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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박기자 어디가] 동서양의 원더박스, 마카오…마카오를 언박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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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패킹된 예쁜 상자를 열어보는 느낌, 요즘 홍콩 대신 많이 찾는다는 마카오가 내겐 그랬다. 베니스의 곤돌라, 파리의 에펠탑 등 어딘가의 모든 진귀한 것들을 상자 안에 가득 넣어 놓은 것 같은 테마파크. 문제는 그게 조악하거나 촌스럽지 않고, 굉장히 그럴 듯 하다는 것이다. 코타이의 화려한 야경과 수백 년 된 구도심의 골목길이 함께 하는 곳. 공항에서 10분이면 메인 호텔 거리에 닿고, 동서양이 함께 직조한 400년의 역사와 세계문화유산을 은평구 만한 도시 안에 가득 담고 있는 곳. 홍콩의 1+1 아이템 아니냐고 하면서도 어느 순간 SNS에 올릴 사진을 찍게 되는 곳, 마카오라는 원더박스를 언박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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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레지스 마카오, 코타이 센트럴(St. Regis Macao, Cotai Central)호텔의 수영장, 객실에서 보이는 파리지앵 마카오의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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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스위트 리빙 룸(Metropolitan Suite Living Room), 짐을 대신 싸주는 St. Regis 버틀러 패킹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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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듐스파, 엠파이어 스위트 베드룸(Empire Suite Bed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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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내려놓게 하는 코타이 센트럴의 야경

1+1. 사람들이 마카오에 대해 가진 생각은 홍콩에 갔다가 하루 정도 들리는, 홍콩에 딸린 1+1 아이템 같은 것이었다. 그도 아니면 육포와 에그타르트의 도시쯤 되거나. 그러나 마카오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첨단이 마치 큐빅처럼 도시 전체를 씨줄과 날줄로 엮고 있는, 무척이나 복합적인 피부를 지닌 도시다. 세인트 레지스 및 쉐라톤 그랜드 마카오 홍보 담당 키트(Kit)는 “홍콩에 왔다가 1박2일로 마카오를 들렀던 손님중 상당수가 얼마 뒤엔 마카오로 단독 여행을 오십니다”라고 밝혔다. 홍콩 시위 이후 가까운 마카오 여행까지 걱정된다면 마카오 거주 10년 차이자, 마카오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마카오리즘(Macaolism)’을 운영 중인 호텔리어 피터 정의 말을 들어보자. “홍콩 여행주의보로 홍콩과 가까운 마카오 단독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중외도시경쟁력연구원’에 따르면 마카오는 2019년 여행하기 가장 안전한 중국의 도시 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10년 동안 살았던 경험으로 말씀 드리면 치안이 굉장히 좋아요. 200m 구간마다 1명 꼴로 경찰이 다니고 건물에는 사설 경비원이 있죠.”

카지노 호텔들이 조명 역할을 하는 덕분에 메인 거리인 코타이 스트립은 밤에도 대낮처럼 밝다. 2007년 들어선 베네시안 호텔을 시작으로 갤럭시, 스튜디오 시티, 시티 오브 드림즈, 파리지앵, 샌즈 코타이 센트럴 호텔들이 생겨났고, 지금도 새로운 호텔이 문을 열고 있다. 실제 크기의 1/2로 설계된 파리지앵 마카오 호텔 앞의 에펠탑은 전 세계 에펠탑 모형 가운데 가장 큰 모형으로 324m다. 매일 저녁 15분 간격으로 6600개의 전구가 라이트쇼를 펼치는데, 37층에 위치한 전망대는 바람이 많이 불면 문을 닫으니 주의할 것. 쉐라톤, 세인트 레지스 등이 모여 있는 샌즈 코타이 센트럴은 쇼핑센터, 각종 레스토랑,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모여 있는 복합단지로 외부에 나가지 않고도 이 모든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번엔 그중에서도 코타이 스트립에서 가장 고급 호텔로 알려진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에 묵게 됐다.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전 세계 모든 세인트 레지스 호텔 및 리조트에서 맡을 수 있는 캐롤리나 여사의 시그니처 향 ‘Caroline’s Four Hundred’ 향이 풍겨온다. 웰컴 드링크를 마시고 객실로 향한다. 파리지앵 마카오 에펠탑을 배경으로 마카오의 야경을 촬영하는 것은 당신이 이 밤, 이 도시에서 해야 할 첫 번째 미션이다.

