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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가 깐 판에 뛰어든 황교안, '몸빵'이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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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정치칼럼 16] 콘텐츠 없는 정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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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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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0일 오후 5시 54분]

지난 10일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조국 장관 임명 철회'를 주장하며 시작한 삭발은 박인숙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의원으로 이어졌다. 제1야당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떠들어대던 황교안 대표는 3번 타자였다. 뒤이어 김문수 전 지사, 심재철·이주영 의원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삭발 릴레이 타이틀은 이언주 의원이 꺼낸 '조국 임명 철회', 그리고 '반 조국연대'다. 무소속 의원이 만든 판에 한국당과 당 대표가 동참 혹은 동원된 격이다.

공교롭게도 황교안 대표가 삭발하던 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병원 치료를 명분으로 구치소를 나오던 날이었다. 이날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분개해 "장소 봐가며 X 싸라, 박 전 대통령이 900일 만에 병원 가는 날에 머리 깎는다"면서 황 대표를 맹비난한 바 있다.

'삭발 정국'에 대한 평가

황 대표는 예정된 일정도 취소하며 왜 갑작스럽게 삭발에 참여했을까? '조국 정국'의 주도권이 무소속 의원에게 끌려가거나 혹은 박 전 대통령을 모시는 우리공화당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조치였다는 일각의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어찌됐든 조국 정국은 '삭발 정국'으로 비화돼 가고 있다.

황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정치인들의 삭발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무성하다. '구국의 결단'이라며 눈물 흘리는 지지자들부터, 류여해 의원은 "이제는 나경원 원내대표 차례"라며 순번까지 지목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이 '엉뚱하고 잔혹한' 릴레이 게임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나 원내대표가 머뭇거리는 것을 보면 아직 당론 수준은 아닌 듯하다.

한편에서는 '상상력의 빈곤' '삭발투쟁의 희화화', 나아가서는 '실력 없는 정치쇼'라는 원색적 비난도 만만치 않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대안정치)은 정치인이 하지 말아야 할 3대쇼로 '단식, 삭발, 의원직 사퇴'를 거론했다.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고, 정치 단식으로 죽는 사람 못 봤고, 의원직 걸지만 스스로 사퇴하는 사람 못 봤다는 것이다. 한국 현대정치사를 살펴보니 박 의원의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왜 한국당에서는 너도 나도 따라하는 트렌드가 됐을까. 도대체 대한민국 제1야당의 우스꽝스러운 삭발 정국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마침 걸맞은 표현이 보여 소개하고자 한다. 표현이 다소 거칠 수 있으나 대중에 두루 쓰이는 말이니, 어휘력이 부족한 필자의 미숙함을 너그럽게 헤아려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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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럼짜고 드러누운 자유한국당 ▲ 지난 4월 26일 오후 패스트트랙 저지에 나선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본청 사개특위 회의장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바닥에 두러누워 "헌법수호" 등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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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빵(하다)
: 정의(명사) '어떤 일에 대하여 몸으로 때우는 일. 또는 그런 사람'
: 쓰임(용례) '한국당의 몸빵 항의…文(문)의장 난장판 국회 뒷목' (<노컷뉴스> 4.24일 치 기사 중)


'몸 개그'라는 말이 있다. 콘텐츠는 부실한데 과장된 몸동작으로 억지웃음을 유발하려는 수준 낮은 개그를 비판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실상 알고 보면 '몸 개그'는 매우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코미디의 한 종류라고 한다.

그런데 몸 '개그'와 풍자 '코미디'가 경계를 이루는 지점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누구도 다치지 않는' 웃음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유를 막론하고 사람이 다친다면 '웃음의 상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철학과 콘텐츠가 부재한 정치투쟁 또한 결과적으로 '정치 실종'과 '정치 무관심'을 초래한다. 한국 정치권에도 수준 이하의 '몸 개그' 혹은 '몸빵'의 달인들이 어느새 대세를 이루는 것 같아 걱정이다. 그 선두와 중심에 황교안 대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황교안 대표 취임 200여 일이 지났다. 한국당과 황 대표의 결정적인 '정치적 명장면'을 떠올려보니 3가지 정도가 강렬하게 떠오른다.

나경원 원내대표 주도의 패스트트랙 '동물국회'. 그리고 걸핏하면 국회를 비우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장외투쟁'. 마지막으로 급기야 전기 바리캉(bariquand)을 무기로 시작된 '삭발정국'. 대한민국 헌정사상 몸빵정치 첫 그랜드슬램이 아닐까.

