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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영화표 안통하는 혈액난… 작년 재고 충분했던 날 97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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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치 이상 혈액 비축한 일수, 처음으로 100일 아래로 떨어져… 헌혈 기념품 비용은 150억 넘어

저출산으로 10·20대 줄어든 게 최근 혈액 부족의 가장 큰 원인

조선일보

'헌혈 시 영화표 2장 혹은 문화상품권 2장 혹은 영화표 1장+문화상품권 1장.' 직장인 신모(34)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종종 헌혈을 했던 그에게 적십자사가 '추석 연휴 기간에 혈액 부족이 예상돼 헌혈자에게 추가 기념품을 드린다'면서 보냈다. 명절이나 휴가 기간에는 특히 헌혈자가 줄기 때문이다. 신씨는 "7~8월에도 '놀이공원 이용권을 준다' '추첨을 통해 뮤지컬 관람권을 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혈액 부족이 심각한 모양"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가 15일 국회 정춘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수혈용 혈액 적정 보유량(5일치)을 유지한 날이 97일에 불과했다. 적정 혈액 보유량을 유지한 일수가 100일 밑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올해도 심각하다. 8월 말까지 혈액 보유량이 5일분 이상이었던 날이 49일(20.2%)에 불과했다. 매년 1월의 혈액 보유량을 비교하면 2014년의 경우 6.5일분이 있었는데, 2017년에는 4.4일분으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4.1일분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헌혈 건수는 2014년 284만건에서 지난해 268만건까지 줄어들었다. 헌혈자 수도 같은 기간 160만명에서 139만명으로 줄었다.

10·20대 헌혈 줄고 수혈받는 50대 증가

헌혈을 많이 하는 청소년·청년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혈액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헌혈 10건 중 7건(68.7%)이 10~20대가 한 헌혈이다. 10~20대 헌혈 비율은 2014년 78.1%에서 2016년 73%, 지난해 68.7%로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비중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할 정도의 저출산으로 10~20대 인구가 줄어들면서 혈액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됐다. 헌혈을 많이 하는 10~20대 인구는 계속 줄어드는데, 수혈을 받는 사람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50대 이상 인구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헌혈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데, 고령화로 수혈이 필요한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30대 이상 헌혈자의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2016년 기준 일본은 30대 이상 헌혈자의 비중이 78.4%, 대만은 67%에 달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40대 이상 헌혈자의 비율이 49.5%였다. 적십자사는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우선 공무원과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헌혈 참여를 늘리고, 기업별 단체 헌혈 등을 장려할 수 있도록 여러 정부 부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공무원들이 업무 시간에도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헌혈 공가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홍보도 부족하고, 실제 참여도 부진한 형편이다.

헌혈 기념품 비용 연간 150억원 넘어

적십자사가 헌혈자에게 주는 기념품이나 간식을 구입하는데 쓴 돈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150억원을 넘어섰다. 적십자사는 헌혈자에게 도서문화상품권, 영화관람권, 편의점상품권, 블루투스 스피커, 우산, 햄버거 세트 교환권 등을 기념품으로 지급한다. 헌혈이 줄어드는 여름·겨울철이나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는'영화관람권을 1장 더 드립니다'라는 식으로 기념품을 더 주거나 놀이공원 입장권, 아이스크림 쿠폰 등 특별 기념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팬클럽에서 적십자사에 기부한 아이돌 가수의 앨범 CD를 기념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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