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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문액의 1000배 채권이 ‘떠억’…증권 거래시스템 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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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회사채 2천만원어치 매수자

증권사 계좌에 200억어치 입고되자

발행총액 넘어선 매도주문 실행

한투증권 “담당자 실수로 잘못 입력”

체결 안 이뤄져 최악사태는 면해

작년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닮은꼴

공교롭게도 전자증권제 첫날 터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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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수량의 1천배에 달하는 채권이 증권 계좌에 입고되고 총발행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물량의 매도 주문이 채권시장에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삼성증권 배당주식 오류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이런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증권사 매매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발표했지만 또다시 내부시스템이 뚫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17일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제이티비씨(JTBC)의 회사채(10회차) 매도 주문이 지난 16일 채권시장에서 800억원어치 넘게 나왔다고 밝혔다. 이 회사채의 총발행금액 510억원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다. 다행히 매매 체결은 이뤄지지 않아 결제불이행이라는 최악의 사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16일 오전 9시 12분과 13분에 각각 300억원, 500억원어치 매도 주문이 한국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나왔다”며 “거래소 시스템은 발행금액을 넘어서는 주문을 자동으로 거부하게 설계돼 있는데, 그보다는 작은 금액으로 쪼개 주문이 나오는 바람에 감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고도 삼성증권 배당주식 오류 사태와 마찬가지로 증권사 직원이 실수로 계좌에 잘못된 금액을 입력한 게 시스템에서 잡히지 않자 이를 확인한 계좌주가 바로 매도 주문을 내면서 발생한 것이다. 실제 한 개인투자자의 계좌에는 매수한 수량의 1천배에 이르는 액수의 채권이 들어왔다. 이 투자자는 제이티비씨 회사채를 2천만원어치 가량 사들였는데 증권사 계좌에는 200억여원이 입고됐다. 따라서 300억원, 500억원의 매도 주문도 실제로는 3천만원, 5천만원을 사들인 투자자가 낸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증권을 실물로 발행하지 않고 전산상으로만 등록하는 전자증권제도가 전면 시행된 첫 날에 이번 사고가 터졌다. 제이티비씨 채권도 이날 전자증권으로 일괄 등록됐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자증권제도 시행에 맞춰 전산시스템을 바꿨는데 개발자가 실수로 금액에 1천배를 입력하도록 설정해 사고가 났다”고 해명했다.

이 회사채는 지난 10일 발행돼 기관투자가 18곳이 받아갔다. 일부 기관은 이 회사채를 발행금리보다 낮은 금리(높은 채권가격)로 장외시장에서 개인투자자에게 팔아 단기 차익을 남긴다. ‘채권 도매상’ 구실을 하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에서 소매로 산 투자자가 우리 증권사로 채권을 옮겨달라고 해 이를 입고하던 중에 착오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ㄱ증권사→한국예탁결제원→ㄴ증권사’로 채권이 대체되는 과정에서 수치 입력 오류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삼성증권도 당시 직원의 실수로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을 주식배당으로 잘못 입력했다. 이로 인해 발행주식의 30배가 넘는 ‘유령주식’이 잘못 입고되고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일부는 500만여주를 곧바로 매도했다. 그해 5월에는 유진투자증권이 해외주식거래 중개과정에서 주식병합을 전산에서 누락하는 실수를 해 고객이 병합 전의 수량으로 잘못 매도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전면 점검했다. 금융감독원은 34개 증권사 내부통제시스템 개선이 모두 완료됐다고 지난 7월22일 밝힌 바 있다. 특히 입·출고 수량 착오 입력의 방지가 미흡하다고 보고 총발행주식수를 넘어선 수량은 입력이 불가능하도록 자동차단하는 전산시스템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또 대량·고액 주문 오류를 막기 위해 호가 거부를 도입했다. 금융사고 예방 모범규준을 보면, 개인이 15억원을 초과하는 주문을 내면 경고가 내려진다. 하지만 이번에 수백억원이 넘는 주문이 무사통과되면서 주식→해외주식→채권 순으로 돌아가며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된 꼴이 됐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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