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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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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3기 신도시에 대한 정부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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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건설부동산부 차장

서울경제


지난 7일 기록적인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링링’이 수도권을 덮쳤지만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몰렸다. ‘3기 신도시 전면 백지화’를 외친 3기 신도시 예정지역 주민과 1·2기 신도시 주민들이다. 이들은 왜 3기 신도시를 반대할까. 개발예정지 주민들은 택지 조성으로 정든 곳을 떠나야 하고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교통 악화, 집값 하락 등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조성으로 수도권에 30만가구 이상을 신규 공급할 수 있다며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대규모 공급으로 집값 역시 하향 안정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3기 신도시 예정지 가운데 서울의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곳은 경기도 과천뿐일 것으로 예상한다. 인천 계양 등 대다수의 지역은 경기도권 주민들이 다시 옮겨가는 수요가 대부분일 것이다.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태풍 속에서 시위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수요가 옮겨가면 집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미 이에 대한 경고를 시작했다. KDI는 내년 전국에서 최대 3만가구가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로 경기권과 지방이다.

서울 집값을 잡는데 왜 경기도를 들쑤셔야 하나. 서울 도심에 주택을 공급해 해결해야 하는데 경기도를 자극하니 민심은 화가 난다. 서울에서는 정작 정책이 거꾸로 작동하고 있다. 빈 땅을 찾기 어려운 서울에서 주택을 공급하려면 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반대 정책을 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대표적이다. 민간택지 가격을 직접 통제한다고 나서면서 재건축 단지의 활력은 급속도로 떨어졌다. 정책 예고로 재건축 단지가 충격을 받으며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준공 5년 미만의 아파트들은 상승하는 역작용이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극심한 매물 잠김 현상도 보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의 월평균 주택 매매거래량은 9·13대책 이전보다 38% 감소했다. 보유세와 양도세가 동시에 오르면서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나선 것이다. 양도세를 낮춰주며 퇴로를 열어야 했지만 정부는 “양도세는 소득세여서 낮춰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진국은 보유세 비중이 월등히 높고 양도세 비중이 낮지만 정부가 양쪽을 함께 높이면서 시장을 꽁꽁 묶어놓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거래절벽이 발생하니 시장에서는 호가 몇 개가 가격 방향성을 정하는 왜곡현상도 나타난다.

시장 참여자는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정부가 서울의 주택공급 확대에 대한 신호 없이 과연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경기도에 과도하게 조성되는 집들이 인근 구축 아파트 가격에 악영향을 안 미칠까. 지난해 9·13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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