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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욱일기 우려에 모르쇠…아베 감독의 ‘정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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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도쿄 올림픽

‘후쿠시마 부흥’ 선전 활용…방사능 우려 지역서 경기, 선수촌엔 지역 농수산물

1원전 인근서 성화 봉송도…한국, 캠프 운영 전면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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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50조 3항은 다음과 같다. ‘올림픽 관련 시설과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지역 안에서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차별적 시위나 선전 활동을 금지한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2020 도쿄 올림픽이 일본 아베 정권의 ‘정치적 선전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림픽을 방패로 삼아 후쿠시마 지역 방사능 위험을 덮고,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희석하려는 노골적 움직임이 드러나는 중이다. 이에 반발하는 주변국의 움직임을 거꾸로 ‘정치적 행동’으로 규정해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커진다.


2020 도쿄 올림픽이 ‘방사능 안전’ 홍보를 위한 선전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때 방사능으로 오염된 후쿠시마 지역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치르는 것은 물론 선수촌 식당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안전하고 강한 일본’을 강조하는 아베 신조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선전 성격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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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메달


일본 정부는 이번 도쿄 올림픽을 ‘후쿠시마 부흥’을 알리는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후쿠시마를 방문한 아베 총리는 “올림픽 개막과 함께 부흥하는 후쿠시마의 모습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총리를 지낸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은 “대지진 이후 10년이 흘러 후쿠시마가 복구됐음을 전 세계에 알릴 최고의 방법”이라고 거들었다.

조직위는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등 식재료를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을 보러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후쿠시마산 농수산물로 만든 도시락을 제공하는 계획도 세웠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반발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0~22일 열린 선수단장 회의에 참석해 후쿠시마 인근 지역 방사능 안전 문제와 선수식당 식자재 문제 등에 대해 항의했지만 조직위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14일 끝난 패럴림픽 단장 회의에서도 장애인체육회가 이 문제들에 항의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고, 걱정 없도록 잘 대처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지역 방사능 관련 일본의 ‘정치적 선전’을 위해 최인접국인 한국을 이용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조직위는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의 축구훈련센터에서 성화 봉송을 시작한다. 원전 폭발사고 때 사고대책본부로 활용된 곳이다. 야구 개막전과 소프트볼 6경기를 후쿠시마 아즈마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기로 IOC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직선거리로 67㎞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은 물론 야구장 바로 옆 공터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긁어낸 방사능 오염토가 쌓여 있는 상태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도쿄 올림픽 본선에 나설 경우 야구 개막전은 한·일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정치적 선전’이나 다름없다. 한 일본 전문가는 “후쿠시마 지역의 표가 아베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면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을 끌어들일 경우 후쿠시마 지역의 안전성이 더욱 신뢰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대회 전체에 대한 ‘보이콧’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방사능 관련 안전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때마다 설치되는 현지 캠프 운영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KBO 역시 야구대표팀이 선수촌에 들어가지 않는 방안 등을 폭넓게 고민 중이다.

야구계에서는 “개막전이 실제 그곳에서 열린다면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몰수패를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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