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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이렇게 논다 ① 다크투어리즘…아파도 잊을 수 없는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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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기자의 추석 놀이]

드라마·영화 소재 된 참사의 현장 둘러보기

‘김군’사고 구의역-지하철화재 대구-팽목항으로





짧지만 천금같은 추석 연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요? 취향도 담당 분야도 모두 다른 <한겨레> 문화팀 기자들이 소개합니다. ‘나 추석에 이거 하고 놀래!’

① 남지은 기자의 다크 투어리즘…아파도 잊을 수 없는 그곳으로

② 김미영 기자의 웹소설…할리퀸 로맨스에 풍덩풍덩

③ 유선희 기자의 방구석 무비…영화로 세계일주

④ 서정민 기자의 옛날 사람 행세…‘영웅본색’ ‘빽 투 더 퓨쳐’로 달려라 달려

⑤ 문현숙 기자의 영철씨와 추억여행…‘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정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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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올해의 ‘윷판왕’은 누구!

매번 ‘윷판왕’에 오르는 조카가 이번 명절에도 눈에 불을 켠다.

명절에 온 가족 모이면 때를 가리지 않고 윷놀이 한판 벌이는데, 늘 조카가 다 해먹는다.

왜? 아이 있는 집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아이가 이겨야 명절이 편하다.

지면 쇼파에 고개 파묻고 “엄마 미워” “고모 미워” “할머니 미워” 종일 “미워 미워 미워”를 반복하니, 담합을 해서라도 이기게 해주는 게 속 편하다.

음… 입시·채용 비리와 맞먹는 역대급 편파 판정이군.

어쨌든 그래서, 올해 명절은 좀 다른 걸 해보자고 했다.

요즘 뜨고 있는 ‘다크 투어리즘’.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는 참사를 직면하고 기억하며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자는 뜻으로, 사고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일본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는 책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에서 “사고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원전 사고지가 관광지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크 투어리즘은 미국드라마 <체르노빌>을 보다가 관심을 갖게 됐다. 1986년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버려진 곳이 2011년부터 관광이 허용되면서 재난, 재해 현장을 돌아보려고 체르노빌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1996년 그라스고 카레드니안 대학의 교수 존 레넌과 말콤 훠리에 의해 제창됐다는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단어가 <체르노빌>로 더 널리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임시정부수립 100돌에 한일 관계 악화 등 여러 일들이 겹쳐서인지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서대문형무소 등 역사 현장을 찾는 ‘다크 투어리즘’이 뜨고 있다. 독도 방문객도 지난해 견줘 늘었다고 한다.

최근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와 <벌새>, 드라마 <닥터 탐정> 등 참사를 소재로 삼은 작품은 물론이고, <같이 펀딩>(문화방송) <선을 넘는 녀석들>(문화방송) 등 예능에서도 독립운동가, 유적지 등을 조명하는 일이 잦다. 문화부 기자로 작품들을 챙겨보면서 다짐들이 스며들었다.

“‘다크 투어리즘’을 해보자.”

애초엔 임시정부 100돌인 2019년을 맞으면서 상하이 임시정부 등 국외에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를 하나하나 찾아가보려고 했다. 미국드라마 <체르노빌>을 보고, 최근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마주하면서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잊고 살았던 참사의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기로 마음 먹었다. 수시로 국외로 떠나는 건 직장인에겐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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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투어리즘’에 관심을 둔 많은 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부터 방문해 보는 게 좋다고 말한다.

명절을 시작으로 영화에 등장한 곳부터 찾아가보려고 한다. 드라마 <닥터 탐정>에 나온 구의역 사고 현장,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소재인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부터 둘러 볼 참이다. 피해자들은 유가족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보상 문제 등은 제대로 해결됐던 것인지 등의 정보들도 찾아보려고 한다. 후유증으로 지적 장애를 앓게 된 극중 철수처럼 당시 몸을 던졌던 소방관들도 여러 아픔을 안고 살고 있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등 수십년간 슬픈 참사가 너무 많이도 일어났다. 서대문형무소 등 아픈 역사의 현상도 다시 찾으려고 한다. 어찌됐든 명절 ‘다크 투어리즘’의 마지막은 팽목항이 될 것이다. 혼자서는 올해 안에 체르노빌도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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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는 너무 아플 것 같다고 걱정한다. ‘다크 투어리즘’을 떠나는 많은 이들이 처음에 같은 고민을 한다고 한다. 당연히 아프고 힘들단다. 그래서 국외의 경우는 ‘다크 투어리즘’을 정말 여행 일정처럼 짜기도 한다. 관광지를 돌아보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찾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국외의 경우 ‘다크 투어리즘’을 두고 방문자의 감정을 이용한 상업적 행위라는 비판도 있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관광지처럼 찾는 행위에 대해 주의를 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그들에게 힘이 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들은 <닥터 탐정> 취재차 방문한 피디에게 “잊히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단다.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의 미래를 보듯, 우리는 참사의 현장,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다. 찾아가는 그 자체만으로 의식의 환기는 일어난다.

명절, 온 가족이 함께 그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시간 내어 찾는 게 힘들다면 뷰파인더로 ‘다크 투어리즘’을 떠나도 좋다. 참사를 다룬,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들도 많다. 세월호를 다룬 영화 <생일> 등 올해 참사가 스며든 작품이 유독 많이 쏟아졌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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