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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우디 드론 테러가 '트럼프 뜻대로' 연준 금리인하 가속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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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또다시 대폭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무인기(드론) 테러가 발생한 여파로 국제유가가 폭등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중국은 통화 가치 대폭 절하와 통화 부양책으로 생산자물가가 3년 만에 최대치로 하락했다"며 "연준이 보고는 있는건가. 그 게임에 참가하긴 한 건가"라고 썼다.

그는 "달러화 강세는 사상 최고로, 수출에 정말 나쁘다"며 "미국은 연준 때문에 다른 경쟁국들보다 매우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연준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 그들(경쟁국들)에겐 믿을 수 없는 행운"이라며 "무엇보다 지금 유가가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대폭 금리 인하와 부양책(이 필요하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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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자신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제롬 파월 당시 후보자를 지명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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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연준에 대폭 금리인하를 압박해 왔다. 유가 폭등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연준은 오는 18일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이미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00∼2.25%로 0.25%포인트 내린 연준이 추가 인하를 단행할지 여부와 그 규모가 관전 포인트다. 특히 이번 사태가 연준의 결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75.0%, 동결할 가능성을 25.0%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연준이 이번 사태에 즉각 대폭 금리인하로 대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 당시 연준은 몇달에 걸쳐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당시 연준의 조치는 테러 충격으로 몸을 사리는 금융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다"며 "그러나 이번 사우디 피폭 사태 이후 중앙은행을 안심시켜야 할 정도의 긴장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연준은 과거 이란 혁명 뒤 이어진 1979년 2차 오일쇼크 당시 오히려 기준금리 최대포으로 인상했다. 이후 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기도 했지만, 치솟는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번 사태가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에 주요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셰일 혁명 등으로 에너지 효율성이 제고되며 미국의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낮아진 상황에서유가 상승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좋아진 에너지 업체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면서 경제 손실분을 메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사우디 ‘석유 심장’ 테러로 국제 유가 요동…‘이란 배후설’에 군사적 긴장 고조

앞서 사우디는 지난 14일 새벽 아람코가 보유한 사우디 동부의 아브카이크 탈황시설과 쿠라이스 유전 등 석유시설 두 곳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우디 ‘석유 심장부’로 여겨지는 해당 시설 가동은 잠정 중단됐고, 이 여파로 하루 평균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는 전체 산유량(약 980만배럴)의 절반 수준으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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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아람코가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아브카이크 석유단지에서 14일(현지 시각) 화염이 치솟고 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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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불안 우려가 고조되며 국제 유가는 요동치고 있다. 사태 발생 다음날인 15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약 20% 폭등했다. 이는 1990년~1991년 걸프전 이후 최대폭의 상승이다. 지난 16일 개장부터 오름세를 이어가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15.5%까지 급등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퍼센트 기준으로 이는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가동 중단된 시설이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에 따라 유가 상승은 계속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번 사태가 유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 그는 또 테러 배후 세력에 대한 군사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란을 실제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강력 부인하며 군사 개입에 대한 맞대응을 경고한 상태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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