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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센의 마지막 버디 퍼팅… 이보다 멋진 은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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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동점 상황서 퍼팅 성공, 유럽팀 솔하임컵 우승 이끌어

한때 퍼팅 불안 증세 시달리기도… 2년 전엔 부상과 육아로 침체

4년 전 같은 대회선 '컨시드 파문' 옹졸한 매너로 구설수 올라

노르웨이의 골프 스타 수잔 페테르센(38)은 4개월 전만 해도 사업가인 남편과 지난해 낳은 아들 키우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는 2017년 11월 이후 부상과 육아로 단 두 대회에 출전했고 모두 컷 탈락했다. 전성기 시절 2위였던 세계 랭킹은 어느새 665위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던 그에게 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뛸 기회가 찾아왔다. 그동안 솔하임컵에서 동고동락했던 카트리나 매슈(40·스코틀랜드)가 유럽팀 단장을 맡은 뒤 자신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페테르센은 단장 추천으로 유럽팀 12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16일 영국 스코틀랜드 퍼스셔의 글렌이글스 호텔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2019 솔하임컵 마지막 날 싱글 매치 플레이. 페테르센은 마지막 18번홀에서 2.4m 버디 퍼트를 남겨 놓고 있었다. 17번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의 마리나 알렉스(29)는 이미 3m 버디 퍼트를 놓친 상황이었다. 당시 17번홀(파3)에서 브론테 로(잉글랜드)가 앨리 맥도널드(미국)를 이기면서 점수는 13.5―13.5 동점. 유일하게 대결을 벌이던 페테르센의 마지막 퍼팅 하나에 솔하임컵의 향방이 걸려 있었다. 페테르센이 버디를 잡으면 유럽의 승리, 실패하면 동점으로 지난 대회 우승팀 미국이 트로피를 지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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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골프 스타 수잔 페테르센이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페테르센이 16일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 호텔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미국과 유럽의 여자골프 대항전 솔하임컵 마지막 날 싱글매치플레이에서 유럽을 6년 만의 우승으로 이끄는 퍼팅을 성공한 다음 포효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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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센은 퍼팅 난조에 시달려 한때 두 눈을 다 감고 퍼팅을 하기도 했던 선수다. 더구나 2.4m 퍼팅은 짧지만, 의외로 프로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거리다. 미국 PGA 투어에서도 그 거리 성공률이 53%에 불과하다. 그러나 페테르센은 베테랑이 필요했던 매슈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침착하게 볼을 컵 안으로 떨어뜨렸다. 그가 우승 퍼팅 후 활처럼 허리를 뒤로 젖히며 두 주먹을 불끈 쥐자 동료가 그린으로 뛰쳐 올라왔고, 그린이 홈팬들의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유럽은 페테르센의 버디 퍼팅으로 14.5대13.5로 승리, 3연속 우승에 도전하던 미국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년마다 열리는 솔하임컵에서 유럽이 우승한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유럽은 둘째 날까지 포볼·포섬 매치에서 미국과 8-8로 팽팽하게 맞서다 마지막 날 싱글 매치 플레이 12경기에서 1점을 앞섰다. 유럽은 세계 랭킹 최고 선수가 카를로타 시간다(12위·스페인)일 정도로 객관적 전력에서는 열세였다. 하지만 페테르센이 구심점 역할을 하며 세계 3위 렉시 톰프슨, 10위 넬리 코르다 등을 앞세운 미국을 눌렀다. 페테르센은 대회 첫날 포볼 경기에서도 아너 판 담(네덜란드)과 짝을 이뤄 미국의 대니엘 강-리젯 살라스를 4홀 차로 제압했다.

페테르센은 4년 전인 2015년 대회 악몽에서도 벗어났다. 당시 페테르센은 맞상대였던 미국의 앨리슨 리가 버디를 시도했다가 공이 홀 50㎝ 앞에서 멈춘 뒤 컨시드를 받았다고 생각해 공을 집어들자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벌타를 받은 앨리슨 리는 울음을 터뜨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페테르센은 경기에는 이겼지만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는 거센 질타를 받은 끝에 결국 사과했다. 유럽은 컨시드 파동 이후 똘똘 뭉친 미국에 역전패까지 당했다.

자신의 9번째이자 마지막 솔하임컵에서 완벽하게 명예 회복을 한 페테르센은 기자회견에서 "나의 프로 인생을 이보다 더 좋게 끝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기뻐하면서 깜짝 은퇴를 선언했다. 미 LPGA 투어에서 메이저 2승 포함, 통산 15승을 거둔 여자 골프 스타의 '해피엔딩'이었다.

☞수잔 페테르센(38)

▲ 1981년 노르웨이 오슬로 출신
▲ 키 173cm
▲ 2001년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데뷔(7승)
▲ 2003년 미 LPGA 투어 데뷔(15승·메이저 2승 포함)
▲ 2017년 노르웨이 사업가와 결혼, 2018년 아들 출산
▲ 2019년 솔하임컵 끝으로 은퇴

=메이저 2승
2007년 LPGA 챔피언십
2013년 에비앙 챔피언십(유러피언투어와 공동 주최)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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