▶인피니티 스톤으로 즐기는 보석 스파와 24시간 버틀러 ‘Allow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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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 룸 서비스, 호텔38층에 위치한 스파는 몸 상태에 가장 적합한 보석을 찾아내 효과적으로 신체에 활기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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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에 ‘Allow Me’라고 적힌 버틀러 명함에는 호텔 홈페이지, 이메일 주소 외에 왓츠 앱과 위챗으로 버틀러에게 말을 걸 수 있는 번호가 적혀 있었다. 버틀러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 세심한 배려다. 스위트룸의 무인 픽업 박스 역시 대면 서비스를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 모든 투숙객은 각 개인별 필요 세부사항, 취향, 그리고 선호도에 맞춘 100년 전통의 ST.Regis 버틀러 서비스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마카오에서 유일한 24시간 무료 버틀러 서비스다. 버틀러는 다림질, 구두닦이 서비스 등 외에도 비행 후의 투숙객을 위한 거품목욕 준비, 일정 계획, 맛집 레스토랑 예약, 선물 구입, 짐 풀고 싸기 등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 모닝콜을 부탁하면 투숙객의 아침 기상 알람이 울리자마자 차양을 걷어 올리고 뜨거운 모닝 커피와 차를 준비한다. ‘임신한 고객이 자정에 먹고 싶은 과일이 있다고 요청해도 시장에서 사오거나 전 세계에서 가져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심한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짐을 대신 싸주는 패킹 서비스의 경우 체크인 후와 체크아웃 전 번잡함을 느낄 필요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타인이 대신 짐을 싸준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얇은 종이로 셔츠 사이를 채우고, 각을 맞춰 파우치에 섬세하게 싼 선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일정상 시내 투어 후 호텔로 돌아온 뒤 시간이 넉넉치 않거나 체크인 후 지쳐있을 때 패킹&언패킹 서비스는 여유 있는 힐링을 가능케 한다.

버틀러의 언패킹 서비스가 당신의 뇌 근육에 휴식을 허한다면, 세인트 레지스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이리듐스파는 당신의 속근육에 릴랙싱을 제공한다. 수영장의 풀 바에서 칵테일을 마신 후 프라이빗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통으로 이리듐 스파를 향해 올라간다. ‘금속’이라는 뜻의 이리듐은 미네랄 성분 덕에 수세기 동안 치료 효능을 지닌 소재로 인식되던 보석을 소재로 활용한다. “당신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즉각 푸는 편입니까, 아니면 속으로 삭히는 편입니까?” “최근 2주간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당신을 괴롭힌 문제가 최소 2가지 이상 있습니까?” 태블릿으로 체질과 심리 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사파이어, 루비, 진주 등 6개의 보석에서 착안한 아로마 오일을 선택한다. 이 보석들이 마치 어벤져스 속 6개의 인피니티 스톤처럼 내 몸의 완전체를 되돌려 놓을 것인가. 균형과 조화를 뜻하는 아쿠아마린, 몸과 마음의 정화를 뜻하는 진주,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평온 및 정서적 치유와 관련된 투르말린 등 종류에 따라 생리적 반응이 다른데 난 활력과 동창성을 담당하는 사파이어가 뽑혔다. 개별 욕실과 자쿠지를 완비한 방에 들어가니 창밖의 마천루 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풋 마사지를 즐긴 뒤 차를 마시고 나니 이내 스파 트리트먼트에 들어간다. 그 이후의 기억? 없다. 사파이어 오일이 어벤져스 속 파란 테서렉트처럼 나를 천상의 세계로 데려가 줬던 사실만 기억한다.

