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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용 원할 땐 안 오고… 익숙해지면 교체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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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떨어지는 ‘근로지원인 서비스’ / 식비·교통비 없이 최저임금 받아 / 이용자 쉬면 강제 휴무 수입 줄어 / ‘알바’ 개념으로 취업해 조기 퇴직 / 이용자 “원하는 시간대 배정 안 돼” / 지원 범위·인적사항 불일치 등 불만 / 정부선 예산·인력 늘려 지원 확대 / 전문가 “전문성 향상에 방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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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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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이용하면 훨씬 편하죠. 그런데 신청절차가 까다로운 데다가 원하는 시간에 배정받기 어려워요.”

한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지체장애 1급 A(39)씨는 이전 직장에서 2년간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받았다. 외부 일정을 소화할 때 근로지원인의 도움이 절실하기도 했고, 평소 업무에서도 능률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신청해도 원하는 시간에 배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근로자를 돕는 근로지원인 서비스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핵심업무 수행능력은 있지만 전화 걸기, 문서작성 등 부수적 업무수행이 힘든 중증 장애인을 돕는 이 서비스는 정부가 인력과 예산을 확대하고 있는 복지제도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장에선 근로지원인이 자주 교체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아 장애인 특성에 맞는 근로지원인 양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2017년 1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이용자(666명)의 23.4%는 ‘근로지원인 서비스 제공 선호 시간대와 이용자 서비스 이용시간대 불일치’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어 ‘근로지원인의 지원 범위에 대한 구분이 어렵다’란 불만이 22.7%를 차지했고, ‘선호하는 근로지원인의 성별, 연령, 거주지역 등 인적사항 불일치’도 9.6%로 나타났다. 이용자가 정작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지 않고 실질적인 근로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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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단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체장애인 김세영(37)씨는 2013년부터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7년 동안 8명의 근로지원인이 김씨와 일했다. 김씨는 “일할 때 호흡이 잘 맞으려면 지원인이 새로 온 초반 6개월은 제가 지원인에게 업무를 가르쳐 줘야 하기 때문에 업무와 지시를 동시에 하느라 일이 두 배”라며 “나중에 손발이 맞을 때쯤 되면 지원인이 관두면서 업무연속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잦은 근로지원인 교체는 근로지원인의 처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근로지원인의 임금은 시간당 8350원(수화·통역은 9980원)이다. 식비와 교통비에 대한 별도 지원이 없고, 이용자가 쉬면 지원인도 강제로 쉬어야 하는 등 안정적인 수입 확보가 어렵다. 자연스럽게 근로지원인들은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생각하고 취업하기 때문에 1년 이상 장기 근속자 비율이 낮다. 지난 1월부터 근로지원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효승(27)씨는 “사회복지학과 전공이라 실무경험을 쌓기 위해 시작했다”며 “계약직이고 급여가 적어 장기적으로 일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예산과 인력을 확대해 근로지원인 수요를 맞춘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까지 지원인을 1만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원인 수는 2017년 1673명에서 올해 3000명 가까이 확대됐고, 관련 예산 역시 지난해 207억2600만원에서 올해 554억7700만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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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양적 확대에만 집중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근로지원인 교육·관리체계가 미흡한 상황에서 자칫 전문성 없는 일회성 지원만 양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인은 ‘40시간 선교육, 후배치’가 원칙이지만, 근로지원인은 근무 개시 후 1년 이내에만 20시간 교육을 받으면 된다. 또 지난해 근로지원인 양성과정 이수가 의무화되다 보니 교육을 제대로 받는 경우가 드물고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재익 소장은 “공단에서 올해부터 민간기관에 교육을 위탁했으나 양성기관에 지원하는 비용은 강사 2명 인건비인 30만원이 전부여서 내실 있는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양희택 협성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우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 영역 확대가 필요하고, 동시에 근로지원인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복지 관련 기업체에서 일반 기업체로 장소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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