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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 사우디와 이란은 왜 계속 대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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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 이유는 종파분쟁... 이란혁명 이후 양국 간 대리전 격화

2014년 국제유가 대폭락 이후 격화... '유가 수호 전쟁'으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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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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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치한 세계 최대규모 정유시설인 아브카이크(Abqaiq) 유전이 드론 폭격으로 가동이 멈추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이 배후를 자처했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을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예멘 북부 국경에서 아브카이크까지 소형 드론으로 폭격할만한 거리로 보기에는 너무 먼데다 정치, 문화, 종교 모든 부분에서 사우디와 패권다툼 중인 이란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중동분쟁 전체의 근원을 파고 올라가면, 사우디와 이란이란 중동의 두 패권국가와 마주하게 된다. 이 때문에 중동전쟁 전체를 '사우디-이란 대리전쟁'이라 지칭하기까지한다. 양국의 오랜 분쟁은 단순한 종교부문의 분쟁을 넘어 역사기간 동안 누적돼온 지역감정 위에 현실정치와 석유시장 점유권 등 여러가지 문제가 중첩돼있다.


양국 분쟁의 표면상 이유로 거론되는 이슬람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간 갈등은 약 1300여년 전인 서기 7세기 이슬람의 패권다툼에서 비롯됐다. 이슬람교를 세운 무함마드 사후 이슬람 지도자는 당시 종교 공동체인 움마에서 선출, 이 지도자를 '칼리파'라 불렀다. 문제는 이슬람 세력이 계속되는 정복사업으로 중동 전역을 지배하는 대세력으로 성장하면서 칼리파 자리를 놓고 아랍 귀족가문들끼리 알력이 발생한 것. 결국 2대 칼리파부터 내리 3명이 세력다툼으로 살해당했으며, 이중 무함마드의 사촌동생이면서 사위였던 4대 칼리파 알리의 정통성을 두고 이슬람교는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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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이란혁명으로 친미정권이던 팔레비왕조를 몰아내고 신정정권을 수립한 루홀라 호메이니의 모습. 호메이니 집권 이후 시아파가 이란을 넘어 이라크 및 중동 전역으로 퍼지며 봉기가 일어날 것을 우려한 사우디는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를 계속 지원했다.(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정작 이 교파문제 자체가 현대 사우디와 이란간의 혈전을 불러온 것은 아니다. 2차대전 직후 이란이나 사우디 모두 중동 내의 대표적인 친미 왕조들이 정권을 쥐고 있었으며, 표면적인 분쟁보다는 내정이 급선무였다. 양국이 원수지간이 된 것은 1979년 이란의 종교지도자였던 호메이니가 팔레비왕조를 무너뜨리고 이른바 강력한 신정정권을 수립한 이후부터였다.


사우디 왕가는 이란의 혁명이 자국으로 번지는 것을 두려워했으며, 사우디 내 소수 시아파 종교지도자들이 사우디 왕가의 부패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했다. 때마침 호메이니가 이라크 내 다수 시아파의 봉기를 촉구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라크의 독재자이자 수니파교도인 사담 후세인이 1980년 9월 선전포고 없이 이란을 기습공격하면서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했고, 사우디는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왕정국가들과 힘을 모아 1000억 달러 이상의 전쟁차관을 이라크에 제공했다. 당시 이란에 비해 인구 및 국력차가 4배 이상 벌어져있던 이라크가 이 전쟁을 8년 이상 끌 수 있었던 것도 사우디의 오일머니가 계속해서 지원됐던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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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으로 황폐화된 예멘 다마르 지역의 모습. 예멘은 2004년부터 예멘 정부와 시아파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간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정부군은 사우디와 미국이, 후티 반군은 이란이 각각 지원하며 내전이 장기화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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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 이후부터 사우디와 이란은 철천지 원수가 됐으며, 이웃 나라들의 수니파, 시아파 분쟁에 두 나라가 끼어들면서 종파전쟁은 격화됐다. 더구나 다수의 시아파 주민들로 구성돼있으나 수니파인 사담후세인 치하에서 수니파 국가로 남아있던 이라크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며 대혼란에 빠지자, 이라크 내 종파, 군벌간 분쟁에 사우디와 이란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되면서 양자간 대결 규모가 점점 커지게 됐다.


현재 사우디와 이란간 대리전쟁은 양국 군대가 직접 개입한 시리아 내전과 예멘 내전을 비롯해 바레인, 카타르, 레바논 등 중동 국가 전역에 해당한다. 이란은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을 지원하며 드론 및 탄도미사일 기술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우디는 미국과 함께 예멘 정부군을 지지하며 예멘 전역을 포위공격 중인 상태다. 대리전 양상을 띠며 각국의 내전이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장기전으로 변했고, 내전상태에 빠진 국가들은 도시 및 정유시설 파괴로 국토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대리전쟁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계속해서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2014년 11월 국제유가가 35% 대폭락을 경험한 이후 대리전은 더더욱 격화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 돼 주요 산유국들의 유전시설이 대거 멈춰서면서 유가는 안정적으로 올라갔고, 산유국들은 엄청난 경기쇼크에서 겨우 헤어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동의 두 패권국가의 대리전이 앞으로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에는 유가문제가 얽혀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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