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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구하다 진보 가치 놓쳐” “중도층 늘어도 한국당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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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28일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 참여한 학생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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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개각 이후 ‘조국’은 하나의 현상이 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란 개인을 넘어 세대와 시대를, 또 정권과 이념, 진영을 향한 질문이 됐다. 중앙일보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학자 4인에게 답을 구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여권, 공감능력 부재 드러내

20대 신뢰 붕괴 총선 치명적

“사람은 구했지만 가치는 놓쳤다.”

중앙일보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진보적 정치학자인 안병진(52·전 미래문명원장)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내놓은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다. 미국 뉴스쿨대학교에서 미국의 대통령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안 교수는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 진영의 이론적·현실적 자문에 응해 왔다. 서강대 재학 시절엔 ‘사노맹(남한 사회주의 노동자동맹)’ 계열의 학생 조직인 ‘전국민주주의 학생연맹(전민학련·DSL)’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2년6개월간 실형을 살기도 했다. 그는 “(조 장관과는) 서로 존중해 온 사이라 조 장관의 행위에 대한 평가는 어렵다”며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다.

Q :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소회는.

A : “아쉽다. 촛불은 우리 사회에 더 나은 민주주의 모델로 나아갈 에너지를 제공했다. 리버럴리즘적 가치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느냐를 가르는 분기점에서 진영 논리로 아쉬운 결정을 했다. 여권이 ‘과정으로서의 공정’이란 가치를 너무 간과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Q : 민주당은 상처는 많았지만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분위기다.

A : “중장기적 승리는 가치 측면에서 진전이 있어야 한다. 여권은 사람과 검찰 개혁이라는 어젠다를 구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가치를 허물었다. 손익 평가에서 회의적이다.”

Q : 물러나길 바랐나.

A : “(여권에서) 이번 사태 초기에 묻는 사람들에게는 이야기했다. 지명 철회나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불법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불철저했던 부분들을 반성할 기회로 삼았다면 오히려 다른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을까.”

Q : 밀리면 죽는다는 진영논리가 지배했다.

A : “‘공정’이라는 진보의 대표적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 것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 그동안 모든 진보 운동은 20대 청년들과 호흡하며 진행돼 왔는데 이들과의 ‘관계적 신뢰’가 훼손된 것은 다음 총선에서도 치명적일 수 있다.”

안 교수는 “공감 능력은 진보 진영의 가장 큰 역량·자산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출도 그가 보여준 공감 능력 때문이었다. 공감 능력이 없음을 드러낸 건 진보 진영엔 아픈 손실”이라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진보귀족 실체 드러난 사건

촛불정부 자임 어려워져

“진보 귀족의 실체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중앙일보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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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의 길을 걸어온 윤평중(63) 한신대 철학과 교수가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진보적 지식인들의 평가보다 한층 냉혹했다. 그는 “진보 진영이 정의·공정·신뢰라는 측면에서 중상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Q :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키워드는 뭔가.

A : “‘계급’이다. 한국 사회 욕망의 지형도가 지역감정이나 진영 대립이 아니라 계급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0 대 90’이 아니라 ‘1 대 99’의 사회로 재편되면서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서민과 귀족의 문제,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과 ‘진보 귀족+보수 귀족’의 갈등이 문제임을 드러낸 사건이다.”

Q : 그 후과는 뭔가.

A : “촛불이 상징한 정의·공정 가치의 훼손이다. 정의와 공정은 공기 같은 것이고 그 핵심은 일관성이다. 잘못한 일은 누가 했더라도 잘못했다고 평가돼야 정의와 공정이 유지된다. 진영 간의 패싸움 속에서 그 가치가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촛불정부임을 자임하기 어려워졌다. 다음은 사회적 자본인 ‘신뢰’의 붕괴다. 정의와 공정을 외쳐 온 진보 진영의 얼굴이 의혹 해소는커녕 거짓말과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일삼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진보 진영 명망가들이 끼어들었다. 이미지가 좋은 공인이 무슨 얘기를 해도 믿지 않는 분위기가 심해질 것이다.”

