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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군 “조국 난민 언급에 희망 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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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달 8일 서울 양천구 서울 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김민혁군이 난민 재심사에서 불인정을 받은 아버지 A씨의 통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임명되면서 향후 난민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조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난민 문제에 있어 (고려해야 할)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난민에 대한 한국인의 우려와 난민에 대한 최소한 인권보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난민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란 출신 김민혁(16·예명)군의 아버지 A씨에 대해 “(종교적 이유로)처형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추방되지 않도록 여러 조치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 인정될 수 있을까?

이란 출신 난민 김군은 지난 9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인사청문회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난민인정)재검토 언급에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선생님이 청문회장에서 제 얘기가 나왔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학교에서 영상을 봤다”며 “아버지의 난민인정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말에 안심됐다”고 말했다.

김군은 “지난 6일 법무부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라며 “(이의신청 결과가)원래 3개월 정도 걸리는데 올해를 넘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난민법 제21조1항에 따라 ‘이의신청’은 심사통보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해야 하고 행정소송은 통보 이후 90일 내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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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7월 김군을 “자기 종교를 숨기고 이란 이슬람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충분히 공포가 될 수 있다”며 난민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A씨에 대해서는 지난달까지 두 차례 난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란에서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A씨의 주장이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법무부는 A씨가 김군을 양육해야한다는 사정을 고려해 ‘인도적 체류’를 인정했다. 인도적 체류자는 1년마다 체류자격 심사를 통해 ‘기타(G-1)비자’를 연장해야하고, 난민 인정자와 달리 생계비와 의료비 등 각종 사회보장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건설업 등 일부 직종의 취업이 제한된다.

김군은 그동안 이란에 있는 친척들이 아버지의 천주교 개종 사실을 알고 있어 이란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선 개종이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는 중죄에 해당한다고 한다. 김군과 친구들은 “인도적 체류자는 1년마다 비자연장을 해야 하는데 법무부가 양육을 고려해 인도적 체류를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김군이 성인이 되는)3년 뒤부터는 연장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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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조국 난민 입장 밝혀줘 감사” vs “종교적 신념 증명할 길 없어”

난민지지 단체들은 조 장관의 종교적 탄압 난민에 대한 언급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본국의 종교적 탄압을 이유로 국내에 온 외국인이 적지 않았지만 입증이 쉽지 않아 번번이 난민인정이 좌절돼 왔다는 게 단체들의 설명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종교적 사유로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의 비중은 전체 신청자의 23.3%에 달했다.

인권단체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통화에서 “난민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조 장관에게)감사했다”면서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도 원래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고 기대를 받은 분인데 예멘 난민 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실망스러워 (난민정책 변화에)확신은 들지는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로서 국제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인가 검토 없이 가짜난민 걸러내는 걸 1순위로 하고 있다”며 “정부의 기본 방향이 국가적 책무를 다하는 쪽으로 향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긍정적 신호이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반면 난민 반대단체들은 종교적 사유를 들어 국내에 오는 가짜난민을 우려한다. 난민대책국민행동 이형오 공동대표는 “현재 대한민국 난민법은 이민을 위한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는데도 한국이 먹고살기 좋으니 난민을 가장해 이민을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적인 신념은 증명할 길이 없는 게 문제”라며 “이슬람 국가들도 점점 바뀌고 있는데 무조건 난민인정보다 외교적으로 종교탄압문제를 풀어서 나중에라도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는 게 맞다”고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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