구한다면 전국 검찰인이 정책 저의를 의심하지 않고 따를 수 있는 분에게 자리를 넘겨 그 분이 과업을 완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며 “제발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올바른 선택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또 조 장관이 이날 경기 의정부지검을 찾아 ‘검사와의 대화’ 시간을 가진 것에 대해 “신임 장관이 전국 청을 두루 돌면서 검찰 구성원들과 대화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왜 그걸 하필 ‘지금’ 하느냐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기보다 더 신경에 거슬리는 건 ‘검사와의 대화’라는 명칭”이라면서 “이 말을 들으면 누구나 2003년 3월 9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사 10인 간의 생방송 텔레비전 토론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16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결과와 별개로 생방송으로 이뤄졌던 그 토론회 경기장만큼은 공정했다”며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는 이번 검사 면담이 과연 ‘검사와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럴 거면 그냥 전국 검사들에게 의무적으로 한 가지씩 법무행정 또는 검찰개혁에 대한 질문이나 건의사항을 써내게 하고, 그걸 모아 질의응답집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신임 장관이 취임 뒤 이야기한 형사부 기능 강화, 직접수사 축소 같은 내용은 사실 검찰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반드시 추구해야 할 목표”라면서도 “그 변화가 왜 쉽지 않은지 검찰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신임 장관이 한마디 한다고 떡하니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더군다나 신임 장관이 주장하는 정책은 항상 나중에 무언가 독소조항 같은 부록이 따라붙었다는 기억이 있다”며 “공보준칙 전례에서 보듯이 장관의 정책들은 자신을 겨냥한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란 일반적 의심까지 더해보면 오늘의 저 퍼포먼스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심히 의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번 조 장관과 검사들 간의 면담과 관련해 “질의응답은 사전준비된 바 없었으며 사전각본도 없었다”면서 “언론에 비공개한 것은 진솔하고 자유로운 대화와 건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전문]

신임 법무부장관이 오늘 취임 후 처음으로 일선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왜 의정부지검인지에 대해서는 추측들이 많습니다. 그 추측이 맞는지, 아닌지는 나중에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겠지요. 결과 발표를 안 하겠다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외부 사람들은 어떻게 조 장관이 일선청을 방문할 수 있냐고 많이 놀라던데, 신임 장관이나 총장이 전국 청을 두루 돌면서 검찰 구성원들과 대화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검사들과, 혹은 직원 대표들이나 간부들로부터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건 장관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은 일선청 업무를 방해한다는 이유 때문에 그런 자리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경향이 있었지만 말이죠.

왜 그걸 하필 “지금” 하느냐는 의문입니다. 역시 외부 사람들은, 검사 누가 어떤 질문을 하고 장관은 어떤 답변을 할지 미리 정해놨다면서 수상해 하던데, 그것도 놀랄 일은 아닙니다. 원래 장관이나 총장의 일선청 순시시 참석자들은 웬만하면 입을 잘 안 엽니다. 그래서 참다못한 장관, 총장이 옆에 준비해 놓은 말씀자료를 들고서 발언자를 몇 명 지목하면서 말 좀 해 보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았습니까? 그런 어색한 경우를 막으려고 미리 질문과 답변을 몇 개 준비해 놓는 경우도 있었고요. 다만, 이번에 질의응답이 사전 준비된 것이 과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장관이 업무 파악을 못 했기 때문인지, 혹은 의도된 방향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기보다 더 신경에 거슬리는 일이 있습니다. “검사와의 대화”라는 명칭입니다.

법무부에서 붙였는지, 언론이 붙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을 들으면 누구나 2003년 3월 9일에 있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사 10인 간의 생방송 텔레비전 토론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검사와의 대화” 생방송은, 그 전까지 원론적 검찰주의자로서 검찰에 개혁이나 변화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제가 검찰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 처음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방송에 나왔던 검사들로부터 무례함과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쟁취하려 하지 않고 정치권으로부터 하사받기를 원하는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이 게시판을 통해 그들의 잘못을 비판했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신임 장관이 공언했던 것처럼 정치권이 인사권을 행사해 검사 개개인에게 불이익을 줄 때, 그걸 두려워하지 말고 후임자, 그 후임자가 똑같은 원칙과 강도로 수사를 계속해 나가야만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이룰 수 있지 그렇지 않고 정치권으로부터 하사받는 독립은 진정한 독립도 아니고, 영원히 누릴 수도 없다고, 나만은 다치지 않게 해주겠다는 보장을 얻으려는 자세는 비굴하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16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결과와 별개로, 생방송으로 이루어졌던 그 토론회의 경기장만큼은 공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국민들이 직접 보고, 느끼며, 판단할 수 있는 자리였으니까요. 그러니 나름의 의미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의정부지검에서 열리는 일선청 검사 면담이 과연 “검사와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요?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걸 뭐하러 하는지, 추구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전임자들이 수도 없이 해왔던 행사를 다운그레이드해 열면서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고 갑자기 실질적인 변화가 생깁니까? 이럴 거면 그냥 전국의 검사들에게 의무적으로 한 가지씩 법무행정, 또는 검찰개혁에 대한 질문이나 건의사항을 써내게 하고, 그걸 모아 질의응답집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겁니다. 퍼포먼스성이 부족해 언론의 충분한 관심을 끌 수 없다는 단점만 제외하면 말이죠.

이번 “검사와의 대화”가 검찰개혁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신임 장관이 취임 이후 이야기한 형사부 기능 강화, 직접수사 축소 같은 내용들은 사실 검찰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구해야 할 목표입니다. 그리고 과거 수십 년 동안 검찰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변화를 시도해 왔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왜 쉽지 않은지 검찰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신임 장관이 한 마디 한다고 떡하니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신임 장관이 주장하는 정책은 항상 나중에 무언가 독소조항 같은 부록이 따라붙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보준칙의 전례에서 보듯이 장관의 정책들은 자신을 겨냥한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라는 일반적 의심까지 더해 보면 오늘의 저 퍼포먼스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심히 의구스럽습니다.

일선의 검사들 일 많습니다. 가뜩이나 지난 2년 반 동안 이어진 적폐 수사 때문에 서울지검 형사부 검사들을 특수부로 돌리고, 그 공백을 메우려고 전국의 검사들을 서울지검으로 뽑아온 피로가 누적되어 미제는 계속 쌓입니다. 주말에도 출근해서 일하는 검사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굳이 일과시간에 불러내서 꼭두각시처럼 준비된 말 읊게 만든 다음 일장 훈시나 하는 일을 지금부터 전국을 돌면서 하려고 한다니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검찰개혁은 필요하고, 아마도 어딘가에 적임자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국 장관은 그 적임자는 아닙니다. 지금 신임 장관이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들을 상대로 군대 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습니다.

정말 검찰개혁을 추구한다면, 전국의 검찰인들이 정책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고 따를 수 있는 분에게 자리를 넘겨서 그 분이 과업을 완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겁니다. 제발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올바른 선택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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