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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 IN 뉴스] “욱일기는 정치적 선전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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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올림픽장관 발언 ‘전혀 사실 아님’

세계일보

2020년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앞두고 ‘욱일기’ 관련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올림픽 선수 출신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신임 일본 올림픽상(장관)은 지난 1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도쿄올림픽 경기장에 욱일기 반입금지를 요청한 것을 두고 “욱일기가 정치적 의미에서 결코 선전(물)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시모토 장관 말대로 욱일기는 정치적 선전물이 아니라고 볼 수 있을까? 따져보니 욱일기는 역사적으로 일본의 군국주의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국제적으로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이를 정치적 선전물로 분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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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욱일기’ 논란’···올림픽 장관은 “정치적 선전물 아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두고 욱일기 반입과 관련된 설전은 계속됐다. 지난달 28일 한국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이하 도쿄조직위)에 욱일기를 경기장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라고 요청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외교부도 욱일기 사용 불허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도쿄조직위는 “욱일기는 일본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깃발을 게시하는 것 그 자체가 정치적 선전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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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더 강경하게 대응했다. 문체부는 지난 11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욱일기 사용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사용 금지를 요청했다. IOC는 일본 NHK 방송에 “한국 측의 서한을 받았다”고 확인한 뒤 “IOC는 그동안 경기장이 어떠한 정치적 주장의 장소도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대회 기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별적으로 판단해 대응하겠다”고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앤드류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도 지난 12일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금지를 요구하는 한국 측 문서를 어제 받았다”며 “정치와 스포츠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IPC는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하는 특별한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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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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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슨스 위원장은 이어 패럴림픽에서 선수들에게 수여할 공식 메달이 욱일기를 연상케 한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패럴림픽 메달은 일본 부채의 이미지를 반영한 것이다”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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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사용한 군기다.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 가운데 적색 원에서 16개의 햇살이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형상화한 모양이다. 1870년도부터 일본제국 육군기로 사용됐으며, 이와 비슷한 깃발이 일본제국 해군 군함기로 사용됐다. 욱일기는 2차대전 일본의 패전 직후 군이 해산되면서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가 1954년 자위대 창설과 함께 약간 변형된 모양으로 등장해 다시 육상과 해상자위대 깃발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즉 욱일기는 일본에 식민지배를 당한 국가에는 일본군의 침략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나 반감이 커서 비슷한 문양을 두고도 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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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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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주의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나치의 전범기 ‘하켄크로이츠’와 비교되기도 한다. 독일은 자체적으로 전범기 사용을 범죄로 규정하고 피해국에 예를 표하고 있다. 일본은 독일과 비슷한 상황임에도 군대 이외의 곳에서도 종종 욱일기를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국제 행사 때마다 등장시킬 뿐 아니라, 이제는 올림픽에서까지 이를 제지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욱일기와 비슷한 문양을 과거부터 사용했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했고, 침략을 당한 국가에서는 아직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욱일기를 정치적 선전물로 분류한 바 있는 국제기구들

이런 논란으로 욱일기는 이미 여러 국제기구로부터 정치적 선전물로 분류된 바 있다. 작년 5월 국제축구연맹(FIFA)이 운영하는 2018 러시아월드컵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욱일기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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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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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상 속 사진에는 얼굴에 욱일기 모양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한 일본인 응원단의 모습이 등장했다. 이에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와 연구팀 등 한국 팬은 FIFA와 해당 계정에 즉각적으로 항의했고, 게시물은 9시간 만에 삭제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17년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사용한 일본 축구팀에 벌금 처분을 내린 사례가 있다. 2017년 AFC 리그전 때 욱일기 응원을 한 가와사키 프론탈레팀에 대해서 “욱일기는 차별적인 메시지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징계를 내린 것이다. 따로 욱일기를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국제경기에서 이를 제재할 만한 근거를 가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AFC는 FIFA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든 인종적으로든 상대편을 비방하는 선전물을 금지하는 규정에 욱일기가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올림픽에서도 응원 도구 등으로 욱일기가 사용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11년 전 베이징 올림픽 땐 일본 정부가 나서서 ‘욱일기 금지’

11년 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일본 정부가 나서서 욱일기를 금지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의 반일감정 격화를 두려워한 일본 정부는 중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에게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소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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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8일 자 로이터통신 기사를 보면 주중 일본 대사관은 베이징 올림픽을 보러 온 관광객들에게 욱일기를 가지고 입장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지침을 내렸다. 당시 주중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관광객을 위한 안전 지침에서 옛 군사 깃발(욱일기)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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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홈페이지 갈무리


로이터통신은 대사관 지침에 ‘정치, 민족 또는 종교적 성격의 깃발은 올림픽 경기장에서 금지되어 있다’거나 ‘전쟁의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품을 보여주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The embassy guideline notes that flags and banners of a political, ethnic or religious nature are banned at Olympic venues and discourages Japanese tourists from showing items that could conjure up bitter memories of the wartime past, which still haunt Sino-Japanese ties six decades later). 주중 일본 대사관의 입장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별개라고 볼 수 없다. 역사적인 문제로 욱일기 반입을 제재한다는 내용의 해당 지침은 이번 도쿄조직위의 결정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불과 11년 전에는 올림픽에서의 욱일기 사용이 정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인정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올림픽 장관의 발언은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분명히 욱일기는 정치적 선전물에 해당하며, 올림픽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현은 인턴기자 jang54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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