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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TEN 인터뷰] 황희 "의사 이유준과 전사 무광...캐릭터 온도차 매력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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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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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이유준 역으로, tvN ‘의사요한’에서 전사 무광 역으로 열연한 배우 황희. /조준원 기자 wizard333@


SBS 드라마 ‘의사요한’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의 다정한 의사 선생님 이유준으로, tvN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강한 전사 무광으로 정반대의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가 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황희다. 2012년부터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오다 2017년 드라마 ‘내일 그대와’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연달아 굵직한 작품을 선보인 그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신인들은 많이 배고프다”며 “연기를 하는 사람이 연기하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많다고 뼈저리게 느끼면 힘든 줄 모르고 연기하게 된다”고 열의를 보였다. 사마귀, 아바타, 나무늘보, 팔콘(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캐릭터) 등의 닮은꼴이라는 얘기도 듣는다는데 그는 “관심이라는 걸 처음 받아본다”며 얼떨떨해 했다.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느냐는 물음에 황희는 “원하는 건 없지만 새로운 별명을 많이 지어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10. ‘의사요한’을 마친 소감은?
황희: 가장 중요시했던 게 팀워크였는데 항상 같이 다니면서 재밌고 화목하게 촬영을 마쳤다.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10. 의사 캐릭터라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황희: 미지의 세계이고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 두려움이 있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앞서 충분히 교육 받고 자문선생님도 촬영 때 옆에 계시면서 도움을 주셨다. 이대서울병원에 가서 인투베이션, 심폐소생 등 응급상황시 처치법, 기본적인 의학용어들에 대해서 교육도 받았다. 용어가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어려웠지만 재밌었다.

10. 극 초반에는 차요한 역인 지성과 대립하는 관계였다가 점점 끈끈한 사이가 된다. 함께 촬영한 소감은?
황희: 지성 선배님이 열심히 한다는 말을 익히 들었다. 감독님도 긴장하는 게 좋을 거라고 하셨다. 현장에서 오가다 얼핏 선배님의 대본을 봤는데 대본인지 메모장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내가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지만 함께해봤던 배우들 가운데 선배님은 단연 최고였다. 깜짝 놀랐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이) 풀어질 수도 있는데 지성 선배님은 끝까지 한시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연극, 영화, 드라마를 막론하고 배우들 간 관계가 ‘좋은 척’하려고 하면 티가 난다. ‘의사요한’ 후반부에는 내가 지성 선배님의 오른팔처럼 옆에 있다. 워낙 좋아하는 선배님이기도 해서 처음부터 깍듯하게 모셨다. 선배님의 표현 방식은 남자답기도 하고 스윗하기도 하다. 나를 잘 챙겨주셨다.

10. 강미래 역의 정민아와 멜로 라인이 있는데 정민아와의 호흡은 어땠나?
황희: 민아는 아역부터 연기했던 친구라 나보다 연기에 능수능란하고 이해의 폭이 넓다. 민아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 서로 대본에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보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귀여운 멜로가 나와서 민아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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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요한’의 황희(왼쪽). /사진제공=SBS


10. 통증의학, 존엄사 등을 다뤘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황희: 유튜브에서 실제 의사들이 나와 ‘의사요한’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영상을 본 적 있다. 드라마에 나온 병명을 의사들도 생소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만큼 작가님이 잘 알려지지 않은 병들을 에피소드 소재로 삼았다. 스치기만 해도 고통을 느끼는 환자, 고통을 느낄 수 없는 환자 등 다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서도 (윤)찬영이 연기한 기석이라는 캐릭터가 인상 깊다. 극 중에서 차요한과 기석이 무통각증이라는 같은 병을 앓는다. 찬영이 어떻게 표현할지 내심 궁금했는데 어린 나이에도 멋지게 연기해낸 것 같아서 대견하고 나도 배울 점이 많았다.

10. 배역을 연구하는 방식이 궁금하다.
황희: 내 나름대로 들어가기 전에 ‘패치’한다고 얘기한다. 평균 5개월 정도 촬영한다고 하면 패치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그 인물을 머릿속에서 계속 굴려보는 것이다. 거창하게 말해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복잡하게 메모를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극에 들어가기 전엔 단순하게 방향을 잡고 연기한다.

10. 몰입한 캐릭터에서 빠져나올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가?
황희: 나도 내가 이렇게 예민한 줄 몰랐다. 역할이 커지니 책임감도 커지고 사명감, 소명의식까지 생긴다. 내가 나를 몰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래 걸리진 않지만 흔적이 남긴 한다. ‘의사요한’을 끝낸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말투가 이유준처럼 좀 부드럽다.

