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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짜리 ‘황금 변기’ 윈스턴 처칠 생가서 전시 도중 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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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인 옥스퍼드셔 블레넘궁에 설치됐다가 도난당한 황금 변기. 가디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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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인 블레넘궁에 전시됐던 70억원 상당의 예술작품 ‘황금 변기’가 도난당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이날 오전 4시 57분쯤 처칠 전 총리가 태어난 옥스퍼드셔의 블레넘궁에 설치된 황금 변기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범인들은 신고 접수 직전인 4시 50분쯤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도난 사건과 관련해 66세 남성 한 명을 체포했지만 아직 변기는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아메리카’라는 이름의 이 황금 변기는 전체가 18K 금으로 만들어졌고 그 가치는 무려 480만 파운드(70억 8,300만원)에 달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블레넘궁은 처칠 전 총리가 태어난 바로 옆방에 변기를 설치, 관람객 누구나 실제로 이용할 수 있게끔 했다. 경찰은 “절도범들이 황금 변기를 뜯어 훔쳐가는 과정에서 배관이 파열돼 물난리가 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도난당한 황금 변기는 지난 12일부터 블레넘궁에서 열린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회 ‘승리는 선택사항이 아니다’에 출품된 현대미술 작품 중 하나로, 지나친 부(富)에 대한 풍자적 의미를 담고 있다. 2016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처음 전시됐는데, 당시 반 고흐의 1888년작 ‘아를의 눈 덮인 들판’을 임대하고 싶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술관 측이 대체품으로 제시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초 황금 변기는 내달 27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시 이틀 만에 도난 사건이 벌어지면서 주최측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블레넘궁 관계자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커다란 수치”라며 “보기 드문 사건이 발생해 슬프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은 건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궁전에는 여전히 매혹적인 보물들이 많이 있다”면서 “일시 중단됐던 전시회는 15일부터 재개된다”고 덧붙였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