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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보수야권 '중도·20대·수도권' 흡수 묘안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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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정국 거치며 '무당층' 확대…보수야권 지지로 연결은 안돼

무당층 대표 키워드 '20대·중도·수도권'

보수대통합, 제3지대론 등 다양한 시나리오 고려

개혁적 '그릇' 어떻게 만들어 낼지 관건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조국 정국'을 거치며 확대된 '무당층'의 표심을 어떻게 흡수할지가 보수야권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도,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대·중도·수도권은 무당층을 대표하는 키워드다. 이들을 잡기 위해 보수 세력은 통합, 제3지대 연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는 양상이다.

결국 무당층을 담아낼 만큼의 개혁적인 '그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의 역할론이, 바른미래당은 커지는 손학규 대표 퇴진 압박 속에 바른정당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조국 정국 거치며 '무당층' 확대…한국당 흡수 방안 고심

노컷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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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당층이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한국당이 개혁과 혁신의 모습을 보이면 지지를 흡수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최근 조국 정국을 거치며 늘어난 '무당층'을 강조한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칸타코리아가 SBS 의뢰로 9일~11일 성인 1026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한 결과 '지지정당이 없다'거나 '모르겠다' 응답자 비율은 38.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7월 14~15일 같은 기관이 실시한 조사 결과(33.7%) 보다 5%p 오른 것이다.

무당층을 좀더 들여다보면 20대, 수도권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20대는 61.8%로 7월 조사(54.2%)보다 7.6%p, 수도권은 39%로 이전(37.4%)보다 1.6%p 늘었다.

국정운영 지지도의 경우 20대는 7월 잘함이 47.5%, 잘못함 41.5%였으나, 9월 각각 41.1%, 51.7%로 '잘못함'이 10%p 이상 역전했다. 수도권 역시 잘함 51.6%, 잘못함 43.5%에서 45.2%, 51.7%로 마찬가지였다.

이 사이 9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은 7월 조사보다 각각 3.7%p, 2.6%p 하락한 31.1%, 18.8%로 나타났다.

즉 20대·수도권 등으로 대표되는 무당층이 '조국 정국'을 거치며 확대됐으나, 한국당이 이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에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이러한 무당층을 흡수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됐다. 현재까지 내놓은 해법으로는 조국 사퇴를 기점으로 한 투쟁 강화다. 원외에서는 장외투쟁, 1인시위, 대국민서명에 이어 황 대표가 직접 삭발까지 나섰다. 원내에서는 오는 정기국회에서 조국 국정감사와 특검, 해임건의안 등을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투쟁 일변도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대다수 평가다. 강성 우파층 등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지만, 결국 무당층을 잡기 위해 통합 등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황 대표는 일단 '반(反) 조국' 연대를 고리로 '국민연대'를 제안한 상태다. 보수대통합의 신호탄을 쏜 모양새지만, 반조국을 넘어 통합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는 물음표가 달린 상태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를 중심으로 한 통합과, 제3지대 빅텐트 등 방법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한 비박계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에서는 내년에도 야당 심판을 하자고 얘기하는데, 이런 프레임이 먹히는 이유는 여전히 한국당이 적폐 세력이라는 때를 못벗었다는 방증"이라며 "결국 탄핵 책임이 있는 친박계가 주류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통합을 위해 빅텐트로 나가는 등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한 무당층을 잡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통합을 위해 '내려놓겠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구체적인 플랜이 보이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중도층, 개혁보수 세력을 담기 위한 '그릇'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박계를 기반으로 한 지지세력이 황 대표의 내려놓기를 용납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탄핵 이후 겨우 되살려 놓은 당과 황 대표 체제를 키워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빈털터리가 된 당을 이만큼 지켜냈는데 또 대표 체제를 흔들면 안된다"며 "황 대표를 중심으로 반문연대를 꾸리면 무당층까지 흡수하는 통합은 자연스레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황 대표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4일 중진의원들과 만나 통합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문연대를 토대로 한 원칙론에 그쳤다는 것이 참석자의 설명이다. 이밖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를 염두한 보수야권의 선거연대도 이 자리에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공감하는 바른미래당…흔들리는 손학규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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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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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분란이 이어지는 바른미래당은 통합에 갈 길이 멀지만, 새로운 모멘텀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일단 손학규 대표는 "추석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못 미치면 사퇴하겠다"는 선언을 번복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황 대표가 제안한 국민연대 참여도 정치 정쟁에 이를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손 대표가 버티는 상황에서 통합에 대한 응집된 목소리는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당내 최다선(5선)인 바른정당계 정병국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과의 싸움은 손 대표의 사퇴로부터 시작된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당내 내홍에서 침묵을 지키던 정 의원의 사퇴 입장은 바른정당계와도 사전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사퇴 목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상황이다.

개혁보수의 한 축인 유승민 전 대표는 국민연대 참여 의사를 밝히며 통합에 공감한 상태다. 안철수 전 의원은 일단 독일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손 대표의 거취가 정해질 경우 개혁보수를 내건 제3지대론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무당층을 흡수하는지 여부는 결국 보수가 얼마나 혁신하는지에 달렸다"며 "손 대표 측근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당 내홍은 이달말 결판이 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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