▶미식의 도시에서 마신 블러드 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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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선한 굴과 고급 포르투갈 요리를 선보이는 오이스터 바&그릴, ‘더 마노(The Manor)’ 2. 룸으로도 서비스되는 30여 가지 매카니즈 요리가 포함된 애프터눈 티 ‘차 고르도(Cha Gordo)’ 3, 4, 5. 해산물의 8코스 디너 ‘Stories of the Sea’ 프로모션 6. 파랑(포르투갈)과 빨강(중국) 컬러의 바 뒷벽(Mural)은 동서양의 콜라보를 뜻한다. 7, 8.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가 재해석한 블러디 메리, ‘마리아 돌레스테(Maria Do Leste)’는 ‘동양의 마리아’라는 뜻이다. 9. 세인트 레지스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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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성애자인 내게도 오후 4시 반은 알코올을 시작하기에 이른 시간이다. 하지만 저녁 뷔페 전에 세인트 레지스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맛보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블러디 메리가 전 세계 세인트 레지스 브랜드의 대표 칵테일이 된 것은 보드카 마니아였던 러시아 귀족 서지 오볼렌스키(Serge Obolensky)가 1934년 세인트 레지스 뉴욕의 킹 콜 바에서 바텐더에게 보드카가 들어간 칵테일을 요청하면서부터다. 와사비에 유자, 드라이 진을 넣어 만든 오사카의 ‘쇼군 메리(Shogun Mary)’, 지중해에서 영감을 얻은 로마의 ‘메리 터레니언(Mary Terranean)’에 이르기까지, 이후 세인트 레지스 각 호텔은 현지에서 영감을 얻어 각자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블러디 메리를 선보인다.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의 경우 보드카 베이스에 토마토 주스와 소금, 샐러리 스틱, 라임 조각을 넣은 ‘마리아 돌로스테(Maria Do Leste)’를 선보인다. 포르투갈어로 ‘동양의 마리아’라는 뜻으로 따뜻한 랍스터와 에그타르트, 보드카와 타바스코 미니어처가 함께 서브된다. 아프리카 피리피리, 인도산 계피, 포르투갈산 소시지, 중국산 검은 통후추가 어우러진 걸 보니 진정한 동서양의 콜라보를 보는 듯 하다. 붉은 마리아를 한 입에 털어 넣고, 해산물 프로모션, ‘Stories of the Sea’를 맛보러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더 마노’로 향했다. 무려 ‘바다의 이야기’라니 그 맛은 어떨까. 샤르토뉴 타이에 샴페인과 함께 바이칼 캐비어를 곁들인 굴과 타이거 새우로 시작, 클라우디 베이 테 코코(TE KOKO) 쇼비뇽 블랑을 잔에 따른다. 차슈 스타일의 스페인산 문어와 포르투갈의 유명한 대구 요리가 위장에 안착했다. 남부 인도양의 심해에서 잡아 쫄깃한 메로 구이로 배를 채운 뒤 유자 소르베를 곁들인 요거트로 식사를 마치고 나니, 손톱 밑 거스러미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던 걱정거리도 풍랑이 끝난 바다처럼 잔잔해졌다. 유럽이나 미주의 5성급 이상 호텔에서 20~30만 원대에 먹을 수 있는 와인 페어링 코스를 10만 원대 후반(1288MOP)에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세인트 레지스 마노의 장점이다.

▶마카오의 동맥을 걷다…구도심의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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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식민지였음을 나타내는 물결무늬가 바닥에 그려진 거리, 1600년대 선교사들이 지은 성 바울 성당 유적. 세 번의 화재를 겪으며 결국 건물 앞면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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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4년 지어진 시정국, 1587년에 지은 마카오 최초의 성당인 성 도밍고스 성당, 중앙분수 등이 몰려 있는 세나도 광장, 500년 역사의 아마사원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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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어로 ‘행복’을 뜻하는 ‘펠리시다데’거리는 ‘도둑들’ 포스터 촬영지로 유명한 홍등가 자리다, 연인들의 거리, 러브레인(트라베사 다 파이샹(Travessa Da Paix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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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가 초행인 데다 시간이 빠듯하다면 꼭 봐야 할 두 가지가 바로 ‘성 바울 성당 유적’과 ‘세나도광장’이다. 코타이에서 다리를 건너면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건축물들이 즐비한 구도심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마치 영화 촬영장 세트처럼 정면 벽면만 서 있는 성 바울 성당 유적지. 25m가 넘는 건물 앞 계단에는 마카오에 왔다는 것을 증명해줄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몰려 서 있다. 열두 제자들과 함께 면류관, 비둘기와 태양 등이 조각된 성 바울 성당 유적은 마치 한국의 남대문 마크처럼, 마카오로 오는 기내 스낵 봉지에서도, 코타이 스트립의 호텔 술잔에도 그려져 있다. 세 번의 화재로 골조만 남은 성 바울 성당 유적 바로 옆에는 자그마한 사원이 서 있다. 도교와 가톨릭, 불교의 공존은 마카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인데, 성바울 성당 바로 옆에 서 있는 도교 템플 ‘나차사원’도 그렇다.

