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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조상님도 쉬세요”… 달라진 한가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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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1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이 명절 음식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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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양모(40)씨는 이번 추석 때 부모님께 ‘나름의 깜짝 제안’을 했다. 내년부터 차례를 한 해에 딱 한번만, 설에 지내자고 한 것. 집안 어른들도 많이 돌아가시고 가족 단위로 명절을 보내다 보니 몇 해 전부터는 아버지 형제들조차 잘 찾아오지 않았다. 차례 음식은 음식대로 낭비였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홀로 고생이셨다. 양씨는 “격식을 아예 버릴 수 없다면 차례는 일년에 딱 한 번, 설에 지내자고 했다”며 “설득 끝에 아버지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15일, 설날과 함께 민족의 대표적 명절도 꼽히던 추석의 변화상이 확연해지고 있다. 집안 ‘웃어른’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차례는 설날 한번이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추석 차례를 간소화 하거나 아예 없애는 집들이 늘었다. 명절은 설날로 통일하고, 추석은 연휴로 즐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씨의 사례는 때늦은 감이 들 정도다.

직장인 최모(36)씨는 “설날은 새해를 맞이한다는 느낌도 있고, 아이들에게 전통을 알려준다는 의미도 있어 되도록이면 한복까지 갖춰 입고 친척들께 세배 드리고 차례도 지낸다”면서 “하지만 추석은 가족끼리 오랜만에 함께 모이는 날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강모(34)씨 가족은 지난해부터 추석 차례를 그 직전 제사와 합쳤다. 강씨는 “시아버님 제사가 추석 직전이라, 지난해부터 시어머님께서 ‘여러 번 제사 지낼 필요 없이 차례는 설에만 지내자’고 이야기하셨다”며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하루 만나서 외식만 하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간단한 성묘로 대체하기도 한다. 윤모(25)씨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집에서 따로 차례는 안 지내고 성묘만 지낸다”며 “성묘 음식도 포나 과일, 송편으로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조모(25)씨도 “2년 전부터는 누구 집에 따로 모이기보다는 친척들마다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와 산소에 모인다”고 말했다.

종교도 해결책이다. 부산의 김모(60)씨 가족은 50만원으로 한 해에 치를 차례 등을 모두 절에다 맡겼다. 김씨는 “가족과 즐겁게 보내라는 명절인데, 차례 때문에 서로 부담 가질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모(51)씨 가족도 교회 예배로 대신한다. 이씨는 “과도하게 차례 음식 차리고 하는 것이 허례허식 같아 시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과감하게 정리하기로 결단했다”고 말했다.

차례를 지내더라도 차례상 차리기가 간편해졌다. 한데 모여 다 같이 음식을 하기보다 각자 조금씩 음식을 해오거나 TV홈쇼핑 등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방식이다. 종갓집 셋째 며느리인 이모(46)씨는 “예전에는 연휴 첫날 본가에 모여 앉아 끝없이 음식을 만들어 올렸는데 몇 년 전부터는 음식도 줄이고, 그마저도 각자 집에서 조금씩 해온다”고 말했다.

그 대신 가족과의 시간에 집중한다. 직장인 김모(53)씨는 간단한 성묘 뒤 동해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직장인 김나영(25)씨는 아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들은 “차례를 지낼 때보다 훨씬 더 가족 사이가 좋아졌고,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가족들이 다 함께 만날 수 있는 모처럼의 좋은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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