각 장면마다 주연 배우가 조금씩 다른 것 빼고는 공통점이 많다. 툭 하면 국회를 비운다는 것, 막말과 욕설이 난무한다는 것, 가끔 법도 무시한다는 것, 관객들의 여론조사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 국민의 쓴웃음을 실력이라고 착각한다는 것, 그리고 항상 결정적 장면에서 NG(말실수)가 난다는 것 등이다. 한마디로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정책토론과 법안제정에는 큰 관심이 없고, 오직 '몸'으로 때우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소속사가 한 곳이니 배우들의 태생적 한계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몸빵만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이 부담스러웠을까? 황교안 대표는 지난 6월 6일, 취임 100일을 맞아 작심한 듯 중대발표를 단행했다. 현 정부의 경제실패와 민생파탄을 책임지는 대안정책정당으로 거듭나 국민 앞에 진면목을 보이겠다는 일성이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를 특별기구로 출범시켰다. 황 대표는 '우리 당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단일프로젝트'라며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현역 국회의원과 각계 전문가 77인이 참여하고 ▲총괄비전 2020 ▲활기찬 시장경제 ▲공정한 시장경제 ▲따뜻한 시장경제 ▲상생하는 노사관계 5개 정책 영역을 나눈 것으로 봐서는 전문성에 상당히 공을 들이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리고 100일 뒤인 9월 2일, 이 야심찬 '대안정책정당 프로젝트'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에 공식 보고하고 국민에게 발표하겠다는 로드맵까지 제시한 바 있다. 상당히 자신있어 보이는 대목이었다.

놀랍게도 대한민국 국민 혹은 언론 어느 누구도 '당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정책프로젝트'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서 일언반구 들은 이가 없다. 대신 약속했던 9월 2일엔 최고위원회가 아닌 의원총회가 열렸다. 그리고 정책발표 대신 여야간 합의한 인사청문회 보이콧에 관한 견해를 발표했다. 한국당표 경제정책은 고사하고 모든 국민이 기다리며 최소한의 '국민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 국회 인사청문회마저 파행시키고야 만 것이다.

어찌보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국회보이콧이 사실상 상시적 당론이었고, 초지일관 몸으로 때우는 정치를 했으니 기대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명색이 1야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국민 앞에 스스로 나서서 약속하고 큰 소리 친 일이니, 최소한의 예우는 갖추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긴 했다. 돌아보면 부질없다.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한국당은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2020 경제대전환 - 민부론'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란다.)

몸빵정치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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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이학재 격려한 '삭발' 황교안 ▲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본관 앞에서 3일째 단식 농성중인 이학재 의원을 찾아 격려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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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의 '콘텐츠 없는 몸빵정치'의 끝은 어디일까? 20대 국회 들어 20번째 국회보이콧 주장에 이은 삭발정국은 황 대표를 위시한 한국당 정치력의 바닥과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도대체 1야당으로서 정책 대안과 법안 제정에 있어서 대안정당이자 의회정치의 행위자로서 보여준 것이 있는가?

한국당이 주장하는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지역구로만 국회의원을 선출하자'는 선거법 개정안은 민주주의 역행법이다. 국난으로 불렸던 한일경제분쟁 국면에선 초지일관 한국정부 비판에 올인한 탓에 '자민당 한국지부당'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는 검찰 정보와 가짜뉴스에 기대 사법개혁에 관한 어떠한 전문성 검증도 견인하지 못했다.

급기야 청문회 이후로도 반등 없는 지지율 정체에 노심초사 하다가 무소속 의원이 벌인 삭발 판에 슬그머니 이름 하나 올리는 것이 황교안 정치력의 본질이자 전부다. 그가 대한민국 정부의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을 거쳐 온 정치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공안수사의 교과서라는 <국가보안법 해설>을 저술한 엘리트 공안검사 출신으로서, '삭발은 빨갱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민주화운동가를 폄훼하던 애국검사들의 문화 속에서 성장한 자신이 직접 '삭발투쟁'을 하게 됐을 때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황교안 대표의 삭발을 지켜보며 '몸빵'이 떠오른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삭발은 계속 있어 왔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도 이어져 왔다. 하지만 '삭발투쟁'은 사회정치적 약자와 소수자가 다른 정치적 수단을 갖지 못했을 때 벼랑끝 심정으로 행하는 저항과 권리의식의 상징이었다.

