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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터널, 안에서 차선 변경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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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언젠간 쓸 데 있는' 터널 이야기 8가지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 터지는 부분은 가차 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한시가 바쁜 고향 가는 길에서 빠질 수 없었던 중간 경유지는 다름 아닌 '터널'이다. 고속도로나 한적한 국도에서 터널을 지날 때면 꺼뒀던 라이트도 켜고 혹여나 사고라도 일어날까 조심조심 운전하게 된다. 하지만 터널 덕분에 고향 가는 길이 훨씬 빨라지고 편리해졌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운전대를 다잡게 된다.

추석 고향으로 가는 길과 귀경길, 그리고 나들잇길에 빠질 수 없는 '터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귀를 먹먹하게 하지만 소요시간을 줄여주고 운전의 난이도를 낮춰주는 고마운 존재인 터널에 대해 '알아두면 언젠간 쓸 데 있는' 이야기 여덟 가지를 꺼내 본다.

[#1] 한국 첫 번째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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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로터널인 여수 마래제2터널.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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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첫 번째로 만들어진 터널은 다름 아닌 서울 한복판에 있다. 경의선 부설과 함께 1904년 지어진 '아현터널'과 '의영터널'이 그것인데, 각각 382m, 483m의 짧은 터널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두 터널은 현재도 경의선 전철뿐만 아니라 행신기지, 수색기지에서 입출고하는 KTX, 철도차량 등이 오가는 한국 교통망의 폐동맥, 폐정맥 역할을 하는 중요한 터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로 터널 중 가장 첫 번째로 뚫린 터널은 전남 여수시에 있는데, 1926년 개통되어 현재도 쓰이는 마래터널이다. 총 길이 640m, 폭과 높이 4.5m의 마래터널은 일제가 군사도로로 사용하기 위해 당시 조선인들을 강제동원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도 차량 통행이 문제없이 가능한 이 터널은 등록문화재 116호로 지정되어 관리된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고속도로의 첫 번째 터널은 어디일까. 경부고속도로 영천JC-건천IC 사이에 위치한 경주터널이다. 경북 경주시의 200m 남짓 되는 이 터널은 1969년 개통되어 현재에 이른다. 1969년 개통된 구 터널 2기와 2018년 개통된 신 터널로 나뉘는데 서울, 대구 방면 도로가 당시의 터널을 이용하고 있다.

[#2] 한국에서 가장 긴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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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장 길이의 터널인 율현터널 한 가운데에 위치한 동탄역.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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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긴 터널은 어디일까. 서울 수서역에서 지제역까지 SRT(Super Rapid Train) 고속열차가 이용하는 율현터널이다. 깊이 50m에 지어지고, 5만 2250m의 길이를 자랑하는 율현터널은 터널 중간에 정차역이 있을 정도로 긴 길이를 자랑하는데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터널에 속할 정도다.

일반 철도터널 중 가장 긴 터널은 경강선 진부역과 강릉역 사이 구간에 위치한 2만 1755m 길이의 대관령터널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교통수송을 위해 지어져 2015년 관통된 대관령터널은 KTX(Korea Train eXpress)가 지나가지만 200km 이하의 속도로 지나기 때문에 일반철도를 위한 터널로 취급되기도 한다.

도로 터널 중에서 가장 긴 터널은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인제양양터널이다. 현존하는 도로 터널 중 유일하게 10km를 넘은 1만 965m 구간의 인제양양터널은 2017년 개통되어 현재까지 속초, 양양 등으로 나들이 가는 시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사고를 예방하고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터널을 S자로 설계한 점도 재미있다.

[#3] 요즘 터널, 차선 변경도 가능?

한국은 터널에서의 차선 변경이 어려운 국가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터널 속 차로가 사고 예방 등을 이유로 실선으로 그어져 있어 차로를 변경할 수 없다. 가끔은 차로변경을 단속하는 경우도 있다. 한산한 터널에서 무심코 차선 변경을 했다가 과태료 딱지가 집에 날아드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도로교통연구원이 전국 터널 3곳에서 시범적으로 차선변경을 허용했더니 이들 터널에서 사고율이 70%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사고 예방 등을 위해 차선변경을 점차 허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앞서 설명한 인제양양터널이나 강남순환로 내 터널구간 등 일부 터널이 이런 차선변경이 허용된 예다.

하지만 차선 변경을 할 수 있는 터널도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다. 구간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어 과속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하고, 일정 이상의 조도, 즉 터널의 밝기를 확보하고 있으며, 노견의 폭이 2.5m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런 규정에 맞게 지어진 최신식 터널 등에서 차선변경이 가능해지는 등 변화가 보이고 있다.

[#4] 해저터널, 바다 한가운데 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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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에서 처음 개통된 해저터널인 통영 해저터널의 입구.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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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아래로 지나가는 '해저터널'은 현대 토목건설의 집합체 중 하나로 불린다. 사람이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바닷속을 사람이 지나는 길로 만드는 기술인만큼, 많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사업이기도 하다. 한국 역시 1932년 통영해저터널의 개통을 시작으로 인천, 거제, 보령 등에서 해저터널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어린이 과학책 등에서 해저터널은 바다 한가운데에 동그란 관 모양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저가 아닌 바다 한복판에는 해류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저터널은 지하철을 공사할 때 쓰는 터널 보링 머신(Tunnel Boring Machine, TBM)을 활용해 바다 아래의 지반을 파고들거나 해저 바닥에 콘크리트 도로 블록을 빠뜨려 짓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책에서만 보던 '해중터널'을 만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파이프와 고정 지지대 등만 마련하면 되는 해중터널은 공사비가 저렴하고 공사기간이 적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적으로 해중터널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2012년에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해중터널 연구를 시행하고 있고, 해양수산부에서는 2014년 해양수산 연구개발 대상에 오른 70건의 기술 중 하나로 해중터널이 선정되기도 하는 등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서도 바다 한가운데 터널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5] 터널에 무슨 일 생기면 탈출은?

