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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군사세계] 유엔사 확대를 보는 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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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강화 문제, 反美 아닌 국익 관점에서 접근해야

평화협정 이후엔 한반도 평화체제 지원 기구로 전환 가능

北 급변사태나 중국 개입을 견제하는 국제기구로도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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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많은 사람이 평화협정이 되면 (주한) 유엔사가 자동해체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데, 이는 달리 봐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열린 한 토론회에서 당시 이상철 국방부 현안안보정책TF장(대령)은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낸 그는 "평화체제로 전환되면 유엔사 문제가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며 "평화협정 시 유엔사가 자동적으로 해체된다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시 그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들을 이렇게 밝혔다. 우선 유엔사가 단순하게 정전협정을 유지, 관리만 하는 기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특히 "유엔사가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연계되어 있고, 한반도 위기 사태 시 유엔사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사견임을 전제로 "유엔사는 한반도 전쟁을 억지하는 안전장치로 존속하는 것이 옳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잇단 미·북 정상회담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논의 가능성이 논란이 됐을 때 비록 12년 전의 일이지만 그의 발언이 한때 주목을 받았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당연히 유엔사는 해체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현 정부 일부 핵심 인사들의 입장과 대비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엔사(유엔군사령부)는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일본 도쿄에서 창설돼 1957년7월 서울 용산기지로 옮겨온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미국·영국·호주와 우리나라 등 6·25전쟁 참전국 중심의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평상시 정전협정·체제를 유지, 관리하는 것이 주 임무다. 하지만 한반도 전면전 시 전력(戰力) 제공국들로부터 병력과 장비를 받아 한미연합사의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전력 제공국은 6·25전쟁에 참전했던 17개 회원국이다. 현재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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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논란은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최근 유엔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이 유엔사 규모를 100~200명 이상으로 늘리고 독일 등도 회원국에 포함해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미측은 유엔사 인원을 늘리면서 우리 측에도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달 실시된 '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에서 미측이 전작권(전시 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작전 지휘에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 우리 측과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것은 유엔사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와 군 일각에선 미측이 현 정부 임기 내로 예상되는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 이후에도 강화된 유엔사를 통해 여전히 전작권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유엔사 강화가 일본까지 끌어들여 중국에 대응하는 '동북아판(인도태평양판) 나토'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등 현 정부 일부 핵심 인사들은 미국의 유엔사 강화 움직임에 부정적이고 견제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유엔사 강화가 정말 전작권 전환 추진과 우리 안보에 부정적일까? 전문가들은 미측이 우리를 배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유엔사를 강화하려 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미측은 우리에게 '유엔사 강화에 한국 측은 신경 쓰지 말라'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이젠 우리 보고 참여하라 하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리가 반대하더라도 유엔사 강화 계획을 밀고 갈 것이기 때문에 미측의 의도를 알고 필요할 경우 견제를 하기 위해서라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전작권이 한국군에 이양된 뒤의 미래연합사(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와 강화된 유엔사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델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향후 북한 급변 사태나 위기 사태 시 중국의 개입과 간섭을 견제하기 위한 국제기구로서도 유엔사는 유용한 존재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엔 명칭과 역할을 바꿔 한반도 평화체제 유지 및 지원 기구로 전환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파기, 이례적인 주한미군 기지 조기 반환 추진 발표, 방위비 분담금 갈등 등으로 한·미 동맹이 파열음을 내며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유엔사 강화 문제까지 '반미(反美) 전선'에 활용하지 말고 철저하게 진짜 '국익'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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