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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World People] 샌드위치 심부름했던 보좌관
네타냐후 총리 운명 손에 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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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석, 극우당 대표 리에베르만

이스라엘 총선 과반 정당 없어 차기 총리 캐스팅보트 행사

네타냐후는 청백당에 연정 제안

조선일보

/로이터 연합뉴스


17일(현지 시각)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 결과(97% 개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을 필두로 한 우파 연합이 55석, 베니 간츠 대표의 청백당을 중심으로 한 중도-좌파 진영이 57석을 가져갔다. 두 진영 모두 120석 중 과반에 못 미쳤다. 나머지 8석은 여당 진영도 야당 진영도 아닌 이스라엘베이테누당이 차지했다. '킹메이커' 베이테누당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차기 이스라엘 총리가 결정되는 형국이다.

공교롭게도 베이테누당 창립자이자 대표인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61·사진)은 과거 네타냐후의 와이셔츠와 샌드위치를 준비해 주던 보좌관 출신이다. 하레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18일 "네타냐후 시중을 들던 리에베르만이 네타냐후 시대의 종말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리에베르만은 이스라엘 명문 히브리대를 다니며 반아랍 극우 학생단체에서 활동하다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거칠고 강한 우파 신념을 가진 리에베르만은 엘리트 정치인 코스를 밟아오던 네타냐후의 눈에 들었다. 1988년 네타냐후의 선거 운동원으로 발탁됐고, 네타냐후가 당 대표와 총리로 승승장구할 때 선거 유세장을 섭외하고, 와이셔츠 등을 준비해 두는 보좌관으로 일했다. 리에베르만의 후임 보좌관은 당시 두 사람의 관계를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며 전국을 누빈 사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1998년부터 둘은 갈라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에 강성 반아랍 성향인 리에베르만이 반대해서라고 알려졌다. 리에베르만이 당내 '왕따'를 당했지만 네타냐후가 방어해 주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리에베르만은 한 TV쇼에서 "그들(당원들)은 나를 마치 깡패나 러시아 마피아로 보고, 짐꾼 출신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를 떠나서도 리에베르만은 살아남았다. 극우 정당 '베이테누당'을 만든 뒤, 이집트 대통령에게 "지옥이나 가라"거나 아랍계 정치인을 처형시키자는 등 폭탄 발언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우파 연립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국토부 장관 등으로 임명되며 입지를 다졌고, 2009년 네타냐후가 다시 총리가 됐을 때에는 부총리에 올랐다.

지난 5월 둘은 다시 갈라졌다. 리에베르만이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네타냐후는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다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리에베르만은 네타냐후의 목줄을 쥐게 됐다. 뇌물수수와 배임 등 3건의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네타냐후는 다음 총리가 되지 못하면 피의자 신세로 떨어질 수 있다. 리에베르만은 18일 "리쿠드당, 청백당, 베이테누당이 모두 합친 대연정을 이루자"고 제안하며 꽃놀이패를 흔들었다. 네타냐후는 19일 청백당 간츠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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