국내에서 건설되는 터널은 최소 5km에서 50km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장거리로 건설되어 있어 수 분, 길게는 수십 분 동안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지나야 한다. 만일 그러한 장대터널 내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영화 <터널>처럼 갑작스럽게 터널 입구가 붕괴되었을 때에는 어떻게 탈출해야 할까?

보통 쌍굴식으로 건설된 터널에는 중간에 회차 탈출로와 환기구를 겸하는 수직갱이 설치되어 있다. 화재 등의 상황이 있을 때 열리는 탈출로를 통해 반대편 출구로 나가면 된다. 양쪽이 막혀 고립되었을 때에는 수직갱이 탈출을 위한 통로로 활용되기도 한다.

철도 터널이나 장대터널은 많은 여객이 한 번에 탈출해야 하는 만큼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커다란 사갱이 있다. 공사 당시에는 인력이나 장비가 오가는 용도로, 개통 이후에는 사람과 차량의 탈출에 이용된다. 이러한 사갱과 탈출장치 덕분에 안심하고 터널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6] 터널 한가운데 갑자기 '사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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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장터널인 인제양양터널에는 터널 곳곳에 구름과 무지개 모습의 조명이 마련되어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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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이 많은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갑자기 울리는 사이렌 소리나 사람 목소리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긴 터널에서는 운전자의 주의가 흐트러져 사고 등의 위험이 높은데 주의를 기울이게끔 마련된 '졸음알리미 장치'가 그것이다.

졸음운전을 막기 위한 졸음알리미 장치는 전국 터널 336개에 설치되어 있다. 터널 내에 항공기가 이륙할 때 나는 소음 크기의 사이렌이나 호루라기를 설치하거나 졸음을 깨기 위한 표어를 번쩍거리게 띄우는 경우가 많다. 지나가면 노랫소리가 들리는 홈을 도로 위에 파놓아 졸음을 막기도 한다.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인제양양터널 등 장대터널에서는 터널 내에 구름과 무지개 등을 띄우기도 한다. 터널 내에 조금씩 곡선을 넣기도 하고 조명을 더욱 밝게 하기도 하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1위인 졸음운전을 막기 위한 한국도로공사 등 운영 주체의 필사적인 노력인 셈이다.

[#7] '물'도 터널 타고 움직인다

물은 보통 강과 하천을 통해 움직이고 사람들에게 공급되는 수돗물만이 파이프를 타고 움직이는 것 같지만, 물 역시 엄연히 터널을 타고 이동한다. 바로 수로터널이 그것이다. 댐 등에서 강으로의 용수 확보를 위해, 또는 농업용수와 공업용수의 확보를 위해 산을 관통해 수로나 저수지로 직통하는 터널을 뚫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터널은 국내 주요 댐에 설치되어 양수발전소로 활용하거나, 댐과 댐 사이, 또는 공단과 댐, 저수지 사이를 잇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도로터널에 비해 길이가 긴 경우가 많은데, 수로터널 중 가장 긴 길이의 임하댐 - 영천댐 간 도수로 중 터널 구간의 길이가 33km에 달할 정도이다.

다만 물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에 침식되거나 오염물이 침착되어 터널이 막히거나 뚫리지 않게끔 설계 및 관리해야 하고, 시공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공단이나 농업용 저수지, 식수댐과 수원지 등으로 향하는 수로터널의 경우 터널의 중요성은 더욱 크기 때문에, 수로터널도 도로터널만큼의 중요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8] 버려지는 터널 활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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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지로 활용되는 밀양 트윈터널의 모습. 옛 경부선 철길을 활용해 만들었다. ⓒ 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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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의 선형 변경이나 철도의 이설, 폐선에 따라 버려지는 터널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터널은 단순히 창고로 쓰이거나, 지하수의 배수시설이 멈춰 물로 가득 차 못 쓰게 되어 벽돌로 막아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터널 활용방안을 찾아 제2의 삶을 살게끔 하기도 한다.

폐터널이 방재 등을 위한 시험장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옛 경부고속도로 영동터널에 2017년 방재종합시험장을 설치하고 방재안전체험과 방재시설 시험 및 개발, 터널 관리자 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다. 교통사고 중 치명적인 사고 상당수가 터널에서 일어남을 감안하면 실제 터널환경에서 방재실험 및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훌륭한 선택인 셈이다.

고속도로 터널보다 접근성이 좋은 폐철도 터널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영동군과 문경시에서는 특산품을 이용한 와인터널과 오미자테마터널을 만들어 지역관광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밀양의 옛 무월산터널은 깜깜한 터널에서 빛을 활용하여 테마파크인 '트윈터널'을 만들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끈다.

박장식 기자(trainhol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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