Q : 민주당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A : “진보 진영은 ‘시민들의 자발적 동의’라는 의미에서의 헤게모니(hegemony)에 중상을 입었다. 문 대통령이 큰 오판을 했다. 정치공학적 판단으로 허문 것이다. 그동안 여권은 ‘자유한국당과 태극기 부대=악(惡)’이고 자신들은 선(善)이라는 이분법을 구사해 왔다. 개별적 정책 오류가 있어도 시민 다수가 그 진정성과 대의명분에 동의해 정권이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지지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윤 교수는 “희망은 정치가 아닌 시민들의 균형감각과 상식에 남아 있다”며 “어떤 정당을 지지했더라도 그 진영의 누군가가 어떤 잘못을 했으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고, 또 상대 진영의 비판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로 반응할 수 있는 그런 감각과 상식”이라고 말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조국도 싫고 한국당도 싫다’

20대 정치 냉소주의 불러

“20대가 향후 정국의 최대 변수다.”

중앙일보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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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49·사회학) 중앙대 교수는 “‘다 싫다’층이 크게 늘 것”이라며 이렇게 전망했다. 신 교수는 정치 담론과 여론, 정당 정치와 사회 운동 등에 관심을 두고 진보적 목소리를 내어 온 소장 학자다.

Q : ‘다 싫다’층은 20대를 의미하나.

A : “그렇다. 20대의 여론을 ‘청년층의 분노와 환멸’ 같은 단순한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는 반대한다. 조국 장관의 적격성 여부에 대한 20대의 찬반 여론과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이 20대의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급락했다는 점이다.”

Q :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조국 사태’는.

A : “문재인 정부는 전 정권의 탄핵을 배경으로 탄생한 권력인 만큼 과거 수준의 도덕 기준으론 시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이것은 현 정권의 역사적 사명이다. 그러나 이런 실망감에서 자유한국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이미 심판받은 전 정권과의 단절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Q :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는.

A : “총체적 냉소주의에 빠질 수 있다. ‘촛불을 들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같이 힘써 왔는데 결국 큰 변화는 못 가져오는구나’ 하는 인식이 넓게 퍼질 수 있다. 정치 참여에 대한 효능감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큰 걱정이다. ”

Q : ‘검찰 정치’에 대한 반감이 ‘조국 실망감 ’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여권에 있다.

A : “검찰이 자신들의 행위에 부여하는 의도와 예측과는 상관없이 고도의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것만은 분명하다.”

Q : 여론조사상 30·40대들이 상대적으로 조국에게 우호적이다.

A : “정치적 감수성의 형성기인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나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집회 등으로 정치적 경험을 공유한 지금의 30~40대가 386세대보다 더 폭넓게 의식화된 세대다. 30·40대의 지지는 총선 때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20대다.”

신 교수는 “자유한국당이 국민적·헌법적 심판을 받은 전 정권과 단절하고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상대적으로 국민들이 현 정권에 들이대는 기대수준이 높아지고 심판 여론도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권이 믿는 것도 자유한국당뿐인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386 정치권 퇴진 압력 예상

총선서 제3당 뜰지 관심

“인사청문회가 지나치게 정쟁의 중심에 섰다는 게 걱정이긴 한데….”

중앙일보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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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 관점에서 정당 정치와 선거제도와 관련한 개혁론을 펼쳐 온 강원택(58·정치외교학) 서울대 교수는 “굉장히 혼란스럽다”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제도론적 관점에서는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졌다는 게 큰 개선 과제로 등장한 면이 있는데, 이번 인사청문회가 정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조국 장관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훨씬 크다는 점이 혼란스러운 이유다”고 말했다.

Q : 여당은 ‘검찰이 정치한다’고 비난한다.

A : “사람들이 조국만 바라보다가 검찰도 바라보는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정치화된 검찰’은 큰 화두 중 하나였다. 적폐청산이니 뭐다 해서 유야무야 넘어가나 싶었는데 조국 논란을 타고 검찰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다시 부각된 것은 사실이다.”

Q : 조국 사태가 남긴 교훈이 있다면.

A : “여권을 주도하고 있는 386 운동권 집단이 자부하던 도덕적 우월감과 가치라는 측면이 이번 사태로 크게 훼손됐다고 본다. 정치권 386들의 퇴진과 세대교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그런 인식의 확대가 이번 조국 사태가 남긴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이번에 결집한 지지층의 의사가 내년 4월 총선에서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강 교수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더 확대된 중도층의 표심이 자유한국당으로 가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 너무한다’ ‘딱히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중도층들의 마음을 한국당이 잡지는 못할 것 같다.

제3당의 부상 가능성 등이 오히려 관심사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조 장관의 서울대 동료다. “휴직계를 다시 낸 것에 대한 교수들의 반응은 어떠냐”고 가볍게 묻자 강 교수는 “교수들보다 학생들의 마음이 문제인 상황”이라고 답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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