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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전방서 술판···무단이탈···北목선 귀순···"軍 정신력 완전히 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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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이후 무너진 軍기강

스포츠도박 등 끝없는 안보해이

억지 평화기류 정책이 위기 키워

中·러에 침묵, 美관계 뒷전도 문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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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군사합의 이후 우리 군의 기강해이 문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 전문가는 물론 야권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군 기강해이 문제가 전에는 우발적이고 단발적이었던 반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군 전체에 만연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한 퇴역 장성은 “이전에도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많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그간의 군 기강해이 사건이라면 주로 총기사고, 폭발사고, 전투기 추락사고 등 우발적 사건·사고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군 기강해이 문제가 본격화한다. 문제의 핵심은 잇따른 안보위기에도 평화 기류를 억지로 이어가려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 기조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이후 무너진 軍 기강

문 대통령이 취임한 해인 2017년 말 강원도 고성의 최전방 초소에서 실탄과 수류탄을 곁에 둔 채 근무 중인 병사들이 수차례 술판을 벌이고 인증샷까지 촬영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다음 해 3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다음달 휴대폰 사용 시범허용을 강행했다.

같은 해 4월 정부는 북한과 판문점선언을 하게 된다. 선언 2개월 뒤, 음주금지 및 대응태세 유지 지침에도 최전방 해병부대 지휘관 40명이 산행 후 술판을 벌인 사실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북한과 9·19군사합의를 체결하고 최전방 GP를 철거했다. 특히 군이 여당 의원들에게 파괴된 감시초소의 철조망을 선물하면서 ‘안보해이’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9년 4월 공군 이등병이 영화 ‘어벤져스’를 보기 위해 무단이탈했다가 헌병에게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한 달 뒤인 5월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두 차례 감행했다. 그럼에도 며칠 뒤 해군 6명이 탄약고 내 초소에서 1시간 넘게 ‘치맥’을 시켜 먹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와중에 급기야 6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이 터지고 만다.

동해상의 감시망이 허무하게 뚫려버린 목선 귀순으로 군 기강해이 논란이 크게 일었지만 또 하나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불거졌다. 7월 초 2함대 거동수상자 사건 및 허위자수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현역군인 2명과 전역한 예비역 3명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넘게 휴대폰으로 스포츠도박을 한 혐의로 적발됐다.

잇따른 군 기강해이 논란에 문 대통령은 7월19일 재향군인회·성우회·육사총동창회 등 예비역 군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벌어진 몇 가지 일로 우리 군의 기강과 경계태세에 대해 국민께서 우려하고 있다”며 “국군통수권자로서 책임을 느끼며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중심으로 엄중하게 대응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및 독도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북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국을 주변국마저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文 정부의 안보관이 문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9·19군사합의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안보관 자체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 정부는 정책적 측면에서 가능하면 북한과 충돌하지 않고 이해하려는 접근을 한다”며 “북한 도발을 포함해 그런 분야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우리 정부의 대북관 안보관 그리고 동맹관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구체적인 신뢰조치 없이 북한을 믿겠다는 상황에서 합의했고 그런 결정을 한 안보정책이 국방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역시 “9·19군사합의는 전방의 준비태세를 약화시키고 국민들의 전쟁대비 의식을 무너뜨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사실 북한과는 휴전상태라 적인데 국방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적이라고 하지 못하게 정책적 판단으로 하고 있다”며 “(정부가) 전반적으로 평화 시대가 왔다며 인권·복지 등을 강조하면서 간부들이 군인들한테 제대로 지시도 못하고 전체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또 중러 초계기 침입과 관련해 “군인은 상명하복의 정신이 큰데 청와대의 큰 방향이 북한과 잘 지내고 평화 분위기를 손상하지 않는 것”이라며 “북한과 싸우는데 대통령이 잘 지내자고 하면 과거처럼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군 기강해이 문제가) 모포에 구멍이 난 것처럼 부분적인 문제였다면 지금은 모포 전체에 문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군대의 정신력을 완전히 와해시킨 상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비 오히려 증가···군기강 해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군 기강해이로 무장해제된 것이 아니라 안보가 더 강화됐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국방예산이 46조6,971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하고 지난해 예산은 43조1,581억원으로 전년 대비 7% 늘어 전 정부 때보다 증가폭이 크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착시’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박휘락 원장은 “어디다 돈을 쓰느냐가 중요하다”며 “북핵에 대비해 사용하면 좋은데 대부분 재래식 대비로 엉뚱하다”고 했다. 그는 “위협을 느끼는 것은 핵무기인데 국방비로 준비하는 것은 장병복지 및 봉급, 항공모함 구입 등이고 핵 위협 대비는 없다”고 말했다.

신범철 센터장 역시 “외교적으로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데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이나 한미동맹에 대한 중요성을 덜 인지하고 안보협력을 덜 인식하는 문재인 정부의 접근과 중국·러시아에 대한 침묵 등 전반적인 것들이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어 투자만으로 튼튼해졌다는 것은 비약”이라고 강조했다.

육군 출신의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8% 정도 늘어나 봐야 인건비에 다 들어간다”며 “가시적으로 증가한 것같이 보이지만 병사 봉급은 2021년까지 매년 오른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옛날에 북한 방향으로 철조망을 치고 경계도 서고 그랬는데 경계 대상이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며 “(9·19군사합의로) 우리만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됐다”고 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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