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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통령 자리도 '정년' 필요한가… 미국에서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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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나이 80에 대통령직 어려워" 발언 '파장' / 美역사상 80대 대통령은 없어… 78세 레이건 최고령 / 바이든·샌더스, 당선 시 80대 나이에 대통령직 수행 / 韓, 정치인들 美보다 젊어… '카터의 우려' 적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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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뉴시스


“외교 분야에서 내가 직면한 상황들을 80세에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95세라면 불가능하다. 나는 지금 걷기도 힘들다.”

올해 95세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24년생인 그는 1977년 53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대통령에 취임해 57세가 된 1981년 물러났다. 재임 중엔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퇴직 후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노벨평화상(2002)을 받았다.

◆바이든·샌더스, 당선 시 80대 나이에 대통령직 수행

18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은 최근 대중과 만난 자리에서 “2020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검토해봤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80대 나이에 대통령직 수행은 어렵고, 더군다나 95세가 된 지금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약간의 농담을 섞어 답변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며 이목이 집중됐다.

실제로 미국 역사상 80세를 넘긴 나이에 대통령직을 수행한 이는 없다. ‘최고령 대통령’의 기록을 세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9년 8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어났을 때 그의 나이가 78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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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TV 토론에서 맞붙고 있다. 뉴시스


1946년생으로 2017년 취임 당시 73세였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도 ‘고령 대통령’의 이미지가 비교적 강한 편이다. 하지만 그가 내년 재선에 성공해 오는 2025년까지 재임한다고 쳐도 퇴직 때 79세로 80세를 넘기진 않는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발언이 화제가 된 건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의 ‘맞수’인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들이 대체로 나이가 많아 혹시 당선이 되면 임기 중 80세를 넘겨 그의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이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올해 77세인 그가 내년 대선에 이겨 2021년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이미 79세가 돼 있을 전망이다. 임기 2년차에 이미 80대에 접어든다는 얘기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전 대통령보다 한 살 더 많아 올해 78세다. 두 사람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80대 나이에 대통령직 수행은 어렵다’는 카터 전 대통령의 경험담이 과연 맞는지 실험대 위에 오르는 셈이다.

◆韓, 정치인들 美보다 젊어… '카터의 우려' 적용 안돼

한국은 어떨까.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80대 나이에 대통령직을 수행한 인물은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 한 명뿐이다. 1875년생인 그는 73세이던 1948년 대통령에 취임해 12년 가까이 재직하고 85세가 된 1960년 4·19 혁명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대통령 말고 고령의 대통령 하면 ‘민주화 투사’였던 김대중(DJ), 김영삼(YS) 두 전직 대통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1998년 74세의 나이로 대통령에 오른 DJ는 79세가 된 2003년 5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 80대를 넘기진 않았다. 1993년 66세의 나이로 대통령에 오른 YS는 5년 임기를 마치고 1998년 물러났을 때 아직 71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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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연합뉴스


한국의 경우 카터의 우려처럼 ‘대통령직 수행이 어려운’ 80대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SBS가 실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차례로 1, 2, 3위를 차지한 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그리고 조국 법무부 장관은 각각 67세, 62세, 그리고 54세로 아직 젊다.

2017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문재인 현 대통령에게 져 고배를 마신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각각 65세, 57세에 불과해 ‘차기’를 노려볼 만하다.

1944년생으로 올해 75세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여전히 대선 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그는 최근 “대권 도전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바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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