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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으로 보험 들고 투자까지…'잔돈 금융'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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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얼마전 보험사에 다니는 친구에게서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보험 하나만 들어달라는 연락이었다. 박씨는 이미 가입한 보험 상품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적당한 말로 거절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지는 친구의 말에 마음을 바꾸고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1000원짜리 보험이야."

박씨가 가입한 보험 상품은 삼성생명이 내놓은 's교통상해보험(무배당)'이다. 3년 만기 일시납 상품인데 납입해야 할 보험금이 1090원에 불과하다. 1090원만 내면 대중교통재해 사망보험금으로 1000만원, 대중교통사고 장해보험금으로 30만~1000만원을 지급받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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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몇 개 1000원짜리 지폐 하나로도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늘고 있다. /조선DB



최근 금융권에서는 이렇게 1000원짜리 한 장으로 가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부쩍 늘었다. 보험뿐 아니라 펀드 투자, 적금, 외화 환전 등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고객의 잔돈을 노리는 금융이라는 뜻에서 '잔돈 금융'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잔돈 금융 붐을 이끄는 건 핀테크 업체들이다. 핀테크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카드를 이용할 때 1000원 미만의 잔돈은 미리 지정해둔 은행계좌에 자동으로 저축되는 서비스를 내놨다. 핀테크 업체인 티클도 1000원 단위로 잔돈이 쌓이면 미래에셋대우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자동으로 쌓이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다른 핀테크 업체인 우디의 경우 외화 잔돈을 포인트로 전환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처치 곤란인 외화 잔돈을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청년층의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 금융회사들도 잔돈 금융 서비스에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소액투자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카드로 결제하고 남은 잔돈을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자동으로 펀드 투자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예컨대 1000원 이하 잔돈을 투자하겠다고 설정해뒀다면, 4100원을 신한카드로 결제한 뒤 남은 잔돈인 900원이 다음날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자동으로 펀드 투자가 되는 식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소액으로도 돈을 불리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도 결제 금액에서 1만원 미만의 잔액을 적금이나 펀드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서비스를 내놨고, 웰컴저축은행도 1000원 미만의 잔돈을 모아주는 '잔돈모아올림적금' 서비스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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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가 선보인 소액투자서비스. /신한금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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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돈 금융이 인기를 끄는 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서비스가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1090원 보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1000원짜리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설계사를 따로 만나서 종이 서류에 사인해야 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며 "모바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해져서 금융상품 가입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고, 그 덕분에 1000원짜리 보험도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는 's교통상해보험'에 가입하면서 카카오톡을 통해 보험금 납입과 인증 등의 절차를 모두 처리했다.

잔돈 금융의 주된 이용층인 '2030' 청년층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잔돈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금융회사들도 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18~24세 청년층의 46%가 저축액이 전무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잔돈 금융 서비스는 저축이나 투자를 할 여유가 없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저렴하고 간편한 소액저축 및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000원짜리 보험 상품은 보험사 입장에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2030 청년층이 주로 가입할 텐데 이들 청년층을 회사의 고객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미끼 상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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