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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병준 “반문연대로는 안 돼, 보수 새 깃발 들어야…박근혜 메시지 필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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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대한민국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사회주의·대중영합주의를 깨뜨리려면 보수가 새로운 모습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일했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최근 고민은 ‘보수의 혁신’이었다. 지난 13일 추석 연휴 당일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미국에서 돌아온 뒤 대구·경북(TK)을 누비며 문 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한 TK의 변화를 주창하고 있었다. 김 전 위원장은 “TK 정치가 침체하면서 보수가 구심점을 잃었다”며 “TK에서 보수 진영의 새 리더가 나온다면 당도 바뀌고 세상도 바뀔 수 있다. 그게 내가 돼도 좋고 다른 누가 돼도 좋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대구 수성갑 출마에 대해선 “출마할 수도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김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반대를 계기로 보수 진영이 ‘반문연대’ 전선이 펼쳐지고 있다.

“문 정부에 제동을 거는 것은 일단 필요하다. 그러나 반문연대만으로는 약하다고 본다. 반대하는데 어디로 갈 것인가? 어렴풋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가치와 비전이 안 보인다. 결국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이를 위해서 합쳐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지금 보수 진영에 대한 국민의 비호감도가 너무 높다. 이미지가 안 좋은 사람들끼리 합치면 시너지가 얼마나 나겠나. 당 대 당 합당은 국민 입장에서 나눠 먹기로도 보일 수 있다. 가치와 원칙을 중심으로 설득해야 한다.“

―조 장관 임명에 실망한 여권 지지층이 한국당과 보수로 돌아서지 않는다.

“한국당이 추석 연휴 전후로 지지율이 2∼3% 올라간 것은 그동안 지지한다고 대답 안 한 사람들이 대답하면서 올라간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민은 한국당에 여전히 냉소적이다. 이분들 머릿속에는 최순실·박근혜 전 대통령이 떠나지 않고 있다. 그걸 덮을 새로운, 보수정치의 깃발이나 가치가 있어야 하는 데 없다. 보수정치를 이야기하면 불공정과 군국주의 이런 이미지가 강하다. 막연히 문 정부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크니 보수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 될 것이다.

―보수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그동안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다. 일종의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이자 대안적 체재로서 자유주의를 이야기했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개인의 자유권에 바탕을 둔 자유민주주의가 돼야 한다. 우리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 정부의 사회주의 철학에 바탕을 둔 정책에 대해서도 국민이 불만은 있지만 이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것이다. 보수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개인에게 역사관을 강요하는 국정교과서를 보수 진영이 추진했다. 보수가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자유권을 바탕으로 개인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사회의 혁신을 주도하고. 국가는 보완적 역할을 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논리로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가치는 무엇인가.

“문 정부를 설명하는 속성은 국가주의·사회주의·대중영합주의다. 국가주의에 기반을 둔 사회주의를 지향하면서 대중영합주의를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가주의는 실패한 모델이다. 역사는 개인의 자유권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는 역사를 거스르는 행위다. 국가를 구성하는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시장의 힘을 믿고 국가의 영역, 정치의 영역을 축소해야 입법부도 행정부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국가주의·권위주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TK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들린다.

“TK는 항상 변화에 앞장서왔던 지역이다. 일제의 침탈 역사가 시작될 때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난 곳이 TK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자유당 정부에 맞선 3·15 마산 의거에 앞서 먼저 일어난 것이 2·28 대구 학생 의거다. 국민이 못 먹고 굶주릴 때 조국 근대화와 경제성장의 이데올로기가 일어난 지역이 TK다. 대구 사람이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똘똘 뭉쳐서 함께 헤쳐나가는 저력이 있는 지역이 TK다.”

―TK의 변화를 위해서 내년 총선에서 수성갑 지역구 출마하나.

“미국에서 돌아온 후 지역에서 특강 요청이 있으면 마다치 않고 내려왔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씩은 대구를 찾고 있다. 대구의 정치가 왜 이렇게까지 침체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그 지점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보고 ‘수성갑 출마하려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데 그런 이야기 솔직히 할 수 있다. 상황을 누가 알겠나. 출마할 수도 있죠. 그러나 단순히 출마의 차원이 아니다. 수성갑 출마하려고 한다면 내가 왜 구미, 안동, 김천 등 경북은 왜 가겠나. TK에서 보수 정치가 새롭게 일어나야 그다음 기회가 있다. 기회가 된다면 내가 되든 아니면 다른 누가 되든 TK의 괜찮은 지도자가 나오면 좋겠다. 나는 먼저 불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나뉜 범보수 내 입장 차이는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보수 통합을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박 전 대통령이 뭐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보수 분열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다. ‘나를 잊어 달라’, ’나는 이미 나를 반대한 사람도 용서했다’,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다 통합해서 이겨달라’는 등 어떤 형식이라도 메시지가 나와야 통합의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대구=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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