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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SC] 아무도 몰랐던 4000m 봉우리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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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몽블랑 트레킹

알프스산맥은 4000m 봉우리만 58개

근대 등산의 발원지이자 인간 한계의 도전

등정에 현상금 걸리기도

1930~40년엔 ‘북벽시대’ 열려…수많은 산악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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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륙 중심부를 관통하며 뻗어 있는 알프스산맥은 4000m급 봉우리만 58개인 거대한 장벽이다. 수백만년 전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대륙판이 충돌해 솟아오른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의 한 부분이다. 알프스는 서부·중부·동부로 나뉘는데, 티엠비(투르 뒤 몽블랑·Tour du Mont Blanc) 코스가 있는 서부 알프스는 몽블랑(4808m) 등 14개의 4000m급 봉우리와 40개 이상의 빙하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국경에 걸쳐 있다. 중부 알프스는 주로 스위스 지역으로 체어마트를 중심으로 한 마터호른(4478m), 바이스호른(4505m), 몬테로사 산군과 베르너 알프스의 융프라우(4158m), 아이거(3970m) 등 고봉들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동부 알프스는 주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북부에 걸쳐 있으며, 난도 높은 대암벽이어서 유럽의 요세미티라 불리는 돌로미테 산군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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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는 근대 등산의 발원지이다. 등산을 뜻하는 알피니즘(alpinism)도 여기서 연유했다. 산업혁명을 거쳐 시민사회가 태동하던 유럽에 고산 등정 열풍이 분 것은 신화의 세계에서 벗어나 인간 영역의 한계를 넓혀가려는 시대 변화의 징표다.

당시만 해도 몽블랑 같은 높은 산봉우리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었다. 알프스 근방에 사는 주민들은 수천년간 산꼭대기에는 악마나 용이 산다고 믿었다. 사람을 상하게 하는 눈사태나 낙빙은 그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네바의 과학자 오라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는 샤모니 인근 브레방(2526m)에 올라 맞은편에 보이는 몽블랑의 장엄함에 넋을 읽고 등정을 결심한다. 그는 몽블랑 첫 등정에 현상금을 걸었는데 이때가 1760년이었다.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다가 프랑스혁명 3년 전인 1786년 8월8일에 첫 등정에 성공한다. 오지였던 샤모니의 의사 미셸 파카르와 가이드로 고용된 수정 채취업자 자크 발마가 변변한 장비도 없이 목숨을 내건 사투 끝에 정상에 선 것이다. 몽블랑 등정 뒤 발마는 혼자 영웅이 되려는 의도였는지 파카르는 정상에 오르지도 못했다는 거짓말을 했다. 이후 100년이 지나서야 파카르도 당당히 정상을 밟았음이 확인돼 명예가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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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첫 등정이 이뤄진 뒤 알프스의 주요 봉우리들이 속속 인간의 발아래 놓인다. 예각 삼각형의 날카로운 바윗덩어리로 ‘인간이 결코 오를 수 없는 산’으로 여겨지던 마터호른(4478m)을 1865년 에드워드 휨퍼가 오른 뒤, 4000m 이상 봉우리들은 모두 사람의 발길이 닿았다. 이후 등정은 가이드 없는 단독 등정, 남이 가지 않은 어려운 길을 택하는 머머리즘으로 전개됐고, 1930~40년대에는 난공불락의 수직벽을 공략하는 ‘북벽(north face) 시대’로 이어진다. 최후까지 인간을 거부하며 남아 있던 알프스 북벽은 3곳이었는데 마터호른, 아이거, 그랑드조라스 북벽이 그것이었다. 1931년 마터호른 북벽이 독일의 슈미트 형제에 의해 그 모습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고, ‘산악인의 공동묘지’라 불리던 1500m 직벽, 아이거 북벽이 1938년 7월 하인리히 하러 등 독일·오스트리아 합동원정대에 길을 열어준다. 같은 해 8월에는 그랑드조라스 북벽이 리카르도 카신 등 이탈리아 원정대에 의해 그 자태를 드러내게 된다. 알프스 주요 봉우리와 암벽이 차례로 세상에 알려지자, 등반의 경쟁 무대는 알프스를 넘어 히말라야로 옮겨갔고, 각 대륙의 최고봉 등으로 옮겨간다.

