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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일단 살아남아야"…LG 디스플레이 고강도 구조조정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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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연말까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능력(캐파)과 인원을 각각 20% 가량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이 잠식한 LCD 시장에서 탈피해 한 단계 더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주력을 전환하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짊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주력 계열사의 사업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LG그룹 차원의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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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2019 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65인치 커브드 UHD OLED 4장을 이용해 만든 장미꽃 형태의 조형물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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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18일 "중국 경쟁 업체의 과잉생산으로 LCD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연말까지 경기도 파주 7세대와 8세대 생산 라인의 가동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CD 7세대(1870× 2200mm)나 8세대(1950×2250m) 라인에서는 50인치 이하용 TV 패널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최근 LCD TV의 경우 60인치 이상이 대세가 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사이즈가 작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LCD 라인의 가동을 아예 멈추겠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가 두 라인의 가동을 중단할 경우 연말까지 LCD 패널 생산은 약 100만장이 줄어든다.

이와 동시에 LG디스플레이는 전체 임직원의 약 20% 가량인 5000여 명의 인력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3일부터 접수받는 희망퇴직은 정확한 인원이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먼저 LCD 분야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뒤, 회사가 계획한 숫자에 못미칠 경우 전체 임직원으로 희망퇴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LG디스플레이가 약 5000명을 희망퇴직 시키고, 1인당 평균 연봉 7200만원 기준으로 30개월치의 위로 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약 4000억~5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에도 정확한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약 3000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인력 감축에 이어 사업별로 임원·담당 조직을 축소하는 조직 개편에 착수한다. LCD에서 OLED로의 사업 전환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6일 'OLED 전도사'로 불렸던 한상범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LG화학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정호영 사장을 새 대표로 선임했다. 정 사장은 구광모㈜LG 대표 체제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권영수 부회장이 LG 디스플레이 대표를 하던 시절, 같은 회사 CFO를 하면서 호흡을 맞춘 사이다. 정 사장의 선임에 그룹 대표 선수인 LG디스플레이를 속히 턴어라운드 해야 한다는 그룹 최고위층의 강한 의지가 실려 있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그동안 OLED 기술 안정화에 방점을 둬왔다면 앞으론 스마트폰 용이든 TV 용이든 가리지 않고 OLED 패널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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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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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LCD 분야에서 추격해오는 중국 기업들을 따돌리기 위해 한 세대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OLED에 투자를 집중해왔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LCD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했지만, LG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은 수율과 대형화에 어려움, 중국 광저우 공장이 미뤄지는 등의 문제로 실적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96.2%가 줄었고, 올해는 1분기와 2분기에 연속 손실을 내며 적자 규모가 5000억원대로 불어났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이 낮은 작은 크기의 LCD 생산량을 줄이고, 이달부터 광저우 공장에서 OLED 생산을 본격화하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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