군부독재 시대에 감옥에 갇힌 양심수의 가족들, 오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던 세월호 유가족들, 생존과 존엄을 위해 항거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누구도 억울함을 알아주지 않았던 가습기살균피해 유족들이 그랬고, 만 18세 참정권을 요구하던 국회 앞 청소년들의 삭발농성이 그랬다.

큰 권력을 가진 이의 삭발 따라하기

삭발이라도 해야 기사 한 줄, 사진 한 장이라도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고통과 요구가 전달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약자들의 눈물과 고통은 그것 또한 바람결에 흩날려 사라지는 머리카락처럼 오래지 않아 허공의 메아리로 흩어지기는 것이 다반사였다. 어쩌면 그들이 잘랐던 것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절대 권력과 사회 차별 속에서 무너져가는 자기 내면의 무기력과 회의감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던진 것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였던 셈이다.

그런 삭발을 큰 권력을 가진 한 사람이 따라했다. 황교안 대표는 반세기 넘게 한국사회의 최고 권력을 누려온 1야당의 수장이자 한국당 110명 국회 권력의 대표이며,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을 거친 공안검사 엘리트로서 살아왔다. 그런 그가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절차가 끝난 국무위원 1인의 사임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삭발을, 그것도 공안검사 출신답지 않게 '투쟁'을 한다니 진의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삭발 다음날 대중 앞에서 선 그의 입에서 '영화배우 율브리너와 나 중에 누가 더 멋있냐?'는 식의 농담 따먹기 수준의 말이 나왔다. 황 대표 자신을 빗댄 세계적 배우 율 브리너는 뮤지컬 최고작 <왕과 나>를 생애 4525회나 열연했다. 연기력과 집중력으로 배우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거나 극단을 비우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툭하면 동물국회, 국회보이콧, 장외투쟁, 삭발정국을 일삼으며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정당의 대표가 스스로 비할 바는 아니다. 20대 국회, 특히 2019년은 대한민국 의정 사상 '정치의 실종'으로 기록될 만큼 무능하고 실력 없는 국회로 기록될 것이다. '몸빵정치'를 중단하지 않는 한국당과 황·나 두 대표는 결코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부디 삭발은 가지지 못한 이들의 것으로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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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박수진씨. 사진은 지난 5월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신질환 인정, 판정기준 완화, 피해단계 구분철폐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청와대에 손 편지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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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세월호 유가족 류경근(47)씨의 삭발 이야기다. "누군가 삭발은 목숨을 내놓겠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고 하라고 한다. 나는 이미 죽었다. 이미 죽었는데 우리 예은이에게 가지 못해 여기 있는 것이다. 진실을 밝혀달라."

2018년 3월, 18세 참정권을 외쳤던 청소년 김윤송(16)씨의 삭발 이야기다. "삭발해도 처음에만 반짝하고 잊힐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반짝이라도 우리의 절박함이 조금이라도 알려지겠구나. 단 한 사람이라도 기억하겠구나. 그래서 눈물이 났어요."

2019년 5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박수진씨의 이야기다. "자식들이 아프다는 건 어느 엄마든 가만있을 수 없어요. 태어날 때부터 아팠다면 나만 죄책감을 갖고 살 텐데 말입니다."

2019년 9월, 제1야당 황교안 대표의 삭발 이야기다. "저 황교안, 대한민국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 이 싸움에서 이겨내고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함께 해주셔야 한다."

격과 뜻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삭발, 단식, 고공농성, 파업 등은 시민 저항의 산물이자 정치 투쟁의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30년, 그리고 OECD 경제 선진국으로 발전한 대한민국에서 유독 자주 보이는 장면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의 실종' 혹은 '의회의 오작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갈등과 다양한 이해를 타협하고 조정해가는 게 정치 본연의 기능이자, 의회 정치의 요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을 사회적 약자의 위치, 피해자 코스프레로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본다.

거두절미하고 국회로 돌아가라. 제1야당의 대표가 있어야 할 곳은 청와대 앞이 아니라 국회다. 잘라야 할 것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적폐의 싹이다. 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자진 삭발'이 아니라 국회보이콧으로 낭비한 세비 '자진 삭감'이다. 또한 한국당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역사왜곡, 가짜뉴스, 혐오뉴스의 '삭제'다.

부디 몸빵정치 말고 정책정치를 하자. 부끄러움은 왜, 늘 국민의 몫이어야 하는가.

오태양 기자(oty43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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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미래당(우리미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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