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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 차례상 비용은 3만 원…“형식보다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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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랜 전통을 지켜오는 종갓집은 제사상이나 명절 차례상도 엄격히 격식을 갖춰 푸짐할 것 같은데요.

뜻밖에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진정한 예법은 형식보다 내용이 우선임을 일깨우는 종가의 간소한 차례상, 조지현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조선 후기 성리학의 대가인 명재 윤증 선생의 종가.

3백 년 넘게 이어져 온 종가의 차례상은 소박합니다.

포를 올리고 밤과 대추, 배.

거기에 백설기와 물김치, 차를 올리는 게 전부입니다.

[윤완식/명재 선생 종손 : "차례가 정말로 차만 마시는 다과상이기 때문에 원래 이렇게 소박하고 간단해요."]

명재 종가에서는 제사 때도 세로 66cm, 가로 98cm로 정해진 상에 간소하게 차립니다.

평생을 벼슬에 나서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왔던 명재 선생.

'제사를 간소하게 하라'는 유언에 따라 후손들은 기름을 쓰는 약과나 전도 올리지 않습니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비용은 3만 원이면 넉넉합니다.

[윤완식/명재 선생 증손 : "화목하고 화합하고 한동안 소원했던 것들 그날 다 풀고 그때는 어른들 앞에서 하는 거니까 (제사상을 어떻게 차려도) 다 용서해 주시잖아요. 내 자손들이니까."]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종가.

경북 안동에서 500년 넘게 내려온 집안인데, 추석 차례를 아예 지내지 않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 종가 등 안동 지역 종가 대부분이 비슷합니다.

대신 10월쯤 조상들의 묘를 찾아 간단히 '시제'를 지냅니다.

[이창수/이상룡 선생 증손 : "전통이라는 것은 원래 가가예문이잖아요. 조율이시로 진설을 하든 홍동백서로 진설을 하든 그 집에 맞춰서 진설하면 되는 거예요."]

이상룡 선생의 종가는 모든 제사도 일 년에 한 번, 광복절에 모아 지냅니다.

제사상은 전통을 따르되 가능한 소박하게 차립니다.

[이창수/이상룡 선생 증손 : "제사상은 남들 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조선 시대 때도 간소하게 지냈고 지금은 더 간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수백 년 종가들의 간소한 차례는 조상을 섬기는 진정한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KBS 뉴스 조지현입니다.

조지현 기자 (cho200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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