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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직격탄 美 '팜 벨트' 트럼프 텃밭에 中협상단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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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고위 협상 앞서 19일 실무협상

中, USTR대표 안내로 피해 농가 면담

진전없는 협상, 트럼프 지지층 달래기

비교적 합의 쉬운 농업에서 해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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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대두 농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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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가까이 멈춰선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양국 무역협상단은 워싱턴에서 다음 달 열릴 고위급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19일(현지시간) 시작했다.

이틀 일정으로 진행되는 실무협상을 마치면 중국 고위 관료들은 미국 중부 곡창지대인 몬태나주와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무역전쟁 피해 농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CNBC 방송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측 무역협상단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관료들과 함께 농장 지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미ㆍ중 무역전쟁 개전 이후 양측 협상단이 무역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현장을 함께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쥔 중국 농업농촌부 부부장 등 중국 관료들은 미 농업 생산 실태를 살펴보고 미국 농부들과 마주 앉아 대화할 예정이라고 CNBC는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이후 미국산 농산물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국가 차원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 중국 수출 길이 막힌 미국산 농산물은 창고에 쌓였고, 재정난을 겪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 관료들의 농가 방문은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기반 민심을 달래주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ㆍ중 무역협상이 당장 타결되지 않더라도 농민들에게는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선 밑질 게 없는 일정이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미국이 상당한 물량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홍보했으나 현재까지도 구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은 “중국이 구매를 '고려'하겠다고 했지 사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 잡기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 측의 요구로 이번 방문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아직 결실이 없는데도 농부들은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몬태나주의 한 농부는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 대표단이 몬태나를 방문하고, 미국과 중국 간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미ㆍ중은 비교적 접근이 쉬운 농업 문제부터 풀어나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농업은 무역협상 의제 가운데 양국 간 이견이 가장 적은 분야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에 더 많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요구해왔고, 중국은 구매 시점과 물량에 대한 결정권을 중국에 맡겨주면 농산물 구매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고, 트럼프 지지층이 밀집한 농업 지대 민원을 해소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기술 강제 이전 금지같이 중국의 산업ㆍ기술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 요구보다는 실행에 옮기기 쉽고 국내 저항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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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협상대표단이 19일 미국 워싱턴 미 무역대표부(USTR) 를 떠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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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랴오민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은 30명의 협상단을 이끌고 백악관 인근에 있는 미 무역대표부(USTR) 청사에 도착해 미국 측 실무협상 대표인 제프리 게리시 USTR 부대표와 협상했다.

양측은 농업 문제에 두 세션을 배정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기술 강제 이전 금지 문제는 한 세션을 배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밀 등 농산물 구매를 중국이 대폭 늘리는 데 협상의 초점이 맞춰졌을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 결과를 예측하기는 이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무역 적자뿐만 아니라 큰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한다. 대두를 좀 더 사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다음 달 초 워싱턴에서 열리는 고위급 무역협상에는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그리고 류허 중국 부총리가 참석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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