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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주인공=772명 학도병"..'장사리' 김명민, 분량 욕심無 선배의 자세 (종합)[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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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하수정 기자]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명민이 자신의 분량보다 학도병이 조명된 점에 대해서 "철저하게 학도병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이 영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전혀 섭섭하지 않다고 했다.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는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주연 김명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명민은 극 중 출중한 리더십과 판단력으로 유격대를 이끄는 리더 이명준 대위를 연기했다. 772명의 학도병들과 함께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뒤, 상륙 직전 태풍에 배가 좌초될 위기를 겪는 등 상륙한 해변에서부터 인민군들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난관에 봉착하지만 최선을 다해 작전을 성공시키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실존 인물 이명흠 대위를 모델로 영화 속 캐릭터가 탄생했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김명민 외에도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최민호, 김성철, 김인권, 곽시양, 이호정, 장지건, 이재욱 등이 열연했다. 여기에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통해 단숨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급부상한 메간 폭스가 종군기자 매기 캐릭터를 소화했다. 평소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국 작품에 출연했다.

공동 연출을 맡은 곽경택 감독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출연을 결정한 김명민은 "감독님이 메가폰을 늦게 잡으셨는데, 나도 그 시기에 들어갔다. 나 역시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들어갔다. 솔직히 아무런 역사적 사료도 없고, 이 역할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앞이 깜깜하더라. 잘 모르는 역사와 캐릭터를 맡았다가 본전도 못 찾을까 봐 걱정했는데, 그 분들을 보면서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곽 감독님이 고증에 입각해 얘기해주셨고, 나도 모르게 오기가 생겼다. '왜 나는 이런 역사를 모르고 살았을까' 싶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김명민은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연기했지만, 자신만의 이명준 대위를 완성했다. 곽경택 감독은 그런 김명민을 위해서 더 많은 역사적 자료가 있었지만, 배우에게 다 보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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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은 "이명흠 대위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죄책감에 시달렸고, 그 이후에는 사형이 선고됐다. 물론 나중에 면책돼 여생을 아이들에게 군벌 줄을 지급해주면서 살았다고 하더라. 이게 감정적인 영화로 가면 끝이 없다. 그래서 감독님과 리더의 모습만 끝까지 보여주자고 합의했다. 그게 이 영화에서 할 최선의 몫이었다. 감독님이 너무 많은 자료를 알게 되면, 배우의 방향성이 달라질까 봐 안 보여주셨는데, 그래도 얘기 안 해주신 건 잘못하셨다.(웃음) 최근 라디오에서 그 말을 훅 던지셔서 깜짝 놀랐다"며 귀여운 배신감을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지난 18일 언론시사회 이후 호평을 받고 있다. 김명민은 "전쟁영화를 생각하면 한 쪽으로 치우친 편협할 것 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런 영화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꾸려진 것 같다"며 "그리고 전쟁영화에서는 히어로를 내세우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게 또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지만, 학도병 772명이 주인공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영화를 잘 보면, 보조 출연자들의 얼굴까지 따라간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거구나' 느낄 수 있다. 어리고 나약한 민초들이 나라를 지켰고, 촬영하는 내내 통감할 수 있었다. 몸은 고통스러웠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칫 잘못하면 자극적이고 실감나는 설정을 보여주려고 스펙타클하게 연출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취지에서 벗어난다.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장사리 사건, 터널 봉쇄, 퇴각까지 학도병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던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 같아 참여한 배우로서 만족한다"고 했다.

'장사리'는 기존 전쟁영화와 비교하면 분량이 짧은 편이다. 총 러닝타임은 104분으로 2시간이 채 안 된다. 편집 과정에서 감정 과잉을 비롯해 불필요한 장면들이 삭제돼 김명민의 분량도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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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게 감독님이 원하는 밸런스"라며 "인물마다 이 사연, 저 사연 하나 하나 부여하고 조명하면 무조건 2시간 넘어야한다. 그러면 다른 영화와 비슷했을 것 같다. '장사리'는 다큐멘터리 느낌도 난다. 솔직히 내 욕심만 생각하면 아쉽지만, 스스로 묵혀야 된다. 배우 입장에서 분량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나. 그런데 이 영화 자체로 보면 편집된 게 낫다. 감독님도 미리 말씀해주셨다. '미안합니다. 날렸습니다' 하시더라.(웃음) 원래 곽 감독님이 선택을 빨리 하시는 편이다. '좋으니까 한 번 더', 이런 게 없다. '오케이' 하면 끝이다. 그래서 작업할 때 더 좋았다"며 웃었다.

또한, 김명민은 "촬영하면서 학도병 친구들을 바라볼 때 짠했다"며 "사실 배우로서 욕심이 생기면,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그런데 '장사리'에는 안 맞는다. 다 덜어내야 했다. 철저하게 학도병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호는 입대까지 미루면서 참여했는데, 정말 장하다. 자신의 성공이 아닌 배우로서 가진 영향력을 의미 있는 작업에 쓴 것 같다. 여자인데도 상고 머리를 하고 출연한 호정이를 포함해 많은 배우가 고생했다. 그들이 우리 영화의 주인공"이라며 공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김명민은 흥행에 대해 "책임감은 느낀다. 잘 됐으면 좋겠지만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오직 '흥행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장사리' 하면서 더 인기 끌려고 했겠나. 곽 감독님을 향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이 얘기를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 김태훈,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필름295, 제공 워너브러더스픽쳐스 한국투자파트너스㈜,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은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 역사에 숨겨진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된 장사상륙작전을 그린다. 한국전쟁 중 기울어진 전세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었던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양동작전으로 진행된 장사상륙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오는 25일 개봉.

/ hsjssu@osen.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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