10. ‘의사요한’ 종영일과 ‘아스달 연대기’ 파트3 시작일이 겹쳤다. 동시간대 경쟁작이기도 했는데 기분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황희: 그 날 ‘의사요한’을 찍고 있던 중에 감독님이 “‘아스달 연대기’가 ‘의사요한’보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혼날 줄 알아라”며 농담을 하셨다.(웃음) ‘의사요한’팀도 내가 ‘아스달 연대기’에 나오는 걸 알아서 “오늘 ‘아스달 연대기’ 하는 날이네요” “형, 다시 나오네요” 등 많이 응원해줬다. 라이벌 드라마지만 (‘의사요한’ 동료들이) 둘 다 응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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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의사요한’, tvN ‘아스달 연대기’ 방송 캡처


10. 두 작품에는 어떻게 캐스팅됐나?
황희: 모두 오디션을 봤다. ‘아스달 연대기’ 촬영이 끝나갈 때쯤 ‘의사요한’ 오디션을 봤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두 드라마의 제작사가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아스달 연대기’의 김원석 감독님과 박상연 작가님이 나를 예쁘게 봐주셔서 ‘의사요한’ 제작진에 나를 추천해 주셨다더라. ‘의사요한’ 오디션 전에 이틀 정도 촬영이 없어서 오디션용 대본 4장을 열심히 치열하게 준비해갔다. 조수원 감독님이 오디션 끝나고 별 말씀 없이 악수하면서 대본을 다 외운 건 내가 유일하다면서 이번이 아니라도 다음에 같이 하자고 해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녁에 됐다는 전화가 와서 좀 감격했다.

10. 박상연 작가가 주목할 만한 배우로 꼽았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황희: ‘아스달 연대기’는 나의 두 번째 드라마이면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많아 하루하루 충실하게, 눈이 뒤집힐 정도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열심히 했다. 음…. 아, 알 것 같다. 대칸은 내가 살기 위해 상대방을 죽이는 전사들이다. 대칸 전사의 색깔 중 하나는 잔혹성이다. 대칸 부대 안에서 그 잔혹성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무광이었다. 대본에 충실해 무광을 연기한 걸 작가님이 잘 봐주신 것 같다.

10. 현장에서 장동건과 송중기는 어떤 배우였나?
황희: 장동건 선배님은 부처님인줄 알았다. 티를 안 내시고 묵묵하고 진지하다. 그러면서도 재미있다. 분장이 좀 세지 않나. 머리가 헝클어졌을 때 분장팀에서 와서 거울을 보여주면서 머리가 흐트러졌다고 정리해주곤 스태프들이 농담으로 ‘이상하다’고 하니 ‘그러기 쉽지 않다’고 하셨다. 웃기기도 한데 선배님이 너무 잘생기셔서 반박할 수가 없었다. 송중기 형님에게는 깍듯하게 ‘선배님’이라고 했더니 중기 형님이 “장동건 형님은 선배지만 나는 형”이라고 말씀하셨다. 캐주얼하시면서 남자답고 또 자상하다. 묵묵히 뒤에서 사람들을 잘 챙겨준다. 나는 그 촬영에 없었지만 겨울에 제주도 촬영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추워진 날씨에) 옷가게에 가서 패딩도 하나씩 사주셨다고 한다. 정말 세심하다고 생각했다.

10. 상반되는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황희: 두 캐릭터의 온도차가 커서 재밌는 경험이었다. 유준과 무광의 매력이 달랐고 각 캐릭터의 상황에 충실해서 촬영에 임했다.

10. ‘의사요한’의 용어가 더 어려웠나, ‘아스달 연대기’의 말이 더 어려웠나?
황희: 아…. 둘 다 단어가 생소한데 ‘의사요한’의 분량이 좀 더 많았고 대사도 더 길어서 의학 용어가 더 입에 안 붙었던 것 같다. 영어 단어도 많아서 어렵기도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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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는 “소설 등으로 판타지를 많이 접해서 ‘아스달 연대기’에 의외로 접근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굵직한 두 작품을 연달아 하면서 배운 점도 많을 것 같다.
황희: 훌륭한 선배님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내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선배님들을 보면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강인한 체력과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장동건 선배님, 송중기 형님, 지성 선배님 모두 그랬다. 지성 선배님은 현장에서 10시간 넘게 촬영해도 계속 서 계신다. 조심스럽게 이유를 여쭤봤더니 자신이 잠깐 쉬고 싶어서 밖에 나가면 후배들도 그렇게 할 것 같아서 조심하는 거라고 했다. 와 닿는 말이었다. 선배님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게 분명 힘들 것이다. 하지만 티 내지 않고 현장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체력과 튼튼한 다리도 큰 배역을 맡은 배우에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10. ‘아스달 연대기’를 준비하면서 액션 연습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황희: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말을 타고 가면서 다른 말을 끌고 가는 장면도 있고 한쪽 등자에 힘을 싣고 칼을 휘두르거나 고삐에서 두 손을 놓고 활을 쏘는 장면도 있다. 승마를 잘해야 했다. 일주일에 네다섯 번, 두 시간씩 꼬박꼬박 승마 연습을 했고 끝난 후에는 파주 액션스쿨에 가서 교육을 받았다. 몸도 좋아야 해서 크로스핏을 했고 집에 돌아가서도 운동을 했다. (집에 운동기구를 마련해뒀나?) 하나 샀는데 지금은 빨래걸이로 쓴다.(웃음)

