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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홈런왕 예약하고도…성적이 불만스러운 박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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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33개, 최정 등 2위와 5개 차

5차례 홈런왕은 은퇴한 이승엽 뿐

2타점 추가면 6연속 세자릿수 타점

"2위로 PO 직행해 첫 우승반지 꿈"

중앙일보

키움 박병호가 개인 통산 다섯 번째 홈런왕을 예약했다. 좋아할 법도 하지만 ’개인 기록보다 팀 우승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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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홈런왕 타이틀을 예약하고도 불만스럽다는 선수가 또 있을까. 그런데 그는 그렇다고 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33) 얘기다.

홈런 1위 박병호는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시즌 33호 홈런을 터뜨렸다. 공동 2위인 최정(SK), 제리 샌즈(키움, 이상 28개)와 격차를 5개로 벌렸다. 남은 경기 수는 키움이 4경기, SK가 9경기(18일 기준). 아무래도 역전은 쉽지 않다.

박병호는 KBO리그 최초로 4년 연속 홈런왕(2012~15년)에 올랐던 주인공이다. 2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에는 43개를 쳐 홈런 2위에 올랐다. 올 시즌 홈런왕을 확정할 경우 통산 다섯 번째 왕관을 쓰게 된다. KBO리그에서 5번 홈런왕에 오른 선수는 이승엽(1997, 99, 2001~03년)이 유일하다.

박병호의 기록 행진은 다른 게 또 있다. 그는 올 시즌 현재 98타점을 기록 중이다. 남은 경기에서 2개만 추가하면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6시즌 연속 세 자릿수 타점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그는 “부담스럽긴 하지만 꼭 100타점은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 악전고투했다. 시즌 초반 공인구 반발력이 낮아진 여파로 타구의 비거리가 줄어들었다. 홈런에 대한 압박감이 커졌고, 결국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6월엔 손목 인대 통증 때문에 2군행을 자청했다. 주사 치료까지 강행하며 타석에 섰다. 그래도 꾸준한 노력으로 타격감을 되찾았고, 8월에만 홈런 11개를 몰아치며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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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홈런왕 앞둔 박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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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을 눈앞에 두고도 박병호는 “그다지 기쁘지 않다”고 했다. 그는 “홈런왕을 차지한다고 만족스러울까 하는 의문이 든다. 모든 타격 수치들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홈런은 단순히 치는 것보다, 중요한 순간에 나오는 게 더 중요하다. (공인구 영향은 예상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기록이 너무 나빠졌다”고 말했다.

박병호의 말대로 전반적인 타격 성적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홈런뿐 아니라 타율(0.345→0.279), 타점(112개→98개), 출루율(0.457→0.397), 장타율(0.718→0.566),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 6.62→5.37) 등이 하락했다. 이는 KBO리그 타자 대다수가 모두 겪은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히어로즈 선수단은 누구나 박병호를 인정한다.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 걸 알기 때문이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병호가 손목 주사 치료까지 받아가며 출전했다. 감독으로선 너무나 고마운 선수”라고 말했다.

키움은 고척스카이돔을 홈으로 쓰기 때문에 우천 취소 경기가 다른 팀보다 적다. 시즌 막판엔 경기가 띄엄띄엄 남아 타자들 입장에선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다. 박병호는 “어떤 선수들은 (체력을 안배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어떤 선수는 불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장점이라 생각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경기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야수조 최고참이다. 처음엔 후배들에게 사소한 것까지 알려주고, 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선수들이 알아서 잘하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처음과 달리 ‘이렇게 하자’고 내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더라. 나이가 적든 많든, 모든 선수가 다 잘하기 때문에 해줄 말이 없다”며 웃었다. 장정석 감독도 “최다안타 타이틀이 걸린 이정후를 1번이 아닌 3번으로 보내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런데 이정후는 안타를 노리지 않고, 볼넷을 고르더라. 다른 선수들도 개인 성적보다 팀을 위해 자기 욕심을 버리고 희생한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박병호의 활약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왔다. 키움은 17일 현재 정규시즌 2위다. 3위 두산과 1경기 차. 남은 경기는 두산(11경기)이 더 많다. 맞대결도 없어 키움이 자력으로 2위를 확정할 수 없다. 그래도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다. 개인 타이틀에는 연연하지 않는 박병호지만, 우승 반지만큼은 꼭 끼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2위 수성을 위해) 최선을 다한 뒤, (남은 일은) 하늘에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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