알프스를 무대로 200년 이상 펼쳐진 등반 경쟁에서 수많은 도전자가 산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기라성 같은 등반사의 거인도 탄생했다. 티엠비의 산장들은 그런 유명 산악인을 기념해서 지어진 곳이 많다. 한 예로 그랑드조라스봉을 바라보는 곳에 세워진 보나티산장은 이탈리아의 세계적 산악인 발터 보나티(1930~2011)의 동료들이 그를 기려 세운 것이다. 보나티는 거벽 단독 등반의 일인자답게 1965년 마터호른 첫 등정 100주년을 기념해 ‘북벽·동계·직등·단독’의 극한등반을 해치워 세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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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모니(프랑스)/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TBM 트레킹, 여행 상품보다 홀로 준비···경비 줄이는 법

몽블랑 준비는 이렇게!

투르드몽블랑(TMB) 트레킹은 일반적으로 프랑스 샤모니에서 출발하는데, 완주에 9~11일이 걸린다. 스위스 제네바공항에 도착해 샤모니까지 버스로 80분 정도 걸린다. 트레킹 전후 하루씩 일정이 필요해, 전체 일정은 2주 안팎이 된다. 티엠비 산장들은 1년 중 6~9월 4달만 문을 여는데 성수기엔 예약 없이 이용이 어렵다. 7월초까지는 눈이 남아 있어 트레킹 수요는 7월 중순과 8월 한 달에 집중된다.

트레킹 계획을 세울 때 여행사 상품을 이용할지, 스스로 계획을 세워 진행할지에 따라 준비사항이 크게 달라진다. 여행사 상품은 가이드가 있고 여정, 숙소, 식사를 선택할 필요 없고, 구간별로 짐 이동 서비스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체력 부담이 적다. 스스로 준비할 때는 숙소인 산장을 예약하는 게 관건이다. 먼저 전체 트레킹 일정과 루트를 정한 뒤 하루에 걸을 거리를 감안해 산장을 예약해야 한다. 티엠비 누리집(autourdumontblanc.com)에선 등반로에 위치한 산장들의 통합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음 산장까지의 이동 시간을 알려준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확인 메일이 온다. 8월 초 트레킹을 위해 3월초에 산장을 예약했는데 몇 곳은 이미 꽉 찬 만큼, 서두르는 게 좋다. 산장들은 대개 2~3시간 이동 거리마다 있으므로, 산장 예약에 따라 날짜별 코스가 정해진다.

티엠비는 정식 루트와 별개로 구간별로 다양한 변형 루트가 있는데, 변형 루트는 대체로 인적이 적고 험하다. 티엠비는 일주트레킹 코스이지만, 케이블카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구간이 있으므로, 체력이나 일정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안내판이 잘 갖춰져 있으므로 길을 잃을 우려가 거의 없고, 성수기엔 도움을 요청할 트레커들도 많다. 많이 걷지만 등반로 자체는 북한산, 도봉산에 비하면 위험한 곳이 거의 없다. 무료 지피에스(GPS) 앱인 맵스미(maps.me)를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유용하다. 몽블랑 일대의 지도를 다운로드한 뒤 사전에 주요 지점을 표시해 놓으면, 내 위치와 방위를 지도위에 표시해준다. 인터넷이 안 되는 산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와 진행 방향을 알려준다.

고갯길이 많은 티엠비에서 배낭 무게는 트레킹의 즐거움을 좌우한다. 초행이라 12kg 넘는 배낭을 준비했는데, 30%가량은 없어도 되는 물품이었다. 산장이 곳곳에 있어 간식은 거의 먹지 않았고 세탁을 하면 옷가지와 양말도 많이 줄일 수 있다. 악천후와 저체온증을 대비한 비옷과 보온용 의류는 필수다.

자체적으로 준비하면 여행사 상품보다 경비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고, 직접 여행을 계획하는 즐거움이 있다. 티엠비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지나지만 영어로 소통 가능하다. 산장 9박, 샤모니 2박, 제네바 1박으로 다녀온 총경비는 1인당 250만원 안팎이었다. 일찍 예약해서 항공료 부담을 100만원 아래로 낮출 수 있었고, 산장 예약과 식사, 여행자 보험 등 트레킹 비용 150만원이 들었다. 샤모니와 제네바에서 호텔에 머물고 전망대 등에 오른다면 추가로 50만원 안팎의 비용을 예상해야 한다. 대부분의 산장이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 유로와 스위스 프랑을 준비해야 한다. 티엠비 트레킹에 관한 도서도 여럿 있고 블로그도 많아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준비는 체력인 만큼, 10kg 배낭을 메고 하루에 1000m 넘게 올라가보는 산행을 몇 차례 해보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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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모니(프랑스)/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구본권 선임기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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