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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드론이 1000㎞ 날아갔다?…사우디 공격 어떻게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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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왕구 항우연 박사 "이란산 드론인 아바빌 개조한 콰사프인듯"

WSJ "예멘 아니라 이라크나 이란서 날아왔을 수도"

뉴스1

이란의 아바빌 드론 <자료 사진>©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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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 14일(현지시간) 무인기(드론) 10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 시설 공격에 성공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밝혔지만 남쪽 아래로 멀리 떨어진 예멘으로부터 사우디 동쪽에 치우친 두 곳의 시설까지 과연 1000㎞를 드론이 날아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이날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주요 시설이 사우디와 적대관계에 있는 반군의 공격을 받아 전세계 생산량의 5%, 사우디 생산량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원유 생산이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국제 원유 시장뿐 아니라 사우디 등에 군사적으로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한다. 만약 예멘의 후티 반군의 공격이 맞다면 사우디 영공을 한참 날아가고도 사우디가 그를 알거나 격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강왕구 박사는 이번 공격에 사용한 드론이 이란의 무인기를 개조한 콰세프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예멘의 후티반군은 이란의 아바빌(Ababil)이라는 무인기를 도입해서 콰세프(Qasef)라는 이름으로 개조해 사용해 왔다"면서 "아바빌 원형의 경우 비행거리가 700㎞ 내외임을 고려해 보면, 아마도 후티반군은 탑재중량을 줄이고 연료를 더 주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000㎞ 이상의 원거리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이번 공격으로 매우 불안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보았다. 레이더로 추적이 어렵고 저가의 드론을 수십대 사용해 공격하는 전술을 택한다면 더더욱 막기가 쉽지 않다고도 했다.

경제전문 매체인 마켓워치 등은 유엔(UN) 조사관들은 후티 반군의 신형 드론이 'UAV-X' 드론이라며 비행거리가 1500㎞라고 본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사우디 관리들은 이란이 예멘에 기술자들을 파견해 후티반군에게 드론과 미사일 기술을 가르쳤다고 의심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이 예멘이 아니라 더 가까운 이란, 또는 이라크로부터 이뤄졌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공격을 조사중인 일부 세계 전문가들은 예멘이 아닌 이라크나 이란에서 드론이 날아온 것일 수 있다고 본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번 공격이 예멘으로부터 온 증거는 없다"면서 이란을 지목하고 비난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에 드론과 함께 크루즈 미사일, 또는 크루즈 미사일만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 정부는 지난 5월14일 사우디의 송유관 공격이 예멘이 아닌 이라크에서 날아온 드론이 한 것으로 결론내린 바 있다. 어디서, 무엇이 날아온 것이냐에는 의견이 달랐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이번 공격으로 중동 위기의 차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WSJ는 이란이 직접 공격을 감행한 것이라면 가뜩이나 날선 대립을 이어가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또 드론이 아닌 크루즈 미사일을 사용한 것이라면 단순히 드론 이상의 분쟁의 격화를 시사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격이 후티와의 싸움에서 사우디의 약점을 노출시켰다"면서 돈이 없는 후티 반군이 한대에 1만5000달러에 불과한 상대적으로 싼 무기를 통해 2018년 세계에서 군사비 지출 3위를 기록한 사우디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분석했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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