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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中, 돈풀기 경쟁… 무역분쟁이 통화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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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급준비율 낮추자 美 금리인하… 연준 0.25%P 인하에 트럼프는 불만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백악관에서 자신이 연준의장으로 지명한 제롬 파월의 연설을 바라보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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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세계경제 위기 상황이 통화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은 견실한 경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 대응을 명분으로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중국도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춰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교역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계산이 깔린 경쟁적 조치다. 여기에 유럽과 일본도 통화 완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전선은 확대되는 양상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낮췄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인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결정을 향후 경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성 인하’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성장세 약화, 미중 무역분쟁 등 위험 요소로 인해 경기가 하강할 경우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중국도 맞불을 놓고 있다. 인민은행은 16일부터 금융기관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했고 일부 중소은행에 대해선 기업 대출 촉진을 위해 11월까지 최대 1.50%포인트 떨어뜨리기로 했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로 9,000억위안(151조원)이 시중에 추가로 풀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와중에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6일 “중국 경제가 6% 이상 성장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며 중국이 결국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장 전망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통화전쟁을 부추기는 장본인 중 하나다. 달러화 가치를 떨어트려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중국ㆍ유럽에 대한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얻길 원하는 그는 ‘강한 달러’에 대한 불만을 빈번하게 내비치며 연준의 대폭적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그는 이번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대해 “연준은 비전도 배짱도 없는 끔찍한 소통자”라고 맹폭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이 금융위기 이래 처음으로 1달러당 7위안을 넘도록(위안화 가치 하락) 방조하자 중국을 즉각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무역분쟁에 환율분쟁을 동원해 상대국을 압박한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두드러졌던 1930년대 대공황기, 1971년 달러와 금의 교환을 중단한 ‘닉슨 충격’, 1980년대 미일 무역분쟁이 모두 환율 조정, 즉 달러화 절하와 여타국 통화의 절상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준이 적극적 통화 완화로 대통령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이날 “무역과 관련된 불확실성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무역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추가 통화완화에 대한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FOMC 위원 개개인의 향후 기준금리 예상치를 표시하는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하를 예측한 위원은 7명, 동결은 5명, 인상은 5명으로 크게 분열됐다.

미국이 약달러를 도출할 만한 현실적 수단도 부족하다. 무역분쟁이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을 강화하며 역설적으로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데다가,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도 경기 둔화에 대응해 공격적인 통화 완화 기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19일 기준금리(-0.1%)를 동결하면서도 10월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배리 아이컨그린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전쟁을 일으키려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더라도 여타 국가 중앙은행의 공조가 없으면 막대한 비용만 쓰고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이날 “미리 정해진 (통화)정책 방향이 없다”며 “지금은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시기이고, (연준 내에) 관점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당장 주요 국제투자은행(IB)들은 연준의 결정을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금리인하’로 규정하며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없거나 1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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