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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글로벌 Pick]美中 잇단 '화해 제스쳐'…무역협상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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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청·어분 등 16개 美품목 관세 1년간 면제

美, 2500억弗 中제품 관세율 인상 2주 연기

中, 대두·돼지고기 등 美농축산물 구매 시작

"화웨이 등 쟁점들 그대로"…만만찮은 '신중론'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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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베이징=이데일리 이준기·신정은 특파원] 중국이 12일(중국시간) 대두·돼지고기 등 미국산 농축산물 구매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사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1일(미국시간) 내달 1일부터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의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상향하기로 했던 계획을 2주간 연기한다고 밝힌 직후 나온 조처다. 앞서 중국은 같은 날 대미(對美) 추가관세 부과 대상에서 16개 품목을 오는 17일부터 1년간 제외한다고 발표했었다. 내달 초 워싱턴DC에서 재개되는 미·중 고위급 대면 무역협상을 앞두고 양국이 화해의 손짓을 잇달아 날리면서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도미노식으로 이뤄지는 ‘유화 제스쳐’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기업들이 이미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위해 가격 문의를 시작했다”며 “대두와 돼지고기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 간 이른바 ‘G20 무역담판’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농산물 구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해왔던 만큼, 이번 조치는 화해를 위한 일종의 유화 제스쳐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선의의 제스처로서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 시기를 10월 1일에서 10월 15일로 옮기기로 합의했다”고 전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류허 중국 부총리의 요청과 중국이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덧붙여, 중국 측 협상단 대표인 류 부총리의 요청을 전격 수용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애초 트럼프 행정부는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해오던 25% 관세율을 내달 1일부터 30%로 5%포인트 상향 조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같은 날 유청과 어분, 일부 윤활유 등 16개 품목을 대미(對美) 추가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품목에 대한 추가관세는 오는 17일부터 2020년 9월16일까지 1년간 면제된다. 더 나아가 향후 관세 면제 품목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비록 ‘한시적’이긴 하지만, 양국이 도미노식으로 유화책을 연이어 발표한 건 관세전면전을 필두로 한 무역전쟁이 더 격화할 경우 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클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내달 재개되는 고위급 협상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타협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사태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파국만은 피하자는 속내도 담긴 것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조치를 “선의의 표시”하고 풀이한 뒤, “무역전쟁에 따른 미국 측 영향을 줄여주고 내달 협상에 새로운 낙관론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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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 이르다’…화웨이 등 쟁점들 그대로

다만, 양국 간 협상이 그간 수차례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점에서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실제 최대 쟁점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문제를 비롯해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강요 금지 등 수많은 협상 걸림돌들은 그대로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담당인 제임스 맥코맥은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에 “양국이 실질적인 합의에 다다를 것으로 보긴 여전히 어렵다”며 작은 양보를 두고 “지나친 (낙관론으로) 해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ING그룹의 아이리스 팡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면세조치는 선의의 제스쳐라기보단, 중국 경제를 위한 조처로 판단된다”며 “향후 협상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으며, 중국은 지난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매우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간 이견은 여전히 크다”며 “아직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시그널은 거의 없다”고 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여전히 ‘신중론’이 우세하다. 대중(對中)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지난 10일 CNBC방송에 “우리가 위대한 결과를 얻으려면 과정이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작금의 미·중 갈등을 과거 미국과 소련 간 냉전에 빗대 “갈등 해소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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