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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단체 '일본회의', 아베 내각 20명중 15명 휩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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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 가까운 국회의원도 소속, 천황제 숭상… 개헌 목표로 활동

역사교과서 개정·위안부 문제 등 아베 정권과 일심동체로 움직여

일본 사회 우경화를 이끄는 우익 단체 '일본회의(日本會議)'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단행된 개각으로 구성된 새 내각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포함, 각료 20명 중 15명이 일본회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본지가 일본회의의 국회 조직인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명단을 분석한 결과 이 모임 소속 각료는 개각 이전과 똑같은 15명을 유지했다. 일본의 각료 75%가 특정 이념에 경도된 단체에 소속된 상태가 계속되면서 우경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내각은 일본회의의 지부'라는 비판도 강해지고 있다.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는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의 특별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에토 세이이치 오키나와·북방영토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 등이 모두 '간담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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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지난달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났을 때 '한국 기생 관광' 을 언급했던 에토 세이이치 오키나와·북방영토상이다. 그는 이 모임의 간사장으로 1970년대부터 우익 단체에서 활동, 극우적인 사고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아베 총리가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을 합사(合祀) 중인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자 미국에서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그가 "오히려 우리가 더 실망했다"고 맞받았을 정도로 야스쿠니신사를 신성시하고 있다.

'아베 정권의 정신적 기반'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회의는 1970년대 일왕의 재위 기간에 사용하는 연호(年號) 합법화 운동을 바탕으로 한 우익 운동이 그 뿌리다. 신흥 종교인 '장생의 집'과 우익 학생운동 출신 인사들이 뭉쳐서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로 활동하다가 1997년 5월 30일 일본회의로 통합됐다. 총리를 역임한 모리 요시로, 오부치 게이조 등은 일본회의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본회의 출범 하루 전에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를 발족시켰다. 지금은 약 300명에 가까운 국회의원들이 이 모임에 소속돼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본회의는 일본의 47개 광역 지자체에 지부가 있으며 약 4만명의 회원이 전국에서 열성적으로 활동 중이다. 천황제를 숭상하며 개헌을 목표로 '국민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회의와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출간한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태평양전쟁 이전의 천황제 중심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일본회의의 목표"라며 "주변 국가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수정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회의는 아베 정권과는 일심동체로 움직이고 있다. 역사 교과서 개정,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 사실상 아베 정권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회의는 지금의 평화헌법을 미국이 만든 '외국제(外國製)'라고 폄하하며 일본이 정상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017년 일본회의가 주최한 개헌 집회에 아베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은 상징적이다. 그는 당시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새로운 헌법이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총리가 개헌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우익 단체 행사를 통해 이를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일본회의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미 의회조사국(CRS)이 2014년 지적한 적도 있다. CRS는 당시 아베 정권이 일제의 위안부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 등을 지적하며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 움직임 배경에는 일본회의가 있다고 분석했었다.

지난 7월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하기 위해 의견을 받을 때 이례적으로 약 4만건의 찬성 의견이 접수됐다. 그 배후에는 행정 조직과 같은 조직력을 가진 일본회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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