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5045537 0022019091855045537 04 0401001 6.0.14-RELEASE 2 중앙일보 0

화염에 휩싸인 여성의원의 얼굴…美공화당 '공포 광고' 논란

글자크기

사회주의 주장하는 의원 얼굴 뒤로

캄보디아 대학살 참상 나타나

"굶주림과 복종이 사회주의의 본질"

'좌파=학살자' 논리 비약 비판도

최근 미국 민주당의 한 초선 여성 의원이 화염에 휩싸이는 '공포 광고'가 ABC 방송에 나오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중앙일보

미국 최연소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를 겨냥한 공화당 후원 단체의 광고 영상 중 일부. [NEW FACES GOP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9살의 나이로 10선 의원인 조 크롤리를 누르고 역대 최연소 하원의원이 된 미국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30·이하 AOC)가 그 주인공인데요.


AOC의 얼굴이 불타고 있는 이 영상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후원 단체(정치활동위원회·PAC)가 기획한 광고입니다.

영상에서는 AOC의 사진 위로 불길이 번지면서 캄보디아 킬링필드 당시 살해된 이들의 시신이 나타납니다.

AOC와 캄보디아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광고를 제작한 단체에서는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AOC를 겨냥해 사회주의의 실체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다소 파격적인 광고를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주의의 실상은 굶주림과 대량 학살이라는 것이죠.

중앙일보

공화당 지지 단체인 뉴페이스 지오피(NEW FACE GOP)가 최근 선보인 영상 광고. 사회주의 정책을 내세운 일부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사회주의는 빈곤"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NEW FACES GOP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과 함께 "이것이 사회주의의 얼굴이다.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사회주의의 공포를 알고 있는가?"라는 내레이션이 깔리죠. 이어 "내 아버지는 캄보디아에서 죽음 직전까지 갔다. 그것이 사회주의다"라고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캄보디아계 미국인이자 정치 운동가인 엘리자베스 헹입니다. 헹은 지난해 11월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해 의석을 얻진 못했지만 이후 공화당 지지 단체인 '뉴페이스 팩'을 결성해 각종 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노동자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미명 아래 170만명의 지식인과 반대파를 처형한 캄보디아 '킬링필드' 사건을 AOC의 정치 신념에 빗댄 겁니다.

중앙일보

캄보디아에서 1970년대 벌어진 대학살 당시 거리에 시신 수십 구가 놓여있는 모습. [NEW FACES GOP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왜 하필 AOC의 정책이 타깃이 됐냐고요? 그가 ‘부유세 공약’과 ‘그린 뉴딜’과 같은 민주당 내에서도 급진 좌파로 분류되는 정책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연소득이 1000만 달러(112억원) 이상일 경우 부유세를 최대 70%까지 내도록 해 이 돈으로 10년 내 전력수요 100%를 자연에너지로 충당하는 ‘그린 뉴딜정책’을 실행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 외 국공립대학교 등록금 전면 폐지, 연방정부 일자리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이 그의 주요 공약이었죠.

AOC는 데뷔와 동시에 공화당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당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을 70%까지 올리려는 사회주의의 결말은 베네수엘라”라며 오카시오 코르테즈를 저격했고, 그린뉴딜 정책에 대해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 자동차, 소, 석유, 군대까지 영영 없애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조롱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광고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좌파 정책이 대량 학살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비약이 심하다는 것이죠.

중앙일보

CNN 방송의 진행자 크리스 쿠오모가 광고를 기획하고 나레이션을 맡은 엘리자베스 헹과 생방송 중 대담하는 모습. 쿠오모는 좌파 정책을 지지한다고 해서 살인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며 헹의 광고를 비판했다. [CNN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CNN의 크리스 쿠오모 앵커는 헹과의 라이브 대담에서 "그린 뉴딜을 지지하는 정치인은 민간인을 대량 학살하게 된다는 의미냐"며 헹을 공개 비판했습니다. 헹은 "당신의 삶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개인의 자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뿐"이라며 맞섰고요.

AOC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방금 당신이 본 영상은 공화당 백인 우월주의자를 위한 연애편지였다"며 "공화당은 그들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기 위해 나를 불태우는 TV 광고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회주의적 공약을 내세운 초선의원들의 약진이 이어지며 공화당의 경계 태세도 한층 강화한 모습인데요.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이라고 여겨졌던 워싱턴의 이념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