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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국회 일정까지 밀어낸 한국당의 ‘삭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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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전 지사·강효상 의원 동참…원내 활동은 뒷전

“약자 코스프레” 쓴소리…‘장관 파면용 삭발’ 명분 약해



경향신문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17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삭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황교안 대표(62)에 이어 17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강효상 의원, 송영선 전 의원이 삭발에 동참했다.

하지만 약자들의 저항 수단인 삭발을 거대 정치세력인 제1야당이 이용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삭발 이유가 ‘장관 파면용’이라는 점, 지지층 결집과 당내 주도권 확보 등을 위한 ‘정쟁용’ 수단이라는 점에서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원내 활동으로 대여 반대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제1야당이 정작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는 점에서 삭발의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을 했다. 삭발식에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의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과 박대출·윤종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 의원이 김 전 지사의 머리를 깎았다.

전날 황 대표 삭발식 때처럼 애국가도 들렸다. 삭발 도중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보였다. 김 전 지사는 “한국당은 더 강력한 투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고 조국을 감옥으로 보내는 데 더 힘차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삭발 중 눈물을 흘렸다.

송영선 전 의원도 오후 같은 장소에서 삭발을 했다.

이날 오후에는 같은 당 강효상 의원이 동대구역 광장에서 삭발식을 했다. 5분간 진행된 삭발식 동안 역시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강 의원 뒤로는 지지자들이 ‘조국은 유죄다. 즉각 임명 철회하라’ ‘국민 분노 조국 사퇴’ ‘조국 임명은 명백한 헌법 유린. 즉각 철회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강 의원은 삭발 후 입장문을 통해 “조국이 앉아야 할 자리는 장관실이 아니라 재판정 피고인석”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삭발 대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삭발에 참여하겠다는 의원들끼리 순서를 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1야당의 릴레이 삭발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약자 코스프레’란 지적이 대표적이다. 선택지가 많은 기득권 정당이 정치적·사회적 약자들이 최후의 저항 수단으로 택했던 삭발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엄혹했던 독재정권 시절, 야당 의원들은 후보 단일화와 통합 등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이에 견줘 한국당의 삭발은 ‘장관 파면’을 요구하기 위해 국회도 내팽개친 ‘장외 퍼포먼스’ 아니냐는 쓴소리도 들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제1야당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수많은 정치적 수단을 외면하고 삭발 투쟁을 하며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황교안 대표의 모습은 비정상의 정치를 웅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저스티스 리그’라는 이름의 기구도 출범했다. 정용기 당 정책위의장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공정과 정의에 대한 청년층의 갈구와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공정 가치 구현을 위한 역사적 책임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저스티스 리그’ 출범을 전했다.

정 정책위의장과 외부인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당 안팎의 의원과 당협위원장, 시민단체 활동가, 유튜버 등을 모두 모아 정의와 공정을 화두로 현장 방문과 토론회 등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조 장관 파면’을 앞세워 장외 투쟁에 집중하기 위한 조직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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