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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Tech & BIZ] 오라클, 敵과 한배 타고 클라우드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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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클라우드는 확장에 제약이 많지만 오라클은 유연합니다. 게다가 아마존은 오라클보다 속도가 느립니다. 시간당 과금이니 그만큼 더 비싸단 뜻이죠."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 오라클이 16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개최한 연례 기술콘퍼런스 '오픈월드' 행사장.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Ellison·75)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연설 내내 아마존을 언급했다.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시장의 후발 주자 오라클이 업계 1위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정조준하며 공격적인 추격에 나선 것이다. 현재 시장은 점유율 절반을 차지한 아마존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3강(强)이 주도하고 있다. 오라클은 4~5위권이다. 오라클은 '아마존 타도'를 위해 앙숙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와도 과감하게 손을 잡았다.

오라클 관계자는 "사내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조차 쓰지 않을 만큼 라이벌 의식이 강한데, 클라우드 사업 성공을 위해 적(敵)과 한배를 탄 셈"이라며 "오라클은 현재 클라우드에 완전히 '올인'한 상태"라고 했다.

◇오라클의 도발… "아마존보다 낫다"

칠순이 넘은 엘리슨 회장은 한 시간 남짓한 기조연설 내내 특유의 공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타사의 클라우드를 '1세대'로, 오라클의 클라우드는 '2세대'로 칭했다. 보통 이런 무대에선 경쟁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마존과 조목조목 비교해가며 오라클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오라클의 클라우드 개발자 6000여명 가운데 상당수를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데려왔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자율 운영(autonomous)'이었다. 사람의 개입 없이 클라우드 스스로 데이터 구성부터 백업, 보안, 복구까지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엘리슨 회장은 "사람의 수(手)작업이 없으면 실수도 없고, 이는 곧 데이터 유실도 없다는 뜻"이라며 "보안 프로그램 업데이트도 클라우드 가동을 멈출 필요없이 최신 버전이 나온 즉시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협력도 중요한 화두였다. 오라클은 인텔과 함께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옵테인 메모리'를 공동 개발,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한 반도체로 빠른 속도와 높은 내구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엘리슨 회장은 "이 메모리를 적용한 오라클의 차세대 클라우드는 아마존보다 속도가 50배 빠르다"고 했다. 클라우드 업계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세계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양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연동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고객이든 오라클 고객이든 상관없이 양사의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세계 16곳인 클라우드 거점은 내년 말까지 20곳을 추가, 총 36곳으로 확장하겠다고 했다. 오라클 측은 "앞으로 15개월간 평균 23일에 한 곳씩 새 데이터센터 리전(region·지역)을 여는 것"이라며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 가운데 가장 빠른 확장 속도"라고 설명했다. 한국에도 지난 7월 서울에 첫 데이터센터를 연 데 이어 내년 상반기 강원도 춘천에 두 번째 센터를 열 계획이다.

기조연설이 끝나갈 때쯤 엘리슨 회장은 '또 하나 발표할 게 있다'며 "원 모어 어나운스먼트(One More Announcement)"를 외쳤다. 사용자 1명당 20기가바이트(GB)짜리 데이터베이스 2개를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발표였다. 역시 "아마존은 이렇게 많은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주지 않는다"며 비교를 잊지 않았다.

◇춘천에 데이터센터… 한국 집중 공략

오라클은 이런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탐 송 한국오라클 사장은 "시장에 늦게 진입한 만큼 속도·보안·성능 등 모든 면이 타사의 1세대 클라우드보다 앞선다"며 "첫 번째 쥐는 덫에 걸리고 두 번째 쥐가 치즈를 먹는다는 말처럼 기존 사업자들이 남긴 교훈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오라클은 기업의 각종 데이터를 편리하게 관리·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인 DBMS(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분야의 1위 기업이다. 전 세계 유수 기업의 핵심 데이터 대부분이 오라클 시스템 위에서 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탐 송 사장은 "현재 오라클의 DBMS 시장점유율은 60% 수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사업 협력을 원한 것도 기존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클라우드로 옮길 때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기업 고객들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차별화된 강점을 바탕으로 이제 막 문이 열리기 시작한 한국의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박순찬 특파원(idea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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