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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백색국가 제외’ 18일 시행…”국제공조 어려운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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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8일 일본을 한국의 수출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 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우호 국가)'에서 제외했다.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해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많아 공조가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일본이 지난달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에 대해 불화폴리이미드·레지스트·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가스) 등 3개 품목 수출 규제는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로 대응하고,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해서는 맞보복해 일본의 수출통제 능력 문제를 부각시킨다는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의 일환이다.

조선비즈

지난 8월 12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내용이 담긴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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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하고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고시 개정안은 지난달 14일 행정예고한 것과 동일하다. 정부는 8월 14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법제처의 규제 심사를 거쳤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의견 접수된 것 중 91%가 개정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가' 지역(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이다. 현행 '가', '나' 지역으로 구분된 수출지역(최종도착지 기준)을 ▲'가의1' ▲'가의2' ▲'나' 3개 지역으로 세분화하고 일본을 '가' 지역에서 '가의2'로 분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행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는 전략물자 수출지역을 백색국가인 가 지역과 비(非)백색국가인 나 지역으로 분류한다. 가 지역에는 미국, 일본 등 29개국이 들어가 있다.

가의1은 기존 백색국가 중 일본을 제외한 28개국이 그대로 들어가고, 가의 2에 일본을 새롭게 포함했다. 이 정책관은 "가의2는 가의1처럼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했지만,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용했거나 부적절한 운용 사례가 꾸준히 발생한 국가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만을 염두한 게 아니라 전반적인 제도 운영 실태를 검토한 결과"라고 이 국장은 강조했다.

가의2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나 지역 수준의 수출통제를 적용한다. 사용자포괄허가는 원칙적으로 불허하되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하거나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을 맺어 수출하는 등 예외적 경우에만 허용해준다. 품목포괄수출허가는 가의1 지역은 자율준수 무역거래자의 등급이 AA, AAA 등급인 경우 모두 가능하지만, 가의2는 나 지역처럼 AAA 등급에만 허용한다. 포괄허가 신청서류는 1종에서 3종으로 늘어나고, 유효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짧아진다. 재수출은 허가하지 않는다.

개별허가의 경우 가의1은 3종(신청서·전략물자 판정서·영업증명서), 가의2는 기존 3종에 최종수하인 진술서와 최종사용자 서약서를 포함한 5종, 나 지역은 가의2 지역 5종 서류에 수출계약서와 수출자 서약서를 추가한 7종의 신청서류를 내야 한다. 심사 기간은 가의1 지역은 5일이나 가의2와 나 지역은 15일로 길어진다. 다만 전략물자 중개허가 심사는 종전처럼 면제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의견수렴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공식 제출했다. 일본은 의견서에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의 근거나 세부 내용에 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이 없는 채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보복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고시 개정 사유, 일본을 가의2 지역으로 분류한 이유, 캐치올 규제 등 한국 수출통제제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 국장은 "일본 정부와 기업 등을 제외하고 외국 정부나 민간에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겨냥해 실시한 2종류의 수출 규제 가운데 백색국가 제외 만은 겨냥하고 있다. 바세나르협약 등 국제수출통제체제는 원래 냉전 시기 구 소련 등 동유럽 국가들에 전략물자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체결한 다자간수출통제 조정위원회(COCOM) 등을 모태로 한다. 냉전 종식 후 여기에 동유럽 국가들까지 대상을 넓혀 핵, 생화학무기, 재래식무기 등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일본이 한국의 수출통제 능력을 문제 삼은 상황에서, 일본의 허술한 전략물자 수출 통제 능력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국제 안보 협력 문제를 가지고 한국을 공격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정책관은 "향후 국제 안보 협의 등에서 일본 측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WTO 제소는 일본의 3개 품목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우선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WTO 제소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조치는 정치적 목적에서 국제수출통제체제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와 맥락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2018년 현재 일본으로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100개 미만이다. 이 정책관은 "구체적인 숫자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전체 대일 수출 대비 전략물자 수출 비중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수출 포괄허가 자격이 있는 자율준수프로그램(CP) 최우수 등급(AAA등급)을 받은 국내 기업은 11곳이다. AA 등급은 92개, A 등급은 53개다.

산업부는 "국내 기업들의 CP 등급 상향을 위해 제도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일 수출허가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담심사자를 배정하는 등 행정절차를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맞대응’ 방침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일본이 한국에 한 것처럼 똑같이 한국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경우, 향후 WTO 제소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을 제소한 명분은 일본이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국제 통상 규범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한국의 맞대응도 똑같이 간주될 수 있다는 논리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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