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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FA 이후]"중국보다 못한 일본 가전…'혁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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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전시장 전경. 이선율 기자.


[독일(베를린)=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일본 부스가 중국 부스보다 볼 게 더 없었어요. 지난해에도 혁신 제품이 많이 없었는데 올해는 더 찾기 어렵네요.”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19’에 방문했던 대다수의 취재진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비슷하게 답했던 말이다. 한때 가전업계를 평정했던 일본업체들의 위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업체들 뿐 아니라 가성비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업체들에게도 밀려 기술력마저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는 상황이다.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는 2~3년전에도 종종 들어왔지만 올해는 중국기업보다도 돋보이는 제품이 많지 않아 조연급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심지어 전년대비 전시회 규모도 줄어들고, 올해 트렌드에 걸맞는 신제품 출시가 없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관람객들에게조차 관심밖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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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넥스트 안에 꾸려진 일본관 전시부스.


올해는 참여 기업도 국내와 중국기업 대비 매우 적다. 국내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를 필두로 코웨이·쿠쿠 등 총 80여개 기업이 참여했고, 중국은 전체 1800여 개 기업 중 40%가 넘는 882개의 업체들이 전시부스를 꾸렸다. 반면 일본기업은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샤프 등을 포함해 단 25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주요 부대행사로 꾸려진 IFA 넥스트 글로벌 혁신 파트너로 참가해 자국의 주요 스타트업 등의 신기술을 선보이는 등 기술강국으로서자존심을 세웠지만 독창성과 혁신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그들만의 행사로 조촐하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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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새 플래그십폰 ‘엑스페리아 5’. 5G모델이 아닌 4G모델로 올해 상반기 출시된 엑스페리아 1의 주요 사양을 이어받은 보급형 플래그십제품이다.


올해 IFA에서 주된 화두는 5G(5세대 이동통신)와 AI(인공지능), 폴더블폰, 8K TV였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 가전업체인 소니는 올해 카메라와 음향기기 중심으로 신제품을 전시했다. 소니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자사의 전문 방송 기술과 촬영 기술을 적용한 ‘엑스페리아5’를 공개했다. 21대 9 화면 비율의 OLED 디스플레이, 최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 855 등을 탑재한 플래그십 제품이지만 전작 대비 큰 차별점이 없고, AP 또한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중국의 샤오미 등이 앞서 채용한 바 있어 주목을 끌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제품은 5G 스마트폰이 아니다.

오히려 TV 전문업체인 샤프가 5G 스마트폰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모형 형태로 전시돼 체험이 어려웠고, 출시도 내년 상반기쯤으로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폴더블폰의 전시도 전혀 없었다. 국내기업은 한발 앞서 폴더블폰을 출시했고,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도 폴더블 시제품을 전시한 모습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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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는 IFA에서 세계 최대 크기인 120인치 8K LCD TV를 전시했다.


8K TV 부스에서는 볼거리가 있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정부에서도 8K TV 중계를 준비중인 만큼 비교적 신경을 쓴 것 같았다.

샤프는 올해 처음으로 120인치 8K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대형 사이즈로 98인치 8K TV를 처음 선보인 이래 가장 큰 사이즈다. 하지만 중국 스카이워스가 120인치 8K TV를 IFA 2019에서 공개하며 최초 대형 사이즈 8K TV 공개라는 의미가 옅어졌다. 다만 5G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초고화질 제품을 구현하겠다는 의미로 TV 전시부스 벽면에 8K+5G를 전시한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기술 또한 국내기업과 중국기업도 시연해 별다른 혁신 차별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중국의 최대 TV제조사 TCL은 5G 인터넷 드라이버를 탑재해 8K콘텐츠를 실시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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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98인치 브라비아 마스터시리즈 ZG9 8K HDR TV.


소니는 이번 전시에서 98인치 8K TV를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 1월 CES 2019에서 공개했던 제품이라 경쟁사 대비 관심도가 크지 않았다. 파나소닉은 8K TV 전시는 하지 않았지만 대신 새로운 혁신 기술로 꼽히는 투명 OLED 시제품을 전시했다. 이 제품은 전작 대비 화면 투명도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평소에는 화면을 본체에 말아넣어 보관하고, TV를 볼 때만 화면을 펼칠 수 있는 형태의 LG전자의 세계 최초 ‘롤러블 TV’보다는 한단계 이전 혁신기술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전시 부스 가장자리에 2대의 시제품만 전시해 눈에 덜 띄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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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의 ‘투명 OLED TV’


도시바도 8K TV 일부 품목을 전시했지만 출시 일정이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부스가 메인에서 사이드로 밀려난 데다 규모까지 축소돼 전시회에서 조연급으로 위상이 떨어진 근본 원인은 혁신의 부재 때문”이라며 “한때 전자 최대 강국으로 명성을 높였던 기업의 추락은 빠른 기술변화에 적응하기보단 자신들만의 기술이 최고라는 고집을 고수하면서 기술력이 갈라파고스화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본의 최고 기업 소니만 보더라도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TV, 스마트폰 분야에서 국내기업에게 쥬류 가전시장 선두를 뺏겨 소형가전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아닌 제조사가 정한 독자 규격, 가격을 내세우는 등 자국의 브랜드 파워에만 고취돼 세계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이제는 제조사 중심의 생각을 넘어 주류 트렌드가 무엇인지도 고민해 이를 반영하는 민첩한 대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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