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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통념 깨버린 드론…초음속 전투기 시대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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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시설 파괴 충격…관심·우려 ↑

값싸고 효율적…비국가 무장세력 신무기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란 중동 분쟁국 군비 경쟁

전문가 “위협 진화…대응책 마땅찮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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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을 무인공격기 드론 편대로 공격해 큰 타격을 입히면서, 드론이 전쟁의 통념을 깨는 ‘게임 체인저’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드론이 전장에 처음 투입된 건 반세기가 넘었지만 정찰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미국을 시작으로 드론이 ‘부담 없는’ 공격 무기로 활용되면서 관심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 “중동에서 드론은 고속 제트기의 제공권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짚었다. “작고 값이 싼 무인기가 (공군력이 주도하는) 전쟁 공식을 바꿔놓고 있으며, 특히 중동 지역의 전쟁터 상공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현대전에선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게 진리였다. 각국은 첨단 과학기술과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기동성과 스텔스 기능을 갖춘 초음속 전투기 확보에 힘을 쏟아왔다. 그런데, 장난감 같던 드론이 정찰용을 넘어 공격 무기로 쓰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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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은 다른 첨단 무기들에 견줘 저렴하고 운용이 간편한데다, 저공비행으로 레이더 감시망을 회피하기도 쉽다. ‘오리발’을 내밀기에도 좋아 공개적인 무력충돌로의 비화를 방지하면서도 상대방을 타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규군을 갖춘 국가들뿐 아니라 비국가 단위의 무장 조직들도 드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전쟁이 재래식 무기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국가 대 국가의 무력 충돌보다는 테러 단체 등 무장조직이 전·후방 구분이 없이 벌이는 비정규 국지전으로 전개되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지난 14일, 예멘의 후티 반군이 올해 들어서만 14차례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후티 반군, 왜 아람코 노렸나…값싼 무기로 최대 효과

최근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는 “드론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세력(하마스)에게 새로운 정밀 무기가 되고 있다”며 “(자국의) 병사들이 죽기 전에 드론의 위협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달 초 이스라엘의 장갑차량이 드론 공격을 받은 직후였다. 지난 5월엔 이스라엘군 전차가 지하드 조직의 드론이 떨어뜨린 폭탄에 맞아 화염에 휩싸였다. 그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은 곧바로 소셜미디어로 확산됐다. 반면 이스라엘 영공을 넘어오던 드론이 격추된 사례들도 많다. 앞서 2016년엔 하마스의 드론 제조 전문가가 이스라엘 첩보조직 모사드에 암살됐고, 2012년엔 가자 지구의 드론 제조 시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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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도 드론 무장과 활용의 선두 그룹이다. 지난달 이스라엘은 드론 편대를 띄워 레바논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거점을 강타했다. 지난 10여년새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지도자 암살과 군사시설 공습도 드론의 위력이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군은 최신 고속 전투기들로 무장했지만, 시리아 등의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드론 편대로 역량을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사우디 아람코에 대한 드론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도 드론 강자로 떠올랐다. 이란은 기존의 드론을 개조하는 것에 더해, 2015년 자국 영공에서 격추된 미국의 드론에서 최신 기술을 추출해 첨단 드론까지 제작해 드론 편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드론은 무차별 테러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크다. 프랑스의 한 무기 전문가는 16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드론의 위협은 끊임없이 진화하지만 이에 대응할 단일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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