성당에서 아래로 내려가자 연인들이 찾는다는 골목길 ‘러브 레인(Love Lane)’이 나타난다. ‘우 분홍, 좌 옐로우’ 파스텔톤의 건물 벽면 앞에서 커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한쪽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자그마한 ‘시테마테크 패션’ 극장과 부티크 호텔들이 숨어 있으니 골목길 여행에서 빼놓지 말자. 하늘에 떠 있는 빨간 우산과 컬러풀한 벽면을 지나,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모자이크식 물결 타일을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처럼 따라가다 보면 세나도광장이 나온다. 포르투갈어로 ‘의회’라는 뜻의 세나도는 중앙분수, 시정국, 중앙우체국 등 관공서 건물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아시아라기보다는 유럽의 거리를 연상시킨다. 일행을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 이 중앙분수대를 헤드쿼터로 삼아도 좋다. 광장 주변에는 마카오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가게들이 몰려 있다.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다는 G사 화장품을 사려는 여성들이 줄을 서 있다. 포르투갈 지배 당시 행정 공무를 보던 시정국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중앙 로비 입구에 포르투갈어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한 도시’라고 적혀 있는 현판이 걸려 있다. 그 입구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청색과 백색의 전통적인 포르투갈 타일로 장식된 정원이 나타난다. 에그타르트와 육포가 먹고 싶다는 일행 때문에 펠리시다데 거리로 향했다. 포르투갈어로 ‘행복’을 뜻하는 펠리시다데(Rua Da Felicidades)는 19세기 중반엔 홍등가와 아편 소굴, 도박장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매춘과 아편의 시대는 끝났고 굳게 닫힌 붉은 창만이 이곳이 ‘가장 잘 보존된 홍등가’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200여 미터에 달하는 거리 곳곳에는 100년 이상 된 디저트숍부터 최근 문을 연 인기 갈비 맛집이 들어서 있다. 이제 반도의 끝에 위치한 아마사원으로 향할 차례. 16세기 초에 초기 포르투갈 선원들이 마카오에 도착해서 이 지역의 이름을 물었을 때 현지인들이 사원의 이름을 묻는 줄 알고 ‘아마-가오(A-ma-gao)’라는 이 사원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때 이후로 정착민들은 이 지역을 들리는 포르투갈어 그대로 ‘마카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당시 포르투갈인들이 상륙한 장소에 세운 아마사원은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기도를 하러 온다. 상륙할 당시 머문 장소에 세운 도교사원으로, 전등갓의 골조를 연상시키는 향초가 끝에서부터 타오르면 불경을 외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산을 깎아 만든 계단 구간과 홍인전, 관음각 등도 볼거리. ‘아마’(Ama)는 풍랑으로부터 어민을 보호하는 여신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인간사를 살피고 있지 않을까. 바로 앞엔 광저우대교가 손에 스칠 듯 가깝다. 지난해 다리가 생긴 후 마카오에서 다리를 건너 중국 주하이 지역을 여행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전 세계 문화 유산을 아무렇지 않은 듯 이곳 저곳 툭툭 던져놓은 곳, 마카오. 시간만 된다면 천천히 마카오 곳곳을 도보로 이동하며 마카오의 세계 문화 유산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마카오를 여행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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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파 구도심에 위치한 수제맥주 펍 ‘OTT(Old Taipa Tavern)’, 30년 된 매캐니즈 레스토랑 알로차(Alorcha)의 돼지귀 샐러드, 마카오의 구도심에선 길을 잃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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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보인 나로서는 아마 다음에 와도 330m가 넘는 마카오 타워에서 호수로 번지점프를 하거나 오픈 난간을 걷는 스카이 워크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질 무렵의 남만 호수에서 일몰을 감상하거나 콜로안섬 피싱 빌리지에서 어촌 마을 속 ‘도둑들’ 김혜수의 흔적을 찾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 마카오는 일단 예쁘다. 