10. 고대의 자연 환경을 구현해내기 위해 오지에서도 촬영하고 CG(컴퓨터그래픽) 촬영도 많았을 텐데 생소한 촬영 환경에 적응하는 건 괜찮았나?
황희: 어떻게 찾았는지 모르겠다. 야외촬영 장소는 고대에 있었을 것 같은 숲이었다. 어렸을 적 견학 가서 봤던 1000년 된 나무같은 나무들이 많았다. 길도 없는 제주도 숲을 들어가고 들어갔다. 공기는 너무 좋았다.(웃음) 처음 해본 CG 촬영에서 느낀 건 배우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 상상력과 집중력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차례가 끝나고 다른 배우들 촬영하는 걸 보면서 너무 웃겨서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극 중에서 무광이 심장이 뽑혀서 죽는 장면도 CG 처리를 해야 해서 촬영 때 초록색 타이즈를 입고 그 위에 갑옷을 입었다.

10. 눈별(안혜원 분)에게 심장이 뽑혀 죽을 거라고 예상했나?
황희: 대본이 한 권 한 권 들어올 때마다 난 대체 언제까지 살아있나 궁금했다. 한번은 뇌안탈이 등장해 나를 집어던지는 장면이 있어서 죽을 줄 알았는데 기절만 했다. 나쁜 짓을 저지르다 결국 탄야(김지원 분)의 예언대로 잘 갔다.(웃음) 나도 살고 싶었는데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했다. 내가 죽어야 여자 뇌안탈이 각성한다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니 잘 떠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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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는 “부모님이 내가 드라마 출연하는 것을 좋아해주시지만 나는 쑥스러워서 함께 TV를 보지 못한다”며 멋쩍어 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본명은 김지수인데 황희라는 예명을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
황희: 연극할 때까지는 본명을 썼다. 배우의 이름에서 나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좀 더 남자답고 멋있는 이름이 뭘까 고민하는 내 모습에 회사 대표인 이범수 선배님이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의 이름을 여러 개 던져주셨다. 그 중 하나가 황희였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름도 많았다. 황희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갖고 있다가 방송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썼다. ‘황’자는 센 느낌이 있는데 ‘희’자가 희석시켜주는 것 같다. 황희라는 이름에 강함과 부드러움이 함께 담겨 있어서 마음에 든다.

10. 데뷔가 좀 늦은 편인데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황희: 방송을 한지 얼마 안 됐지만 연극영화과 진학도 준비하고 제대 후 대학로에서 연극도 하면서 고등학생 때부터 차근차근 연기자의 길을 밟아왔다. 다른 분들이 보기에 늦은 감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고 있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은 없다.

10.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황희: ‘의사요한’과 ‘아스달 연대기’에서 연기한 인물 간의 온도차가 크다. 의도한 건 아니다. 다만 원하는 건 양면성이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거기에서 인간미가 있고 사람들이 여지와 틈의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유준도 꽤 실력 있는 의사면서 허당기가 있어서 좋았다. 위트도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모른 척 하는 능청스러운 면도 있다. 양면성 있는 인물이 매력적이다.

10. 롤모델로 삼는 배우가 있나?
황희: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박하사탕’이다. 설경구 선배님이 주연했다. 화면 속 인물이 정말 실제 사람 같아서 영화가 마치 인간극장처럼 느껴졌다. 그 때의 영향력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설경구 선배님 외에도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많지만 첫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다.

10. 10년 후면 40대인데 앞으로 그 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황희: 열여덟 열아홉에 나는 막연히 서른 살에 내가 영화를 시작하지 않을까 상상하곤 했다. 그 가까운 나이에 나는 드라마를 하고 있다.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로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더 높은 위치에 올랐더라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심을 지킬 것이다.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배웠다. 잘 지키고 싶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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