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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어리석은 질병?…부정적 용어 사용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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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란 병명, 한자로 '어리석다'는 의미

"모멸감 느껴 조기검진 어렵게 만들어"

시민·전문가 10명중 4명 "거부감 느껴"

용어개정 법안은 2년째 국회에 계류중

뉴시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2018 치매극복의 날 행사가 열린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노인들이 놀이를 통한 치매예방 체험을 하고 있다. 2018.09.06.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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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치매 국가책임제가 시행 2주년을 맞으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의료비·돌봄 부담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어리석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치매(癡?)'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와 일선 현장에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치료 문턱을 낮추기 위해 병명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에는 현행법상 치매 용어 변경을 골자로 한 치매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건 계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2017년 7월과 9월 대표발의한 법안들로, '치매'라는 법적 용어를 각각 '인지장애증'과 '인지저하증'으로 바꾸자는 내용이 골자다.

대체 용어는 다르지만 제안 배경은 같다. 치매라는 용어가 '어리석다'는 뜻의 '치(痴)'와 '매(?)'란 한자로 쓰이고 있어 환자와 가족에게 모멸감을 주고 편견을 유발하고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화에 따른 인지 저하로 나타나는 여러 질병 특성을 왜곡한다는 우려도 포함돼 있다.

'치매'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란 뜻의 영어 '디멘시아(dementia)'를 일본에서 번역하면서 비롯됐다. 하지만 일본에선 치매가 이상한 사람, 격리 대상 등 차별적 용어로 쓰여 치매 조기 발견이 어려워진다는 판단 아래 2004년 후생노동성 주도로 국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인지증(認知症)'으로 병명을 개정했다.

한자 문화권인 대만(2001년)은 '실지증(失智症)', 홍콩(2010년)과 중국(2012년)은 '뇌퇴화증(腦退化症)' 등으로 달리 쓰고 있다.

한국에서도 학계를 중심으로 치매라는 병명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 등으로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738만9480명) 중 10.16%인 75만488명이 치매 인구로 추정되는 만큼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홍 서울 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란 용어가 부정적으로 쓰이다 보니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어 치매란 용어 자체를 거론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 바로 모시고 가야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만큼 병원 문턱을 낮추는 측면에서라도 대체 용어 개발 논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 의뢰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수행한 '제3차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 1000명 중 39.6%와 전문가 423명 중 39.9%가 '치매'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부감이 드는 이유로 일반인(48.2%)과 전문가(39.6%) 모두 '질환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일반인은 '질환이 불치병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이유가 31.3%로 뒤를 이었으며 전문가들은 '질환에 대한 편견'을 걱정하는 비율이 30.2%를 차지했다.

물론 병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폭넓고 충분한 논의는 필요하다.

우종인 한국치매협회 회장은 "일본에서 사용하는 '인지증'이란 병명은 학문적으로 보면 지나치게 광범위한 면이 있어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면서 "치매 전문가뿐만 아니라 언어학계는 물론 일반 시민 등을 포함해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관건은 얼마나 공감대를 이끌어내느냐다.

앞선 2014년 조사에서 전문가의 49.4%는 병명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9.7%)거나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39.7%)고 답했으나 일반인은 22.3%만이 변경에 찬성했다.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률(22.8%)과 비슷한 규모다. 일반인 절반 이상(52.3%)은 '유지하든지 바꾸든지 무방하다'고 답했다.

병명을 유지하자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현재 사용하는 용어가 대중에게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이란 답변이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가장 많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관련 법안 발의 이후 병명 변경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치매 사업을 소관하는 복지부도 병명 개정은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다른 용어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다"라면서도 "병명 개정 의견을 접수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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