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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토킹은 8만원"…주거 침입 성범죄 예방 될까?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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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귀갓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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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새벽, 한 남자가 여자를 계속 뒤쫓아가는 장면이 CCTV에 잡혔습니다. 여자는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여러 차례 뒤를 돌아보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여자를 따라갑니다. 그렇게 남자가 여자의 집 앞까지 따라가자, 여자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재빨리 닫았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집에 들어가지 못한 남자가 벨을 누르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찾으려 온갖 시도를 하는 사이, 집 안에 있던 여자는 겁에 질려 비명도 지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신림동 성폭력 미수' 피의자는 현재 주거 침입과 강간 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피의자는 애초에 경찰 조사에서부터 피해 여성을 뒤따라간 것, 떨어뜨린 물건이 있다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한 건 인정했지만 "술을 같이 마시자고 할 마음이었지, 성폭행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강간 미수 혐의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주거 침입 혐의만 유죄로 인정될 경우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이 전부입니다. 형량을 떠나서, 조 씨가 피해자를 계속 뒤쫓으며 범행 대상으로 삼은 건 처벌이 안되는 걸까요? 문 밖에서 피해자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준 행위에 대해선 죗값을 치르지 않는 걸까요?

● '스토킹'은 경범죄, 10만원 이하의 범칙금

앞서 취재파일( ▶ '합의'하면 집행유예…양형 들여다보니 ③ )에서는, 주거침입 성범죄에 대한 특수성이 반영돼 있지 않아 가해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피해자들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합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내 집을 알고, 내 집에서 범행한 가해자가, 고작 몇 년 뒤면 출소해 다시 나를 찾아올 지 모른다는 두려움 말입니다. 사후 처벌이 쉽지 않은 만큼, 전문가들은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법을 만드는 게 지금으로선 더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른바 '스토킹 처벌법'입니다.

법무부는 2018년 5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스토킹 범죄'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따라다니거나, 일상적인 장소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면서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스토킹 범죄를 신고하면 가해자의 행위를 제지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진행합니다. 가해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특히 흉기로 위협을 가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더 무거워지는 겁니다.

그동안 스토킹 행위는 현행법상 경범죄인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분류해 처벌해 왔습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1항에 따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에게 범칙금 8만원을 부과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이 법을 입법예고한 건, 스토킹 행위 자체가 데이트 폭력이나 주거침입 성범죄의 예비적 행위라는 점, 이 자체를 중대 범죄로 인식하고 처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야 범죄 예방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 3년 째 계류 중, 1년 넘게 예고 중인 '스토킹 처벌법'

그런데 이 법은 아직 '예고' 상태입니다. 여전히 스토킹을 경범죄로 처벌하고 있다는 것이죠. 20대 국회에서도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스토킹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 등 관련법이 2016년부터 줄줄이 발의됐지만 3년 째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법안을 다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스토킹에 대한 특례법 제정 여부는 제정에 대한 찬반 양론, 우리 형사법 체계 및 비교법 자료 등을 검토하여 신중하게 입법 정책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제346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상대방을 괴롭히는 행위를 중단시키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 등을 담은 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스토킹을 중대 범죄의 전조 증상이라고 보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또 범죄 양태에 따라 사후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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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게 학계의 분석입니다. 이미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사례를 바탕으로, 특히 극적인 살인, 상해 사건을 통해 드러난 스토킹 행위가 주목을 받으면서 처벌에 대한 여론이 크게 확산됐던 점을 재조명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에선 지난 5월에 발생한 신림동 성폭행 미수 사건, 특히 CCTV에 고스란히 담긴 스토킹 행위가 여론을 바꾸는 계기가 될 거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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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이 입법이 안된 건, 스토킹이라는 게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스토킹도 '구애'라고 보고, '구애를 어떻게 형사적으로 처벌할 거냐', '구애하는 자들을 다 범죄자 취급하는 거냐', 이런 논쟁이 입법의 장애물이 됐던 거죠. 그런데 최근 여론이 바뀐 건 CCTV가 일조한 측면이 있다고 봐요.

예전에는 누가 누구를 따라간다고 했을 때 피해자 진술만으로 범죄 의도를 따지기 어려웠었는데, 오늘날엔 CCTV 장면을 분석하면 그 의도를 입증하는 데 용이한 상황이 됐습니다. 여러 명의 피해자들을 쫓아다녔는지, 한명을 여러 번 쫓아다녔는지 얼마든지 입증 가능하기 때문에 약자들의 의사에 반해서 추적하고 미행하고 감시하는 행위를 상습적으로 하는지 보고 처벌할 수 있는 여지는 늘었습니다."

-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인터뷰 중


● 2달 뒤 '신림동 사건'은 반복됐다

스토킹 처벌법은 이미 지난해 입법 예고됐지만 스토킹으로 규정된 행위는 적정한지, 가해자 격리 조치와 피해자 보호 조치는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 1년 넘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법안의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림동에서는 5월에 이어 2달 뒤에 비슷한 범죄가 또 발생했습니다. 안심귀갓길을 중심으로 CCTV나 비상벨을 늘리고 순찰을 강화했지만 효과가 없었던 겁니다. 꼭 스토킹 처벌법이 아니더라도, 주거침입 성범죄를 예방하려면 이 행위 자체를 중대 범죄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림동 성폭행 미수 사건이 또 한번 스모킹 건이 될 수 있을까요? 1심 선고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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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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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윤 기자(rousil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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