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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바다의 블랙홀' 테트라포드 점령한 '안전불감증 낚시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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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면 다시 올라오기 힘든 구조물…미끄럼 사고 많아

단속 공무원에 화 내기도…계도 후 내년부터 과태료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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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로 부근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객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2019.09.16/© 뉴스1 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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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초가을에 접어든 16일 오후 6시 부산 수영구 광안리 앞 바다를 품은 민락항.

광안리 바다의 거센 파도를 막기 위해 민락수변로 부근 900m 거리에 설치된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객 10여명이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관할인 수영구청이 지난 7월1일부터 이곳 민락수변로 29~92 테트라포드 구간을 낚시통제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낚시 명당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낚싯대를 집어든 A씨는 "위험하지는 않으세요?"라고 묻는 취재진에게 멋쩍은 듯 "위험하긴 하지"라고만 답하고 테트라포드 위로 올라섰다.

테트라포드는 '바다의 블랙홀'이라 불릴 정도로 한번 빠지면 다시 올라오기가 힘든 구조물이다. 네 개의 뿔 모양으로 생겨서 파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보통 3∼5m 정도의 깊이다.

테트라포드는 방파제 바깥쪽에 층층이 쌓아두는데 사이사이에 틈이 생기고 이 틈으로 사람들이 미끄러져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추락시에는 테트라포드에 부딪혀 머리를 다치거나 골절 등 중상을 입을 수 있다. 테트라포드 표면에 있는 따개비에 긁히면서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는 사고도 발생한다.

부산에서도 매년 테트라포드에서 추락해 구조되는 사례도 많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테트라포드에서 구조된 인원은 2016년 34명, 2017년 21명, 2018년 19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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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민락수변로 테트라포드 위에서 한 시민이 낚시에 열중하고 있다.2019.09.16/ 뉴스1 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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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구청은 이날 민락수변로 테트라포드 부근에 설치한 스피커를 통해 "바닥이 미끄러워 사상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니 테트라포드에서 이동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안내 멘트를 했지만 이 권고를 듣는 사람은 없었다.

주변을 산책 중이던 한 시민은 "바닷가라 바람도 거세게 불고 미끄러지면 크게 다칠 것 같은데 굳이 낚시를 해야하나 싶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광안리 바다를 두고 테트라포드가 설치된 또다른 장소인 남천 삼익비치아파트 앞에서도 낚시객들은 테트라포드 위에 서거나 앉아서 낚시 삼매경에 빠져있긴 마찬가지였다.

이들 중 일부는 단속을 실시하는 공무원에게 되레 적반하장 격으로 화를 내기도 한다.

구 관계자는 "경찰과 함께 단속에 나가면 대부분 낚시를 철수한다"면서 "공무원만 단속에 나가면 '왜 낚시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느냐'고 따지는 분들도 많고, 현재로서는 과태료 부과 등 강제성이 없어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수영구청은 내년부터 민락항 부근 낚시통제구역에서 낚시를 하면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1차 20만원, 2차 40만원, 3차 80만원씩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낚시통제구역 지정은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당장 과태료를 부과하기보다는 계도 기간을 충분히 뒀다"고 밝혔다.
s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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