어느 호텔에 묵든 세계 최대의 인공풀장을 즐길 수 있는 갤럭시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도둑들’ 무대인 시티 오브 드림즈에서 육해공 서커스인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를 즐기고 스튜디오 시티에 들러 클러빙을 즐겨도 좋다. 케이블카로 호텔을 둘러볼 수 있는 윈 팰리스, 보석상자를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MGM코타이, DDP를 만든 자하 하디드의 유작 ‘모르페우스’ 호텔의 기하학적인 건축미를 살펴봐도 좋다. 전 세계에는 걸어 다니며 여행하기 부담스러운 도시가 많다. 반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마카오는 그 심리적 진입장벽이 무척이나 낮다. 3시간 반의 짧은 비행거리, 메인 스팟에 내리면 도보 여행이 가능한 점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코타이의 화려함에 빠졌다가도 옛 도심에서 길을 잃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마카오를 미식 도시로 기억하게 된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매캐니즈(Macanease)’라는, 중국과 포르투갈, 마카오와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요리가 짬뽕된 특유의 장르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점심식사 장소로는 미슐랭가이드2019 추천 매캐니즈 식당을 택했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점 알로차(Alorcha)다. 돼지 귀와 오징어를 썰어 만든 샐러드 안에는 촘촘히 박힌 마늘이 누린내를 없애줬고 올리브 오일에 사천식 고추를 넣어 매콤하게 끓여낸 조개수프는 전날의 숙취를 없애주기에 충분했다. 마카오에 들리는 일정이 짧다면 마지막 날 밤에는 코타이와 가까운 타이파 빌리지Taipa Village에 들려도 좋다. 호텔 바나 클럽을 제외하고는 늦게까지 문 여는 술집이 거의 없는 마카오에서 마카오 구도심의 밤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좁은 계단과 골목길을 서성이는 로컬과 장기 여행객 또는 현지 체류 외국인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친구들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옛 건축물이 앤틱한 느낌을 주는 타이파 주택 박물관 주변에 위치한 OTT(Old Tapa Tarern)가 대표적. 로컬에게 추천받길 잘했다 싶은 시원한 수제맥주가 출장의 피로를 말끔히 없애줬다. 매캐니즈나 포르투갈 맛집을 들리거나 타이파 빌리지 아트 스페이스에서 신인 작가의 작품을 둘러보고, 타이파 빌리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톱 마카오에 들러도 좋다. 부디, 마카오라는 원더박스를 열어, 도시 곳곳을 두 발로 느끼며 체험해보기를.

Info 인천에서 마카오국제공항까지 3시간30분 소요. 평균 온도 28~32도로 무척 덥고 습하다. 한국보다 시간은 1시간 늦고 마카오 달러인 파타카(Pataca: MOP로 표기)와 홍콩달러(HKD)를 혼용한다(1파타카(MOP)는 약 150원(KRW)으로 현지 외에선 환전이 불가능하므로 홍콩 달러를 쓰는 것이 좋다).

‘마카오리즘’ 피터 정이 말하는 마카오 여행시 주의 팁! 객실 내에 보호자 없이 만 12세 이하 아이만 두고 나오면 경찰서에서 조서를 써야 할 수도 있다. 일부 VIP 카지노 객장과 객장 흡연실 일부 호텔 흡연 객실을 제외한 버스정류장이나 공원에서 흡연하면 1500MOP의 벌금이 적용된다.

-유튜브ⓒMacaolism

[글 박찬은 기자 취재협조 St. Regis Macao Cotai Central]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6호 (19.09.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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