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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눈치보랴, 청년 챙기랴…'정년연장' 또 물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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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년연장 검토 안해…고용연장 추진"

부처내 이견…기업·세대갈등 부담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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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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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 = "정년연장 문제는 학계를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당장 시행하겠다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18일 인구대책을 발표한 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초고령사회를 코 앞에 두고 '발등의 불'이 떨어진 한국 경제를 구할 대책이라며 내놓은 정부의 중장기 대응방안에 정작 가장 핵심인 '정년연장'이 부처간 이견으로 문구조차 포함되지 못하자 '알맹이 없는 대책'만 나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안으로 제시한 계속고용제도와 함께 노인기준 연령 상향 등 민감한 과제 역시 도입 시기를 다음 정권으로 미루면서 정부가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18일)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통해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기업이 Δ재고용 Δ정년연장 Δ정년폐지 중 고용연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선택하는 방식'이라는 단서 조건을 달긴 했으나 제도가 도입될 경우 60세 이상 노인 근로자가 정년연장 방식 등을 통해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년연장제도 도입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계속고용제도가 정년연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는 "정부는 정년연장과 계속고용제도 도입 시기를 검토한 바 없다"며 "다만 정년연장이 아닌 재고용 등 계속고용제도에 관한 논의는 노동시장 여건, 고령화의 심화 등을 고려해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정년연장 문제에 선을 긋고 나선 것은 정부 내에서도 의견조율이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대책 발표 전날인 17일 저녁 막판까지 다음 날 발표될 대책에 '정년연장'이란 문구를 넣을지 말지를 놓고 부처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전날 정년연장이 빠진 데 대해 "정부 내부에서 부처간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정책 과제화되지 않았다"고 실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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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4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을 바탕으로 한 범정부 인구정책 TF 대책 등이 논의됐다. 2019.9.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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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법정 정년은 지난 2013년 5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됐다. 이전까지 정년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정년이 강제조항이 아닌 사업주의 노력에 해당되면서 많은 기업들은 55세 또는 58세를 정년으로 삼아왔다.

2000년대 고령화사회에 대한 경고음이 켜지면서 정년연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때마다 정년연장을 가로막은 것은 청년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와 비용부담을 걱정하는 기업들의 반대였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3년 법개정 당시 정년연장이 청년 신규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있었으나 300인 이상 기업에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된 근로자의 수는 정년연장 시행 후인 2017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비용부담의 경우 당시 정부가 병행해 실시한 임금피크제와 고용지원금 등으로 상쇄됐다.

정부의 이번 대책발표로 정년연장 문제는 또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시기가 문제다. 정부가 밝힌 것처럼 2022년부터 계속고용제도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경우 결국 문재인 정부가 아닌 다음 정권으로 공이 넘어가게 된다. 법제화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경우 정책이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가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고령층을 계속 고용하는 데 대한 기업들의 생산성 하락 문제와 비용부담 문제로 정년연장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정년연장 문제와 함께 노인기준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상향하는 문제도 정부가 장기과제로 분류하며 단기내에 시행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부는 4대 전략 중 마지막 복지지출 증가 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노인 기준연령의 장기적 조정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노인을 규정하는 연령 기준은 만 65세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 증가와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노인연령 문제는 지하철 요금 무료혜택과 같이 재정문제와도 직결된다. 무임승차권이 주어지는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상향할 경우 지자체의 비용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60세로 정년연장을 한 것도 법제화를 마치는 데 20여년이 걸렸다"며 "정년연장 문제는 학계를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당장 시행하겠다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청년고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 정년연장을 검토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청년고용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정년연장 문제를 꺼내들 경우 기업부담으로 이어져 경제상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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