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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년새 지적장애女 2명 암매장…셰어하우스 비극 6가지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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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경찰서, 살인·사체유기 남녀 5명 검거

익산 원룸서 살해…경남 거창 야산에 유기

지난해 군산서도 원룸 동거녀 폭행·암매장

두 사건, 공동생활·SNS·최연소 등 판박이

중앙일보

전북 익산의 한 원룸에서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중 1명이 19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군산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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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를 앓던 20대 여성이 원룸에 함께 살던 동거인들에게 폭행당한 뒤 숨졌다. 동거인들은 여성이 숨지자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했다. 부모는 경찰에 “아이가 가출했다”고 신고했지만, 딸은 두 달 만에 주검으로 돌아왔다.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지적장애 동거녀 암매장 사건’의 전말이다.

이 사건은 1년 전 전북 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군산 원룸 동거녀 살해·암매장’ 사건과 비슷한 점이 많다.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경찰 수사로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공통점이 상당수다.

①피해자가 가출한 지적장애 여성 ②남녀 여럿이 원룸에서 공동으로 생활 ③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만남 ④피해자가 동거인 중 나이가 제일 어리고 약해 집에서 허드렛일을 했고 ⑤살해되기 전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동거인들에게 수시로 폭행당한 점 ⑥살인 현장에 있던 나머지 동거인들이 시신 유기를 도운 점 등이 유사하다. 두 피해 여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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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원룸에서 함께 살던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동거인들이 경남 거창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하는 데 이용한 승용차가 18일 군산경찰서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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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경찰서는 18일 “원룸에 함께 거주하던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A씨(28) 등 5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달 18일 전북 익산의 한 원룸에 함께 살던 B씨(20·여)를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134㎞가량 떨어진 경남 거창군의 야산에 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 5명은 지난 15일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던 C씨(31·여)가 군산에 있는 친구 집에 가자 C씨를 억지로 차량에 태워 다시 익산 원룸에 가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현장에 있던 C씨가 신고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사건은 지난 15일 C씨 어머니가 경찰에 “딸이 누군가에게 납치됐다”고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C씨 어머니는 딸의 친구 어머니가 C씨가 사라진 사실을 전화로 알리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신고 당일 익산 원룸에 숨어 있던 A씨 등 4명을 긴급체포하고, C씨를 구조했다. B씨처럼 지적장애가 있는 C씨는 다행히도 다친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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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원룸에서 함께 살던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동거인들이 경남 거창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하는 데 이용한 승용차 내부 모습.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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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17일 대전으로 달아났던 나머지 피의자(29)도 검거했다. 이 남성도 지적장애가 있었다. 경찰은 A씨 등 남성 2명에게 살인과 사체유기, 시신 암매장을 도운 나머지 동거인 3명에게는 사체유기 혐의만 적용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혐의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범행 동기와 수법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납치된 C씨와 일부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A씨 등 2명을 B씨를 살해한 피의자로 지목했다.

조사 결과 A씨 등 7명(남 3명·여 4명)은 방 2개짜리 원룸(24㎡)에서 생활했다. 일종의 셰어하우스 형태다. 이들은 교도소 동기와 군산 등에서 알고 지낸 선후배, 사실혼·연인 사이라고 한다. 4월부터 익산의 원룸에 모여 살다 7월 20일 사건이 발생한 다른 원룸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B씨는 A씨 등과 페이스북 친구 맺기로 알게 됐다고 한다. A씨 등은 대구에 머물던 B씨를 지난 6월 익산 원룸에 데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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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의 한 원룸에서 함께 살던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이 지난 18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군산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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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고향인 B씨는 평소 가출이 잦았고, 지난 7월 19일 B씨 가족은 “딸이 가출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 등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숨지기 전까지 B씨에게 폭언·폭행을 일삼았다. 경찰은 이들에게 상습폭행 혐의도 추가하고 A씨 등 4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가담 정도가 가벼운 동거녀 1명(24)은 불구속 입건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영장 담당 장한홍 부장판사는 18일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살인 혐의를 받는 A씨 등 2명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사체유기 등의 혐의를 받는 남성(32) 1명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수사에 협조하고 있고,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나머지 1명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다.

경찰은 익산 원룸에서 성매매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 이 부분도 수사를 시작했다. A씨 등은 애초 성매매 조건으로 B씨를 원룸에 데려왔지만, 실제로 시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청소 등 집안일을 시켰다고 한다. 군산경찰서 관계자는 “동거인들이 숨진 여성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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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사건을 수사중인 군산경찰서.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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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과 닮은 ‘군산 원룸 동거녀 암매장 사건’의 피고인 5명은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1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D씨(24) 등 2명은 지난해 5월 12일 군산의 한 원룸에서 지적장애 3급 여성 E씨(당시 23세)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D씨는 E씨를 성폭행하고 함께 지내던 지인들과 E씨의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E씨는 D씨를 포함한 5명과 지난해 3월부터 원룸에서 함께 살았다. 고교 졸업 후 여러 차례 가출했던 E씨는 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던 고향 친구 F씨가 “같이 살자”고 권유하자 원룸에 합류했다. 직업이 없던 C씨가 집안 살림을 맡았고 D씨 등 나머지 동거인들은 노래방 웨이터나 도우미로 일했다.

E씨는 당시 원룸에 모여 살던 동거인 중에서 나이가 제일 어렸다. 나머지는 부부이거나 연인 사이였다. E씨는 수시로 이들에게 맞았다. 집안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숨진 날도 ‘청소와 빨래를 잘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E씨는 “몸이 너무 아프다. 살려 달라”고 호소했지만, 끝내 외상성 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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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의 한 원룸에서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중 1명이 19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군산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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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씨 등은 E씨가 숨지자 같은 날 원룸에서 20㎞ 떨어진 군산시 나포면의 한 야산에 시신을 묻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폭우로 암매장지 토사가 유실되자 시신을 군산시 옥산면의 다른 야산으로 옮겼다. 시신 부패가 빠르게 이뤄지도록 화학물질을 뿌리기도 했다. E씨 부모는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지난해 3월에 이어 7월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지만, 이미 E씨가 숨진 지 두 달 뒤였다.

군산=김준희·진창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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