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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시위대-경찰 또 격렬 충돌…"시위대, 中 오성홍기 불태워"(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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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차이 지하철역 등 방화…친중-반중 시위대 밤늦게까지 충돌

경찰 불허에도 수만 명 도심 행진하며 '행정장관 직선제' 등 요구

성조기 들고 "트럼프 재선 희망"…英 총영사관 몰려가 시위 지지 촉구

홍콩 시위 지지한 한국에 고마움 나타내…韓 배우 김의성도 시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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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오성홍기에 불을 붙이는 홍콩 시위대
SCMP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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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홍콩 시위 현장의 성조기와 '우산 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펼쳐 든 시민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주말 시위가 15주째 열려 홍콩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불구하고 15일 많은 홍콩 시민이 도심 시위에 동참했다.

이날도 격렬한 충돌이 벌어져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고 지하철역 입구에 방화했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이에 맞섰다.

이날은 지난 6월 9일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한 후 99일째로, 16일이면 100일을 맞게 된다.

이날 오후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은 홍콩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코즈웨이베이에서 금융 중심가 센트럴까지 행진하면서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애초 행진은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이 기획했다.



민간인권전선은 6월 9일 100만 명 집회, 6월 16일 200만 명 집회, 8월 18일 170만 명 집회 등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재야단체이다.

하지만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 우려가 있다며 이날 행진을 불허했고, 민간인권전선은 관련 위원회에 제기한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행진을 취소했다.

경찰의 행진 불허에도 수만 명의 시민은 이날 거리로 쏟아져나와 "광복홍콩 시대혁명", "홍콩인 힘내라", "5대 요구, 하나도 빠져선 안 돼" 등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지난 4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지만, 나머지 4가지 요구사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시위 규모는 송환법 공식 철회 발표 후 최대 규모였다.

시위에 참여한 앨런 찬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행진에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며 "시위의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이고 정부는 왕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휠체어를 타고 시위에 참여한 테렌스 팡은 "정부가 아직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며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행정장관 직선제이며, 이것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한 많은 홍콩 시민들은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손에 들었다.

'우산 혁명'은 당시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탄 등을 우산으로 막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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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현장의 배우 김의성
SCMP 캡처



시위에 참여한 상당수 시민은 성조기나 영국 국기를 들고 있었다. 홍콩 시위 지지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한국과 주요 7개국(G7) 등의 깃발을 이어붙여서 만든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도 있었다.

시위 현장에는 한국 배우 김의성도 모습을 드러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김의성은 "한국에는 많은 시위가 있지만, 홍콩 시위에 참여한 것은 처음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며 "홍콩인들이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홍콩 시위대는 김의성을 향해 "사랑해요", "고마워요" 등을 한국어로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 홍콩을 해방해주세요'라는 글귀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내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바란다는 의미의 '트럼프 2020'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도 있었다.

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던 시민은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민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중국에 촉구했다"며 "우리는 그가 자리에 남아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돕길 원한다"고 말했다.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은 중국과 달리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 법안은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담았다.

도심 행진에 앞서 1천여 명의 홍콩 시민은 코즈웨이베이 지역에 있는 주홍콩 영국 총영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영국은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위반에 대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1984년 중국과 영국이 공동선언을 통해 밝힌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가리킨다.

이들은 영국 국기와 영국 통치 시절 홍콩 깃발 등을 흔들면서 "일국양제는 이미 죽었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영국 국가인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를 부르기도 했다.

시위대는 영국 총영사관 직원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청원서를 전달한 후 도심 행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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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G7 깃발 등을 든 홍콩 시위대
출처: SCMP 트위터



이날 행진은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행진이 끝나고 나서 일부 시위대는 애드머럴티 지역에 있는 홍콩 정부청사로 몰려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보도블록을 깬 후 돌과 화염병 등을 정부청사와 홍콩 의회인 입법회 건물 등을 향해 던졌고, 이들이 던진 화염병에 물대포 차에 불이 붙기도 했다.

경찰은 이에 맞서 최루탄을 쓰고 물대포를 발사했다. 경찰은 물대포에 파란색 물감을 섞어 이에 맞은 시위대를 식별,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

시위대는 완차이, 애드머럴티 등의 지하철역 입구와 인근 도로 곳곳에 쓰레기통과 폐품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이들 역은 시위대가 유리창, 난간, 가로등 등을 파손하는 바람에 심하게 훼손됐다. 시위대는 도로 위 교통신호등을 쓰러뜨리기도 했다.

특히 센트럴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중국 오성홍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TV방송 카메라에 찍혔다. 홍콩 시위대가 오성홍기를 바다에 버린 적은 있었지만, 불태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플래카드 등도 불태웠다.

이후 경찰의 진압작전 전개에 시위대는 번화가에서 벗어나 노스포인트, 해피밸리 등으로 이동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친중 시위대와 반중 시위대 간 충돌이 벌어졌다.

포트리스힐 지역에서는 흰 옷을 입은 중년의 남성들이 검은 옷을 입은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각목 등으로 공격해 마구 폭행했다.

중국 본토 출신이 많이 사는 노스포인트 지역에서는 친중 시위대가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을 폭행하고 카메라를 빼앗았다.

노스포인트 지역에서는 밤늦게까지 친중 시위대와 반중 시위대의 충돌이 이어졌다.

친중 시위대 중 3명은 긴 칼을 휘두르며 반중 시위대를 위협했고, 자신들을 쫓는 사람들에게 석유를 뿌리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쏴 충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해산시켰고, 긴 칼을 휘두르던 친중 시위대 등을 체포했다.

반대로 완차이 지역에서는 한 중년 남성이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의해 구타당해 실신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서 극심한 반중 정서가 표출되자 홍콩 경찰은 중국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에 폭동 진압 경찰을 대거 배치하고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시위대의 지하철 파손 행위가 잇따르자 홍콩 지하철공사(MTR) 제이콥 캄 대표는 네팔 구르카족 출신 용병 등 200여 명을 경비원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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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불을 지른 홍콩 완차이 지하철역 입구
[AFP통신=연합뉴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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